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세계 교회사 17] 개혁파 정통주의(Reformed Orthodoxy)_안상혁 교수

0
266

개혁파 정통주의(Reformed Orthodoxy)

안상혁 교수(합신, 역사신학)

 

개혁파 정통주의란?

정통주의는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안에서 신학이 체계화되고 발전되는 특정 시기를 가리킨다. 넓게 보아 종교개혁 이후(Post-Reformation), 혹은 근대 초에 해당하는 16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까지의 시기에 해당한다. 개혁파 정통주의는 정통주의 안에서 개혁파 신앙고백과 연결된 신학적 입장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특히 칼빈의 신학 전통을 계승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종종 ‘칼빈파 정통주의’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기로 구분해 본 개혁파 정통주의

리처드 A. 멀러는 정통주의를 초기(1565~1640), 절정기(1640~1725), 말기(1725~1770)로 구분하고, 앞의 두 시기를 각각 도르트 총회(1618)와 낭트 칙령(1685)을 중심으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세분하였다. 그 결과 정통주의를 총 다섯 개의 시기로 구분하였다. 위트레흐트 대학의 역사신학자 빌렘 반 아셀트는 좀 더 단순하게 초기(1560~1620), 절정기(1620~1700), 말기(1700~1790)의 세 시기로 구분하고, 각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프란시스쿠스 유니우스(d.1602), 프란시스쿠스 투레티누스(d.1687), 그리고 베네딕트 픽테트(d.1724)를 제시했다.

시기적으로 구분해 본 대표적 인물들

개혁파 정통주의 초기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유니우스 이외에도 대륙의 테오도르 베자와 아만두스 폴라누스, 영국의 윌리엄 퍼킨스와 토마스 카트라이트 등이 있으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벨직 신앙고백》, 《도르트 신경》 등이 이 시기에 작성되었다.

개혁파 정통주의 절정기에 대륙에서는 《스위스 일치신조》가, 영국에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포함하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가 작성되었다. 투레티누스 외에도 윌리엄 에임스, 프란시스쿠스 고마루스, 피에르 드물린, 기스베르투스 푸치우스, 요하네스 코케이우스, 앤서니 버지스, 사무엘 루더포드, 데이비드 딕슨, 토마스 굿윈, 그리고 존 오웬 등과 같은 유명한 인물들이 절정기에 활동했다.

개혁파 정통주의 말기는 네덜란드의 나더러 레포르마치(제2종교개혁, De Nadere Reformatie)의 후반기와 대략 일치한다. 픽테트 이외에도 헤르만 위트시우스, 페트루스 반 마스트리히트, 토마스 보스톤, 존 길 등과 같은 인물이 활동하였다. 한편 이 시기에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아 기존의 신학 방법론과 성경해석을 거절하고 신학적인 탈 고백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개혁파 정통주의는 점차 쇠퇴했는데 장 알폰스 투레틴(d.1737)이 이러한 새로운 흐름을 대표하였다.

논쟁적 상황에서의 개혁파 정통주의

개혁파 정통주의의 절정기를 대표하는 투레티누스의 대표작 『변증신학 강요』는 로마 가톨릭과 예수회, 유대교, 재세례파, 아르미니우스주의(항론파), 소키누스주의 등은 물론 루터파나 아미로주의 등의 도전에 대해 성경적인 개혁파 신학을 적극적으로 변증한 저술로 유명하다. 이는 개혁파 정통주의의 특징을 시대적 정황 안에서 고찰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 시기의 신학자들은 신학적이며 철학적으로 논쟁적인 정황 속에서 종교개혁의 신학을 더욱 체계화시켰고, 신학적 쟁점과 술어들을 명료화시켰으며, 스콜라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여 정통신학을 변증할 필요를 절감하였다.

종교개혁과 개혁파 정통주의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학계는 주로 종교개혁과 개혁파 정통주의 사이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두 시기 사이의 단절성은 ‘칼빈주의자들에게 대항하는 칼빈’ 테제에 의해 자극적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단절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정통주의 신학 안에 있는 스콜라주의적 요소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20세기 후반부터 16-17세기의 일차 사료에 근거한 광범한 연구가 새롭게 진행되면서, 개신교 스콜라주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대다수의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자들에게 스콜라주의란 일종의 신학 방법론이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났다. 종교개혁의 후예들은 종교개혁으로부터 일탈했다기보다는 정교한 방법론을 일종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오히려 종교개혁이 발견한 성경의 진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변증했다는 사실이 상당 부분 입증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연구자들은 종교개혁과 개혁파 정통주의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라는 주제를 더욱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