[인터뷰] 황중기/김성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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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중기/김성혜 선교사
(HIS, 파푸아뉴기니아)

▲ 편집국장 : 간단히 선교사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황중기 선교사 : 저는 합신세계선교회(HIS)와 성경번역선교회(GBT)의 공동파송으로 파푸아뉴기니아에서 성경번역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선교단체에서 성경공부를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았기에 처음에는 성경을 열심히 가르치는 목사가 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는 많은 목회자가 있으므로 고민하며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일어나 잡아 먹으라”(행 10:13)는 말씀을 읽는 중 자기 말로 된 성경이 없는 곳에 가서 성경을 전달해 주어야겠다는 마음의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풀집을 지어 살 각오로 파푸아뉴기니 정글로 왔습니다.

▲ 편집국장 :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지역과 사역 내용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황중기 선교사 : 제가 성경을 번역하는 곳은 메라메라 부족입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성경번역센터가 있는 곳에서 정글 비행기를 2시간 타고, 다시 차로 7~8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 중의 오지입니다. 처음 3년 동안은 차가 없어서 이곳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와 트럭을 번갈아 타고 2박 3일이 걸려서 마을에 도착하곤 하였습니다.

메라메라 부족은 80년대 후반에 일본인 선교사가 와서 현지인들과 성경번역을 하다가 떠났고, 우리 가족이 2011년에 도착했을 때는 10여 년 동안 번역이 중단된 상태로 성경번역선교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집 저집 부지런히 찾아 다니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말을 배우고 관계를 맺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후부터는 교회에서 뽑아 준 멜레꼬와 가부와 함께 초벌 번역을 기초하여 마가복음 번역을 마치고, 2014년 년 말에 봉헌식을 가졌습니다. 1년 안식년을 마친 뒤 2016년부터는 사무엘과 떼이가 두 명이 번역팀에 합류하여서 저와 함께 다섯 명이 같이 잠도 자고 밥도 해 가면서 코로나 기간에도 중단없이 번역과 마을 점검, 그리고 자문 점검을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신약성경을 모두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도 기나긴 편집과정을 거쳐 드디어 대한성서공회에서 인쇄된 예쁜 메라메라 신약성경책이 메라메라부족 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 편집국장 : 그곳에서 성경번역을 하는 동안 어려움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극복하였는지요?

△ 황중기 선교사 : 제가 번역하는 메라메라 마을은 전기와 수도가 없는 곳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우주선이 왔다 갔다 하는 시대에 이곳 사람들은 여전히 나무로 불을 피워 고구마나 타피옥을 삶거나 구워서 먹으며 냇가에 가서 빨래하고 목욕하는 원시의 삶을 여전히 살아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보기에도 흉하고 몸에도 좋지 않은 부아이(비틀넛)를 거의 온종일 씹어 대면서 시뻘건 타액을 아무 데나 뱉거나 뿜어 댑니다. 처음에는 부아이를 씹어대는 사람들이 너무 혐오스럽고 옆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침과 가루가 얼굴에도 튀고 옷에도 튀면 참으로 불쾌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제가 이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시뻘건 입술을 가진 사람들을 사랑하며 열악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이 정글마을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생전 처음으로 변비에 걸려 고통하며 땀을 쏟아야 했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직접 해결하면서 사도 바울이 했던 고백인 “내가 만물의 찌끼같이 되었도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나는 복음을 위하여 이제 만물의 찌끼같이 되었으니 더 이상 비틀넛을 뿜어대는 것에 예민하지도 말고 지저분한 환경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고 결단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거룩하시고 영광스러우신 주님이 인간 세상에 오신 것에 비하면 제가 메라메라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아가서 하나님의 말씀이 전달되기만 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다 의미 있는 일이기에 힘든 과정을 견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너무나 소중하고 고귀하기에 덜커덩거리는 길에서 고생하며 차 바퀴에 펑크가 나고, 또 차가 고장이 나서 곤란과 낭패를 당하며, 더위를 견디며, 물을 지어 날라야 하고, 경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오가면서 메라메라 정글마을에서 지냈던 13년간을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 편집국장 : 앞으로 계획과 기도 제목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황중기 선교사 : 신약성경을 마쳤으니 이제 끝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으나, 제게는 이제 번역된 성경을 저들이 열심히 읽고 거룩한 공동체가 되어 살아가도록 성경공부를 지도하며, 또 구약을 포함한 온전한 성경이 저들의 손에 들려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라메라 사람들도 구약 번역까지 마치길 원하고, 이에 젊은 번역자 세 사람을 이미 번역팀에 새로이 합류시켜 두었습니다. 1년 안식년을 마치고 2025년부터는 메라메라 구약 번역과 함께 메라메라어 찬송가 번역, 그리고 예수영화(누가복음 기초) 번역 및 사전 작업 등을 하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메라메라부족 근처에 있는 다른 부족들을 찾아다니며 번역된 성경을 열심히 읽도록 돕는 사역(Scripture Use)도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하옵기는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는 말씀처럼 메라메라어로 번역된, 또 앞으로 번역될 하나님의 말씀이 이제 저들 안에 구원의 역사를 일으키고 삶을 변화시키며, 이로 인하여 교회가 성장하여 ‘거룩한 나라 제사장 공동체’(출 19:6)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희가 메라메라부족 안에서 선한 영향력을 계속 끼치며, 건강하게 맡겨진 번역을 끝까지 잘 마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