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름 집중교육을 앞두고

0
46

여름 집중교육을 앞두고

지금은 집중교육의 계절이다. 감염병 때문에 서너 해 연기해 오던, 성경학교와 수련회 같은 여름 집중교육 과정들이 대거로 준비되고 진행될 시점에 있다. 이 기회에 교회교육을 원칙적인 면에서 점검해보는 것이 좋겠다. 감염병 이전의 방식을 아무 비판 없이 그대로 채용하는 것도 한 방도이겠지만, 과연 그것이 옳았는지 재고해봄직하다는 말이다. 사실 과거의 교육과정은 참여의 성과를 올리는 데 치중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참석인원의 최대화라는 성과를 올리는 위주로 편성된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었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참석자들이 재미를 느꼈는지 체크하는 데 민감했고, 재미에 대한 피드백이 다음 교육과정의 방향을 결정짓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물론 모든 모임에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일부러 교육과정을 재미없게 만들 필요까지는 없고, 재미없는 모임을 마치 건전한 모임인 양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교회교육의 주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회는 성경을 가르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이미 교회교육이라고 볼 수가 없다. 어떤 프로그램을 짜든지 궁극적인 목적은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다. 예컨대, 성경학교와 수련회에서 뜀박질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그것도 성경을 배우는 일환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성경을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성경의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다. 성경이 진술하는 내용들을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사건일 경우에는 시공간, 등장인물, 흐름 같은 내러티브를 파악하는 것이며, 담화일 경우에는 주제, 전개의 논리, 문맥 등 논점을 납득하는 것이다. 교회교육에서 성경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게 하고, 교리의 지식을 풍성하게 쌓아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성경교육이 문자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거나 교리교육이 이성적으로 지식을 축적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성경을 정확하게 알고 교리를 분명하게 알수록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잘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성경을 가르치는 진정한 목적은 구원의 도리와 관련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죄인 됨과 세상의 죄악 됨을 성경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 성경을 통해서 인간의 타락과 범죄를 가르쳐야 하며 세상의 부패와 악독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인간이 죄인이라는 본성은 아이나 어른이 다를 바가 없고, 세상이 오염되었다는 본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죄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며, 사람의 행위와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구원의 가르침으로부터 인간은 통제되지 않으면 방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그 다음 교육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성경을 통해서 인간의 부패한 본질을 끊임없이 회개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신자는 진정한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성경으로부터 배운다. 세상 사람들이 현생의 만족과 육체의 건강과 물질의 축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을 때, 신자는 현생 뿐 아니라 영원을, 육체 뿐 아니라 영혼을, 물질 뿐 아니라 신앙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신자는 비신자가 추구하는 것과 다른 가치관을 확립한다. 쉬운 예를 들면, 신발의 제일 가치를 모양, 색깔, 상표가 아니라 안정된 걷기에 두는 것이다. 성경 교육은 신자가 가치의 우선순위를 혼동하지 않도록 방지해 준다.

오늘날 편리주의는 세상에서 최고의 우상이 된 것처럼 보인다. 불편함 가운데서도 행복했던 시대가 있었지만, 편리주의가 세계를 제패하면서 모든 영역에서 기계식보다는 전자식이 왕 노릇을 한다. 편리함을 얻기 위해 인공지능의 첨단화와 실용화가 통제를 벗어난 바벨탑 쌓기처럼 위험할 정도로 만연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성경 교육만이 다른 세계관을 가르친다. 우리는 성경을 가르침으로써 인간이 본성적으로 갈망하는 편리함에 절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길러 주고, 편리함을 우상으로 삼는 세계관에 저항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이번 집중교육은 여름을 즐겁고 시원하게 보내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성경과 교리를 배우며 구원의 도리를 확인하고 가치관과 세계관을 정립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