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노 이야기 17] 사건과 함께: 벽보 사건

0
74

사건과 함께: 벽보 사건

1534년, 깊어가는 가을밤에 프랑스 종교의 양분을 결정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0월 17일에서 18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가톨릭을 정면으로 신랄하게 비판하는 포스터가 파리를 비롯해서 블루와, 루왕, 뚜르, 오를레앙 같은 주요 도시들에 나붙은 것이다. 심지어 이 벽보는 마침 엉부와즈에 머물고 있던 국왕 프랑수와 1세의 침실 문에도 붙었다. 이것은 기욤 파렐의 영향 아래 있는 스위스 뇌샤텔의 엉뚜완 마르꾸르 목사가 작성하고 삐에르 방글이 인쇄한 것이다. 한 장짜리 전단지는 37x25cm 크기(A4 용지보다 조금 큰)에 66줄을 담고 있는데, 제목과 서문에 이어 네 항목으로 구성되었고, 난외에는 참고 성경 구절들이 적혀 있다.

벽보는 “우리 주님 유일한 중보자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찬에 정반대로 발명된 교황 미사의 가증하고 중대하고 끔찍한 오용에 관한 참된 논설들”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그 아래 서문이 이어진다. “나는 하늘과 땅을 화려하고 성대한 교황 미사에 반대하는 진리의 증인으로 채택한다. 교황 미사로 말미암아(하나님이 곧 치료해주시지 않는다면) 세상은 완전히 파괴되고, 멸망하며, 무용해지고, 황폐한 상태이며 그렇게 될 것이다. 교황 미사 때문에 우리 주님이 그토록 심하게 모욕당하시고 백성은 미혹되어 맹신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더 이상 참거나 견뎌서는 안 된다.”

첫째 항목은 가톨릭 사제들을 비판한다. 하나님이 영원히 정하신 큰 감독과 목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거룩하게 만들기 위해 자기의 몸, 자기의 영혼, 자기의 생명, 자신의 피를 가장 온전한 희생물로 주셨다는 것은 반복될 수 없는 가장 확실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에 가득한 역겨운 사제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마치 우리의 속죄자인 것처럼 살아있는 많은 자들 뿐 아니라 죽은 많은 자들의 구원을 위해 합당한 제물을 하나님께 드리고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둘째 항목은 가톨릭의 미사를 공격한다. 악한 미사로 말미암아 온 세상에 우상숭배가 공개적으로 선동되었다는 것이다. 가톨릭은 빵과 포도주 아래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실제로 완벽하게 포함되어 숨겨져 있다는 거짓말을 가르치지만,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후에 하늘로 올라가셔서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의 우편에 앉아계시며 장차 살아있는 자들과 죽은 자들을 심판하러 오실 것이라고 가르친다. 결과적으로 그의 몸이 하늘에 있다면 동시에 땅에 있지 않은 것이다.

셋째 항목은 화체설에 대한 비난이다. 사제들이 손가락으로 집은 빵과 잔에 담은 포도주 위에 입김을 불거나 말한 후에는 본질변화로 말미암아 예수 그리스도가 빵과 포도주의 사건 아래 숨겨지고 포함된다는 가르침은 미친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질변화”라는 단어는 성경의 기자들은 물론이고 교부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없는 가톨릭의 조악한 발명품이다.

넷째 항목은 가톨릭의 미사를 벨리알의 것으로 규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찬은 공개적으로 신앙을 고백하고, 구원에 대한 확신을 이루며,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수난을 실제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러나 미사의 열매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인식이 전적으로 사라져버렸고, 복음의 선포는 결여되었다. 종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의식을 치르고,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고, 복장을 차리고, 여러 몸짓을 하느라 시간이 바쁘다. 이로 말미암아 가련한 세상이 속임 당한 양떼처럼 되었고, 미혹하는 늑대들에게 먹히고 물어뜯기고 찢겼다.

프랑수와1세는 침실 문에 붙은 벽보를 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종교개혁을 인문주의 일파로 온건하게 대하면서, 멜란히톤을 초청하여 신교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벽보 사건으로 말미암아 그의 마음은 신교를 반대하는 쪽으로 급선회하였다.

 

프랑스 위그노 연구소(대표 : 조병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