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왜 사람이 되셨는가?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성탄을 찬송하는 계절이다. 중세 시대 안셀무스가 “하나님은 왜 인간이 되셨는가”(Cur Deus homo)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그리고 그보다 훨씬 오랜 후에 여러 견해가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인간의 구원 문제와 관련하여 고전적인 대답이 주어졌다. 이레내우스로부터 시작해서 아타나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심지어 칼뱅은 조금씩 표현이 다르긴 하지만 인간의 구원 문제와 관련하여 답을 내놓았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대답은 하나님이 사람 되신 것은 사람이 하나님처럼 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인데 그 의미의 일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하나님 사랑의 지대한 표현이다. 사실 하나님은 여러 방식으로 사람을 사랑하시는 표를 보여주셨다. 하나님은 사랑을 사랑하시는 표로 홍해를 가르시거나 놀라운 사건을 일으키셨고, 하늘의 양식 만나 같은 사물을 수여하셨다. 또한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시는 표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다윗과 같은 사람을 보내시거나, 하늘의 천사장 가브리엘이나 미가엘 같은 천사를 보내신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것은 하나님이 사람을 사랑하신 다양한 방식 가운데 최고의 방식이다.
동시에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인간의 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의 죄는 역사를 삼킬 만큼 그리고 인류를 멸할 만큼 절대적 무거움과 심각함을 가진다. 이런 죄악을 해결하는 것은 보통의 방식을 가지고는 안 된다. 질병의 강도에 따라 치료제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 예사이다. 약한 병에는 약한 약을 사용하고 험한 병에는 강한 약을 사용하는 법이다. 그런데 인간의 범죄는 극히 악질적이라 인간이 어떤 치료제로도 스스로 해결할 수가 없다. 극악한 인간의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사람 밖에서 와야 한다. 하나님이 사람 되신 까닭은 인간의 범죄가 얼마나 악질적인지 그 방도 외에는 다른 어떤 방도로도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사람 되신 목적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관련된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인간 외에 다른 무엇이 되지 아니하셨다. 우주 만물이 하나님의 구속 대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은 식물이나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되셨다. 이새의 줄기와 다윗의 뿌리라고 불리며 자신을 포도나무라고 선언하심에도 불구하고 식물이 되지 아니하셨고, 하나님의 어린양이라고 불리며 유대 지파의 사자라고 불림에도 불구하고 동물이 되지 아니하셨다. 하나님은 오직 사람이 되셨다. 하나님이 사람 되심은 인간을 구원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 외 나머지 존재들은 인간 구원의 결과에 부속할 뿐이다.
그러면 왜 하나님은 사람이 되실 만큼 인간 구원에 목적을 두셨는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자기의 형상으로 창조하신 것은 인간에게 최고의 존귀함을 수여하신 것을 가리킨다. 인간이 소중하고 존엄한 까닭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에 있다. 하나님은 인간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역사에 보이실 뜻을 가지셨다. 인간은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주도록 지음 받은 존재이다. 인간을 포기하는 것은 창조를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실현하려는 영원하고 원대한 신적 논의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하나님은 사람이 되심으로써 인간에게 하나님의 형상을 부여하신 영원한 뜻을 회복하셨다.
하나님의 형상 회복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이 인간되심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파괴되었던 관계를 하나님 쪽에서 회복하여 다시 소통의 길을 열어주심으로써 인간이 하나님께 다가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하나님과 대화하는 존엄을 되찾은 것이다. 또한 하나님이 인간되심은 사람들이 상호간에 망가진 관계를 회복하여 서로 존중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태초에 하나님이 바라시던 인간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 되심으로써 인간은 다시 하나님 같은 존귀를 얻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성탄을 감사하는 계절에 인간의 존엄을 깊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