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세계 교회사 4] 로마 제국 아래서의 복음 전파_박상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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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 아래서의 복음 전파

박상봉 교수(합신, 역사신학)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승천하신 후에 오순절 강림 사건으로 교회가 세워지고 구원의 복된 소식(복음)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 ‘때’는 우연히 온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온 세계로 전파될 수 있는 여건이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복음은 로마 제국의 정치적인, 문화적인 그리고 종교적인 조건 속에서 ‘그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해가 뜨는 곳에서부터 해가 지는 곳까지 증거될 수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정치적인 면에서 로마 제국은 동서로는 페르시아로부터 영국까지, 남북으로는 지중해를 끼고 사하라 사막에서부터 북부 독일에까지 이르렀다. 처음 교회가 세워지고 복음이 곳곳으로 퍼져나가던 시대인 1-2세기에 로마 제국은 합리적인 통치와 강력한 군사력으로 ‘로마의 평화’(Pax Romana / BC. 27 – AD. 180)를 유지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사도들과 복음전도자들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한 지방에서 다른 지방으로 움직이는 데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았다. 특별히, 로마 제국 전역으로 단단한 돌로 깔린 훌륭한 도로 시설은 사람들이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로마의 도로는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한 “기독교”가 시리아와 로마를 비롯하여 소아시아, 애굽, 북아프리카, 스페인 그리고 갈리아(Gallia)에까지 신속히 퍼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 것이다.

다음으로, 다양한 인종들이 로마 제국의 통치 아래 공존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문화적인 면에서 그들은 세상과 삶에 대한 지적인 답변을 제공했던 헬라 문화의 영향 아래 놓여 있었다. 로마의 힘과 법이 제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주관했다면,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지배했던 것은 헬라 문화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로마 제국의 지배적인 언어도 헬라어였다. 그래서 복음 전파를 위해 사용된 언어와 신약 성경이 기록된 언어도 헬라어였다. 사도들과 복음전도자들은 ‘국제어’로서 헬라어만 사용할 수 있으면 로마 제국의 어떤 지역에서든지 복음을 증거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끝으로, 종교적인 면에서 일부 배움이 있는 사람들은 헬라 철학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지만, 그러나 대다수 배움이 없는 대중들은 종교에서 도움을 얻고자 했다. 당시 로마 제국 안에서는 크게 세 가지 종교가 대중들 속에 깊이 침투해 있었다. 대표적으로 황제를 숭배하는 국가종교, 자연이나 미신에 의존하는 자연종교, 인도, 페르시아, 바벨론, 이집트에서 들어온 비밀의식을 통해서 구원을 얻는다고 믿는 신비종교 등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종교들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근본 문제나 영혼의 갈급함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을 주지 못했다. 더욱이, 로마 제국의 극심한 타락과 관련하여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면에서도 그 사회에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람의 본성 안에 심겨있는 ‘참된 진리와 구원을 추구하는 종교적인 씨앗’은 당시 로마 제국 안에서 유행하는 종교들보다 더 나은 참된 종교를 갈망하게 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당시 사람들에게 참된 종교로서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 복음은 로마 제국의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인 조건 아래서 사도들과 복음전도자들을 통해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온 세상으로 전파되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영원 전에 계획하신 위대한 구원의 역사를 이루시기 위해 하나님은 로마 제국의 가장 안정기 때 메시아이신 예수를 보내시고, 그분의 복음이 땅끝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