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107회기 총회장 김만형 목사와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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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회기 총회장 김만형 목사와의 대담

일시 : 2022년 9월 21일

대담 : 김만형 총회장(사진 우측), 박부민 편집국장

 

●편집국장 : 큰 책임을 맡으셨습니다. 107회기 총회장이 되신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만형 총회장 : 저는 한 번도 이런 역할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하나님이 왜 이렇게 인도하실까 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 20여 년 전부터 좀 더 낮아지는,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유명세를 타면서 활동을 많이 했는데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저를 선택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해부터 많은 분들이 저에게 기대를 표현해 주셨습니다. 사실 총회장의 역할은 제한적임을 잘 아시면서도 합신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 달라는 것입니다. 교단 안팎에서 영향력을 끼쳐달라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부담이 많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 동역자들의 신뢰를 통해서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으로 받으려고 합니다. 이제 평소 총회와 한국교회를 위해서 생각했던 것들을 그대로 드러내려고 합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지난 45년의 목회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게 하셨는데 그런 것들을 잘 드러내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를 위한 역할을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국장 : 취임사에서 강조하신 합신의 정신이란 요약하자면 무엇일까요?
●김만형 총회장 : 합신 정신은 합신총회선언문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 성경의 객관적 권위, 구원의 전적 은혜성,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그의 몸으로서의 교회, 그리고 섬기는 자세, 경건생활, 정화와 개혁, 진리운동, 회개와 용서와 관용, 화목 합동운동, 국내 교회와 세계교회와 우호적 유대관계를 위해 힘쓰는 것 등입니다.

그 내용들을 자세히 보십시오. 거기에는 바른 신학이 있습니다. 바른 가치가 있습니다. 아울러 용기가 있습니다. 진취력이 있습니다. 우리 선배들의 정신이 배어 있습니다.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말씀에 든든히 서서 행동하는 기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합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묻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합신 정신입니다.

위기를 당하면 늘 기초가 든든한 것이 중요합니다. 그 기초는 신학이요, 철학입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철학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철학은 분명한 행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합신 정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합신정신을 갖고 40여 년 동안 사역한 한 선배의 말을 기억합니다. “박윤선 목사님이 농촌에 가서 교회를 하라는 말씀에 순종해서 지금까지 충성했습니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이지 않습니까? 합신 정신은 고난의 시대, 고통의 시대, 침체의 시대를 돌파하게 합니다. 어려움도 기꺼이 감당하게 할 것입니다. 돌아보면 저의 삶의 여정도 그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국장 : 말씀의 실력을 기초로 컨텍스트 이해를 위한 사회 인류학적 실력을 키우자고 하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에 합신이 힘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만형 총회장 : 저의 경험으로 볼 때 실력을 쌓는 것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알다시피 실력은 자신감을 갖게 합니다. 우리 인격의 그릇을 키워줍니다. 실력은 사람을 유연하게 합니다. 분별력도 갖게 합니다. 모든 것들 여유롭게 다룰 수 있게 합니다. 우리 목회자들은 복음의 실력, 말씀의 실력을 계속 키워 나가야 합니다. 한 은퇴 목사님에게 “은퇴하시고 말씀을 전하기가 어떠세요”라고 질문했더니 “지금도 하나님이 말씀을 주시는데!”라고 대답하시더군요. 이런 경험이 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 목회자들은 사람의 행동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 문화 인류학적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목회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컨텍스트라고 합니다. 컨텍스트 이해를 돕는 것이 바로 사회학, 문화인류학입니다. 우리는 다른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겸허히 그리고 열심히 배워야 합니다.

또한 목회현장을 분석하고 대안을 만들고 통합하는 실력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목회에 발전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역을 합니다. 목적을 가지고 합니다. 이어서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그 목적을 잘 이루었는지 분석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가 어떤지를 확인하고,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가는 인식론의 과정입니다. 이렇게 실력을 키울 때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 실수만 없어도 잘 사는 인생이 됩니다. 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수를 줄여야 합니다. 여러 방면에 실력을 쌓는 것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편집국장 : 세간에는 미래위원회 같은 기구를 작동케 하는 단체들이 많습니다. 인구 감소, 세대 간극, 팬데믹 등의 재해,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격동하는 현재와 직면한 미래에 관련한 합신 교단의 구체적 대책은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김만형 총회장 : 많이들 아시지만 수년 전 총회에서 상비부를 재편하는 안을 정책위원회를 통해 제안했습니다. 3년 간 논의됐지만 한 부서의 활동을 제한한다고 반대를 하면서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래, 다음세대를 준비하자면서 교회를 깨우는 일에 나름 오랫동안 헌신해 왔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전략적인 아이디어를 준비해야 하므로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일을 주저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이 일을 준비하지 않으면 5~10년 안에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외람되지만 제가 1992년에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21세기를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21세기를 말하는 일이 드물 때입니다. 제가 한국교회를 향해 ‘앞으로 5년 후면 교회에서 젊은 세대들이 빠져 나갈 것이다. 지금 준비하자.’고 외쳤는데 큰 반응 없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더군요. 정확히 1990년대 말 한국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다음세대 사역은 동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합니다.

