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증언으로서의 설교_이승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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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으로서의 설교

이승진 교수(합동신학대학원, 설교학)

 

저명한 설교학자 토마스 롱(Thomas Long)은 설교학 교과서 The Witness of Preaching에서 증언(證言, witness)으로서의 설교를 강조하였다. 설교 메시지가 증언의 특성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증언으로서의 설교 메시지를 준비하려는 설교자는 먼저 성경 내러티브 본문의 역사성을 존중해야 하며, 강단에서의 설교자의 언어와 주석서의 언어의 차별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증언으로서의 설교를 위한 첫째 필수 요건인 성경 본문의 역사성에 관하여 살펴보자! 설교의 증언은 재판관이 원고와 피고의 증언을 듣고서 피고의 범죄 사실 유무 여부를 확정하고, 이어서 범죄와 죄질에 적절한 형량을 결정하는 법정(또는 재판정)을 연상시킨다. 법정에서 증인의 증언이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면, 그 증언 내용은 과거에 분명한 목격(目擊, witness)한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강단에서 설교자의 설교가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성령 하나님의 감화 감동의 도구로 사용되려면, 그 증언하는 설교 메시지는 설교자가 성경 본문을 연구하고 묵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심령에 진리의 빛을 조명하여 깨달음의 빛을 비춰주시는 말씀-사건(Word-event)을 경험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그 설교 메시지는 설교자가 목격한 말씀 사건에 관한 신실한 증언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고, 신앙고백으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설교자의 설교 메시지가 성경 본문 연구 과정에서 목격한 말씀-사건의 증언의 가치를 발휘하려면, 두번째로 강단에서 설교자의 언어와 주석서의 언어를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강단 위의 언어는 증언이요 신앙고백이다. 하지만 설교자가 강단 아래 서재에서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로 접하는 주석서나 신학 서적은 강단 언어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제 3의 관찰자 시점, 또는 해석자의 입장에서 작성된 것이다. 하나님과 독자(설교자) 사이에 끼어든 제 3의 시점에서 마치 바둑 훈수를 두듯이 설교자의 영적인 관심을 말씀-사건으로부터 자꾸만 본문의 원어적인 의미나 문법적인 의미, 또는 본문 배후에 있음직한 역사적인 배경으로 이끌어가려고 한다. 성경 본문이 하나님의 음성으로 모든 신자들에게 보편적인 차원에서 교훈함직한 신학적인 의미는 마치 부록(附錄, appendix)처럼 살짝 덧붙여 놓은 꼴이다. 비평적인 주석서들일수록 본문의 신학적인 의미, 또는 구속사적인 의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80년대 이전에 예수 십자가를 강조했던 설교 메시지를 통해서 회심을 경험했던 설교자들은, 설교가 증언이요 말씀-사건이고, 신앙고백임을 잘 이해한다. 그래서 이들은 이러한 비평적인 주석서들의 함정을 잘 피해서 어떤 본문을 설교하든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피묻은 십자가 은혜가 충만한 설교 메시지를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회심 체험이 부족하거나 90년대 이후 미지근한 신앙생활 속에서 신학교에 입학했고, 때마침 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쏟아진 주석서로 설교 메시지를 준비해보려는 신학생과 목회자라면 그 설교 메시지의 상당부분은 설교자가 말씀 묵상과 연구 과정에서 자신의 심령의 눈이 말씀-사건에 부딧친 목격 사건으로서의 설교 메시지보다는 그저 성경 본문에 대한 제3의 관찰자 시점에서 자세히 풀어 놓은 메시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런 메시지는 성부 하나님께서 창세 전에 무조건적으로 선택하신 피택자의 심령에 성령 하나님께서 새롭게 창조하시며 깨어나게 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불가항력적인 은혜의 역사로 사용되지 못하고 옛사람의 타락한 하나님의 형상에 불과한 옛지성과 옛정서, 그리고 옛의지만을 자극할 뿐이다. 오직 설교자가 성경 본문을 묵상하고 연구한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말씀-사건에 대한 증언만이, 성령 하나님께서 성도들 속에 불가항력적인 은혜로 베푸신 믿음을 새롭게 일깨우고 견고하게 믿음을 지키도록 위로하고 격려하는 은혜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강단의 설교 메시지가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능력으로 역사하도록 하려면, 설교자는 성경 연구와 묵상 과정에서 하나님의 말씀-사건을 경험해야 하고, 그렇게 경험하고 목격한 하나님의 은혜와 십자가 사건을 강단에서 성령 하나님의 불가항력적인 은혜의 역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신앙고백의 차원에서 선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