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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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자’

2024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우리의 목회 상황은 여전하다. 지금의 교인은 늙어가고, 새로운 젊은 교인 보기는 쉽지 않고, 신학생은 줄어만 간다. 여전히 전도의 문은 열려 있고 교인의 수가 증가하는 교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교인은 줄어들고 있다.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장래 교회를 이끌어갈 목사의 수의 부족으로 교회가 겪을 어려움은 쉽사리 짐작된다. 지교회를 부흥케 하기는 난망하고 유지하기도 버거워하는 교회는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우리 합신 총회와 지교회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하나님의 말씀 앞에 엎드리면 우리 앞에 간명하며 일관된, 그래서 늘 알고 있던 하나님의 도우심에 대한 교훈을 만나게 된다. 이 교훈은 우리를 지금 이 자리까지 인도하시고 항상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라’는 것이다. 임종이 가까운 모세의 마지막 설교를 통해 하나님께서 가나안의 정복을 앞두고 요단 동편에 있는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신 교훈이 무엇이었던가? 애굽의 종이 되었던 이스라엘을 강한 손과 편 팔로 인도하여 내신 하나님의 커다란 역사를 ‘기억하라’는 것이었다(신 5:15). 이것이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 옛일을 기억할 때 이스라엘은 가나안 족속을 진멸하고 우상을 타파하는 정복의 전쟁을 감당할 담대함을 갖출 수 있었다. 가나안 족속과의 전쟁을 앞두고 이스라엘은 두려웠을 것이다. 가나안 족속들이 이스라엘보다 많았고 전쟁의 결과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게 보였다. 이때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에게 “이 민족들이 나보다 많으니 내가 어찌 그를 쫓아낼 수 있으리요”(신 7:17) 하지 말라고 명하시면서, ‘기억하라’는 말씀을 다시 주셨다. 하나님 여호와께서 애굽에서 행하신 일 즉, 하나님께서 “큰 시험과 이적과 기사와 강한 손과 편 팔”로 행하셨음을 ‘기억하라’는 것이다(신 7:18-19a).

우리는 앞에 놓인 어려움과 도전이 실로 크고 이것을 극복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희박하게 보일 때,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어둡게 여겨져 그만 용기를 잃고 소침하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행하신 일을 ‘기억’하여야 한다. 우리와 함께하신 하나님께서 옛일에 함께 하신 그대로 장래에도 행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을 정복한다. 하나님께서는 약속하신 바를 권능으로 신실하게 성취하신다. 하나님께서는 애굽에게 행하신 것과 같은 일을 이스라엘이 두려워하는 모든 민족에게 행하실 것이라고 약속해 주셨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합신이 설립된 1980년 11월 11일을 기억하라고 명하신다. 어떻게 합신이 설립되었으며 지금까지 인도함을 받았는지를 결코 잊지말라고 명하신다. 또한 이 말씀은 우리에게 1981년 9월 22일을 ‘기억하라’고 명하신다. 우리의 합신 총회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기억하라’고 명하신다. 오늘의 합신과 합신 총회는 우리 하나님께서 권능으로 인도하신 인애와 사랑의 결실이다. 우리가 우리를 세운 것이 아니다.

1980년과 1981년에 우리는 지금보다 가진 것이 없었고, 앞으로 맞이할 장래도 지금의 장래보다 훨씬 더 어려웠으며 결코 밝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총회의 교권주의가 신학교의 학사 운영을 독단적으로 행사하는 편법과 부조리의 해악에서 우리를 이끌어내셨다. 또한 개혁주의 신학을 이념으로 삼아 바른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열망 아래 합신 총회를 시작하도록 이끄셨다. 이러한 선하신 뜻을 따라 출발하게 하신 합신과 합신 총회는 참으로 신실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아래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 지교회가 존재하는 것은 합신과 합신 총회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인하여 베푸시는 은택이었음을 결코 잊지말아야 하며 ‘기억하여야’ 한다.

우리의 장래는 염려하며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지난 옛일 가운데 우리를 이끄신 하나님께서 장래에도 이끄실 것을 확신하여야 한다. 우리는 다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그 일을 흔들림 없이 행하며 나아가면 될 따름이다. 합신은 개혁신학에 충실하며 목양에 전념하는 충실한 목회자 양성에, 합신 총회는 개혁신학에 충실한 바른 교회를 세우며 성도를 돌보는 일에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지만 더욱 더 견실하게 그래야 할 것이다.

장래는 광야 길을 걷는 이스라엘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광야 길을 걸어왔다. 이제 우리는 광야 길에서 만나로 먹이시며 의복이 해어지지 않게 하셨고 발이 부르트지 않게 하셨음을 기억하여야 한다. 이 광야 길을 걷는 동안 우리를 보호하신 하나님께서는 우리로 하나님의 모든 말씀으로 사는 것임을 알도록 이끄셨다(신 8:2-4). 이제 우리는 이 교훈을 배운 우리의 옛일을 기억하고 우리를 시작하게 하신 하나님의 부르심에 충성해야 할 때이다. 지금은 시험의 때이다. 과연 우리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하나님께서 알고자 하심의 때이다. 우리가 나가는 길에 하나님의 신실한 사랑이 앞서가고 있음을 굳게 믿고 나가야 할 것이다. 개혁신학과 개혁교회를 세워가기에 다시금 마음을 새롭게 하고 허리를 동이고 담대하게 전진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