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세속의 파도 속에 살아가는 다음 세대를 위해_이동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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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파도 속에 살아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이동열 교수(합신, 기독교교육)

기독교는 명실상부 지난 시대 주류 세계관으로 존재해 왔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대부분 가치들과 교리들이 세상에서 상식으로 받아들여졌고 기독교적 가치 하에 문화가 융성했다. 하지만 오늘날 기독교적 가치로 세워진 수많은 단체, 학문, 기관들은 상당수 세속화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사고와 학문의 영역, 지식 체계와 진리 여부를 결정하는 대학가에서 주도권을 상실함으로 기독교적 가치는 전방위적으로 세속화의 공격을 받고 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세속화의 파도에 맞서기 위해 많은 교회 사역자와 가정의 부모들이 취하는 전략은 고립주의이다. 세속의 영향으로부터 다음 세대를 지키기 위해 거대한 요새를 쌓는다. 이 작업은 대부분 치열한 검열과 차단으로 이루어진다. 눈에 불을 켜고 자녀들이 접하는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게임, 책 등을 검열하여 어떻게든 차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아이들이 세속 주의의 온상인 대학가에 발을 들이는 순간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버린다. 오늘날 많은 통계들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50% 이상의 아이들이 교회와 신앙을 떠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남은 아이들 중 신앙을 삶, 특히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문과 졸업한 이후 갖는 직업에 연결시켜 성경적 세계관대로 살아가는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세속의 파도에 결국 무너질 성을 쌓기보다 거친 파도 위에서 멋지게 서핑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초대교회는 어떻게 그리스, 로마 제국의 범람하는 사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앙을 지켜내었는가? 종교 개혁자들은 어떻게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던 가톨릭의 이단적 사상들에 맞서 개혁을 이끌어 내었는가? 당시 사상들을 연구하고 성경적으로 비판하고 변증하는 과정 가운데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품고, 목숨까지 내걸고 진정성 있게 믿는 바대로 살아내며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어린 아이와 같은 믿음은 덮어 놓고 질문하지 않고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신앙이 아니다. 프란시스 쉐퍼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는지, 이해될 때까지 집요하게 묻는지 반문한다.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신앙과 교회를 떠나는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굳게 믿음을 지키며 믿음대로 살아내었던 소수 아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가정의 부모 혹은 교회의 어른들이 자신의 신앙 고민과 의심과 질문들에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었다고 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신앙적 의심들을 표현하고 질문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칠수록 영적으로 신앙적으로 더욱 성숙하는 것이다.

대부분 교회들이 전도와 선교와 긍휼 사역에 많은 관심과 자원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이고 융성시켜야 하는 사역은 변증과 교육이다. 교회는 오늘날 쏟아지는 세속주의와 세속화를 연구하고 비판해야 한다. 문화에 스민 세속적 영향들을 발견하고 걸러 내어 모든 영역을 다시 성경적 가치로 바로잡아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 바른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침과 동시에 세상의 다양한 신념 체계들도 가르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학문, 직장, 결혼, 가정, 여가, 봉사, 교육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따라 살아가며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도록 해야 한다. 세속화의 파도가 몰아치는 세상 속에서 거대한 파도 앞에 두려워 도망하거나 바다에 완전히 잠식되어 허우적거리지 않고 그 위에서 멋지게 파도를 타도록 가르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