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약점과 결핍에도 감사_가정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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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과 결핍에도 감사

가정호 목사(부산 세대로교회)

 

어제 사역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나의 뇌는 어제가 주일이라 기억했었나보다. 월요일 아침 8시 10분에 서면 쪽에 있는 복지재단 신우회에 설교를 하러 가기로 되어 있었다.

눈을 뜬 시간이 아침 8시였다. 너무 놀랐다. 아무리 빨리 가도 정한시간까지 그곳에 갈 수가 없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전화를 했다. “제가 늦게 일어나서 설교하러 갈 수 없겠습니다.”

전화를 받는 분이 “목사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늘은 주일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오늘은 주일이었다. 갑자기 긴장이 풀렸다. 맞아 오늘은 주일이구나. 크게 한숨을 쉬며 혼자 고백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오늘 뿐 아니라 가끔 주일 아침에 눈을 뜨고 오늘이 주일이라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 그만큼 내가 넉넉한 사람이 되어 있음에 감사한다.

어떤 이들이 “목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고 핀잔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이런 내가 좋다. 어쩌면 약점이나 결핍 같아 보이는 이런 모습이 좋다. 이런 모습에 대해서 주님께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워하는지 모른다.

나는 예배당과 종교로서의 기독교로부터 자유한 성도로 살아가는 중이다. 어려서 부터 교회 가는 일, 예배당에 가는 일이 내게는 몸에 밴 습관이었다. 그래서 내가 탁월한 그리스도인이 되었던가? 자문해 보면 자신이 없었다.

종교적 습관을 떠나 참 그리스도인, 진리의 말씀, 계시의존적 사색을 통해 일상의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훈련을 몇 년 째 하고 있다. 비로소 목사로 사는 일보다 성도로 사는 일에 넉넉한 자유인이 되었다.

요즘 교회 가는 일이 즐겁다. 가서 성도들과 함께 조용히 예배드리고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고, 커피를 내려 한 사람 한 사람 손에 들려드리면서 이런 저런 주제로 대화하는 일이 즐겁다.

주중에도 그렇다. 기윤실 사역을 하고, 창발적인 사색을 하고, 다양한 줌라인 스터디를 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일이 그렇게 기쁘다.

요즘 개척교회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익명성이 극대화 된 사회, 위험수위가 극단에 달한 사회, 우울사회를 버겁게 살아가는 성도들과 지내면서 개척교회라는 말이 가진 위험성을 벗어나기로 했다.

개척교회라는 말보다 소그룹 교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여기저기서 대화할 때 그렇게 한다. 때로 소그룹 교회라는 표현보다 더 좋은 어휘의 교회 표현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소수교회”라는 표현도 생각해 보는 중이다.

오해할까 두렵지만, 성도가 더 많아지기를 지나치게 욕망하는 생각을 버린 교회, 주신 성도 한 사람이라도 더 깊이 살피고, 더 깊이 이해하고, 더 깊이 주께로 인도하는 깊이 있는 교회, 농익은 교회, 성숙한 교회를 사모하는 중이다.

자식도 많으면 사랑과 돌봄의 깊이가 흐트러지는 것을 경험했다. 물론 큰 자식이 작은 자식을 돌보는 경향도 없지 않으나 자식들은 결국 부모와 일대일로 깊이 있는 대화를 생각보다 많이 나누어야 질적 특성이 강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질적 특성이 좋아지면 그때 한 분 한 분 늘어가도 넉넉한 것이 교회의 본성이라 생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전인격적인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은 공동체에 숫자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이 오히려 겸손한 목양임을 갈수록 더 느끼는 중이다. 그래서 여러모로 약점과 결핍이 있는 부분들도 감사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