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세계 교회사 21] 교회사 용어해설 : 죄 죽임_안상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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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용어해설 : 죄 죽임(Mortification of Sin)

안상혁 교수(합신 역사신학)

 

성화와 죄죽임

중생한 신자는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의 능력으로, 또한 내주하시는 성령님으로 말미암아 거룩하게 하심을 받는다. 신자의 성화는 흔히 죽임(mortification)과 소생(vivification)으로 설명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이 두 가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온몸에 대한 죄의 지배는 파괴되고 이것으로 인한 여러 욕정은 점점 더 약화되며 죽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모든 구원하는 은혜 안에서 점점 더 살아나고 강해져서 참된 거룩함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WFC 13.1)

여기서 죽임은 흔히 ‘죄 죽임’, 곧 ‘죄에 대하여 죽는 것’(벧전 2:24,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라”), 혹은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는 것’(골 3:5,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을 의미한다.

죄 죽임의 특징 다섯 가지

존 오웬이나 사무엘 루더포드가 말하는 죄 죽임은 다음의 특징을 가진다. 첫째, 죄 죽임은 새로운 출생, 곧 중생을 전제로 한다. 이는 자연적, 철학적, 도덕적, 그리고 사회적인 죽임 등과 구별되며, 오직 그리스도를 믿고 거듭난 신자만이 죄 죽임을 실천할 수 있다. 참된 의미의 죄 죽임이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구세주를 믿는 믿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따라서 신자의 죄 죽임 교리는 참 신자 안에도 죄가 내주한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셋째, 신자의 죄 죽임은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그 기원을 둔다. 넷째, ‘성화의 영’ 곧 성령님의 통치가 이루어질 때 신자의 죄 죽임이 가능해진다. 다섯째, 죄 죽임은 옛 사람 전체의 사망을 의미한다. 이는 성화의 대상이 신자의 전체 인격과 삶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죄죽임과 율법 폐기론

16-17세기 개혁파 전통 안에서 죄 죽임이 강조된 것은 건전하지 못한 율법 폐기론이 확산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율법폐기론자인 헨리 덴(Henry Denne, c.1606-1660)에 따르면, 죄 죽임이란 “그리스도의 몸에 의해 죄가 죽임당한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루더포드는 율법폐기론에 있어 죄 죽임은 그리스도에 의해 전가된 죄 죽임(imputative mortification)을 믿는 일종의 믿음의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성경은 신자로 하여금 자신 안에 내주하는 죄에 대해 실제적으로 죄 죽임을 실천해야한다고 가르친다(갈 6:14). 신자인 다윗이 범했고 회개한 죄는 이름뿐이 아닌 실제 죄였다.

루더포드는 칼뱅의 견해를 인용하며 칼뱅 시대의 자유방임론자들(Libertines)과 자기 시대의 율법폐기론자들, 곧 헨리 덴, 존 솔트마쉬(John Saltmarsh, d. 1647), 로버트 타운(Robert Towne, 1593-1663). 그리고 존 이튼(John Eaton, fl. 1619) 사이의 유사성을 비교한다.

일례로, “죄를 감각하지 않는 것이 곧 죄 죽임”이라는 생각이 이들 사이의 공통점이라고 루더포드는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 안에서 칼뱅 시대의 자유방임론자들과 율법폐기론자들은 모두 겉으로는 엣 사람이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은혜를 오용하고 신자의 삶에서 모든 거룩을 파괴시킨다고 루더포드는 말한다. 이에 비해 성경에 계시된 그리스도의 죽음은 신자들에게 자신의 정욕을 죽이라고 가르친다.

 

무엇에 대해 죽어야 하는가?

신자는 무엇에 대해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는가? 루더포드는 갈 6:14에 근거하여 신자는 ‘세상’에 대해 죽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세상은 여섯 가지 항목을 포함한다.

첫째, 신자는 옛 자아에 대해 죽어야 한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신자는 새로운 자아를 소유하게 되었다. 이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나’이다(갈 2:20). 둘째, 죄 죽임은 의지에 있어서 죽음을 요구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라고 기도하셨다. 셋째, 우리의 생명이 죄 죽임의 대상이다. 바울은 예수님께 받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행 20:23-24). 신자가 자신의 생명에 대해 죄 죽임을 실천한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미워하는 것을 의미한다(눅 14:26). 넷째, 신자는 자신의 지혜에 대해서 죽어야 한다. 복음의 지혜와 비교할 때, 세상의 지혜는 어리석기 때문이다(고전 1:18-19). 신자는 세상의 지혜에 대해 죽지 않는 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없다. 다섯째, 세상의 책과 학문에 대해서도 죽어야 한다.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전12:12). 우리의 지성은 교만하고 거만하다. 이 때문에 신자는 지식에 대한 죄 죽임을 실천해야 한다. 여섯째, 신자는 맘몬에 대해서 죽어야 한다. 한 조각의 빵조차 살 수 없는 가난한 자일지라도 그 마음에는 일확천금에 대한 파도와 같이 넘실거리는 욕구가 존재한다. 타락한 인류는 욕망이라는 병에 걸려 있다. 신자는 재물을 포함하는 피조물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억제할 수 없는 정욕들에 대해서 죄 죽임을 실천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