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역자들의 함정_양승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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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자들의 함정

양승헌 목사(세대로교회)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땅이 걸어지는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사역을 하면 할수록 인격과 성품이 성숙하고, 지혜와 거룩한 영향력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저 자신만 보아도, 흔히는 그렇게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꿈과 열정으로 시작한 사역은 시간이 감에 따라 익숙해지고, 식상해지다, 끝내는 힘겨운 노역으로 변하기 일쑤입니다.

영광스런 사역을 감동도 감사도 열정도 없이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사역 기술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탄이 사역자들 앞에 놓은 함정을 잘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태복음 20장을 공부하다가, 여러 사역을 섬겨 오면서 제가 경험했던 사탄의 가장 음험하고 위험한 함정의 실체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역자가 빠지기 쉬운 첫째 함정은 공로주의 함정입니다. 내가 바친 헌신과 희생의 공로를 주장하고 싶어집니다. 그것에 대한 합당한 인정과 찬사와 예우가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을 때 섭섭한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의 은혜에 빚진 채무자의 입장에서, 하나님께 나의 헌신과 희생을 꾸어드린 채권자의 입장으로 바뀐 것입니다. 은혜를 잊어버리면 곧바로 공로주의, 보상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역자가 빠지기 쉬운 두 번째 함정은 동기가 변질되는 함정입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우리의 사역의 동기는 우리 주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그런데 사역을 하다보면, 나 자신의 명예, 평판, 성취감, 성공, 인정을 위해서 열심을 다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게 됩니다. 우리의 헌신의 동기가 주님으로부터 내게로 이동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신의 왕국을 세우는 자신의 종이 되고 마는 것을 느낍니다.

크리스천 사역자가 빠지기 쉬운 세 번째 함정은 과업주의 함정입니다. 처음 소명을 받고 두려움과 긴장 속에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붙여 주신 사람들을 천군만마처럼 소중히 여깁니다. 그러나 사역의 규모가 커지면 사람들과의 관계는 재정, 경영, 조직, 프로젝트에 묻히게 됩니다. 일이 더 커보이고 사람이 작게 보이기 시작하면, 사람을 우리 사역의 대상이 아닌 도구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천 사역자가 빠지기 쉬운 네번째 함정은 분주함의 함정입니다. 사역은 눈덩이처럼 자꾸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바쁜 일들은 시간적으로만 우리를 압박할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까지 압박합니다. 어떤 날 성경 한 귀절도 읽지 못한 채, 기도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저물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계속되면 감사도, 감동도, 설렘도, 신선함도 없는 기계적 사역은 영육간의 건강을 잃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네 가지 함정을 미리 간파하고 피해가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됩니다. 함정에 빠지면, 우리 사역은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남에게 축복이 되지도, 나를 성숙케하지도 못하니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해보니, 비결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그리 하셨듯, 매일 아침 하나님 앞에 가지는 영적 상참(常參)을 목숨처럼 지켜가는 길 외엔 다른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수님과 함께 있고 예수님과 함께 일하는 세월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예수님을 닮아가며 그의 충만함을 드러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