우리 합신도 고민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미래 지도자들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그들의 지도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 침체 시대에 복음의 역동성을 어떻게 키워 나가야 할지, 도시개척교회와 농어촌교회들을 더 든든히 세워 나갈 방안은 무엇인지, 합신의 교회들이 더 건강하게 설 수 있도록 어떻게 응원할지, 교단적으로 교회개척을 감당할 부분은 없는지, 합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처음의 개혁운동을 지속적으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과 같은 것입니다. 고민하는 분들과 현장 경험을 가진 분들,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진 분들이 머리를 맞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편집국장 : 사실 회기당 총회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107회기에서 꼭 발전시키거나 창의적으로 섬기고 싶으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만형 총회장 : 교단 내적으로는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합신의 정신을 좀 더 강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합신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분들이 은퇴하거나 이제 거의 은퇴하는 시점입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우리와 함께 있을 때 처음의 정신을 좀 더 날카롭게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선배들은 투박하게 개혁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정신과 내용을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하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 안에 학습공동체를 많이 갖도록 하고 싶습니다. 사역자는 계속 배워야 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그 상황을 돌파하려고 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배워야 합니다. 이런 일을 위해서는 다양한 학습공동체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관심을 같이 한 분들끼리 서로 연대하도록 돕고, 노회들이 그런 기회를 만들도록 돕겠습니다.

네트워크 구축도 하려고 합니다. 교단 안에 있는 다양한 자원을 가진 분들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단 안의 연약한 교회나 필요를 가진 교회들이 도움을 얻도록 하는 것입니다. 법률지원단, 부동산자문단, 대정부협력지원단, 의료지원단, 건축및 건물유지보수 지원단 등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합신 정신을 가진 분들의 연대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앞으로 합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포스트를 심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부분에 있어서는 기초적인 전략을 구축할까 합니다.

기도운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노회별로 연합기도회가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목회자들과 장로님들, 평신도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같이 은혜 받고 교회와 교단을 위해서 기도하는 일이 불 일듯 일어나기를 소원해 봅니다.

●편집국장 : 취임사에서 언급하신 인재 발굴 면에서 교단 인준 신학교인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발전을 위한 지원과 입학생 확보를 위해 총회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만형 총회장 : 저는 교수 사역을 꽤 했습니다. 1997년부터 백석, 아신, 총신 등에서 가르쳤습니다. 본의 아니게 그 학생들을 비교하며 각 학교의 특징들을 보게 됐습니다. 2004년부터 모교 합신에 와서 가르치니 당연히 보람이 컸습니다. 반면, 답답한 일도 있었습니다. 다른 신학원들도 역시 어렵지만, 제 판단으로 우리 합신의 학생 모집 난항의 시작은 2000년대 중후반 정도로 보입니다. 학생 정원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런 말을 듣고 그 다음 해가 되었는데 학생 정원 걱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우리 학교로 온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서 정원 외로 뽑는 학생들을 뽑을 수 없어서 흩어진 학생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교수님들과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긴장하며 실제로 준비하는 모습은 이어지지 못했는데 좀 더 일찍 예측, 준비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가 노력할 것은, 우선 좋은 의미의 ‘매력 있는 학교’로 만들어야 합니다. 복음의 그릇을 여러 가지로 준비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런 그릇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합니다. 또한 커리큘럼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한국의 신학대학원들은 커리큘럼이 유사합니다. 예컨대 필수과목의 굳히기, 그것은 큰 변동은 없지요. 늘 필수니까요. 다만, 목회실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을 두자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백 개가 넘는 선택과목이 있는 학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목들은 선택에 불과합니다. 학생들은 학점 따기 쉽거나 필수를 가르치는 교수님과의 관계 때문에 선택과목을 택합니다. 이런 형태로는 학교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키우 기 힘듭니다. 학교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목표에 맞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합니다.

총회와 협력해야 할 점은 예비 목회자들을 잘 훈련하여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키우는 일에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입니다. 지도자는 학교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총회 산하 교회를 통해 인턴십 제도를 도입하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도록 돕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교수님들과 허심탄회하고 긴밀한 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편집국장 : 교단 교회와 동역자 및 성도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김만형 총회장 : 우리 교단은 특별한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개혁의 정신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새롭게 되도록 도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부터 부단히 개혁하면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개혁의 영향을 끼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우리 선배들은 이를 위해 많은 희생을 했습니다. 선배들의 땀과 눈물, 아픔, 고통…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타협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젊은 날의 선택이 아깝지 않습니까? 묵묵히 그러면서 열심히 이 길을 갔으면 좋겠습니다. 좀 손해 볼 수 있습니다. 좀 참아야 합니다.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예수님의 모습 아닙니까!

●편집국장 : 끝으로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김만형 총회장 : 제가 총회에서 드린 말씀이 있습니다. 합신의 자부심과 복음의 환상을 늘 갖는 것입니다. 우리는 좋은 정신을 가졌습니다. 좋은 전통도 이어 왔습니다. 좋은 선배들을 두었습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이것은 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옳고 바른 길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합신 공동체 안에 있는 것이 영광이요 명예입니다. 기쁨이요 자랑입니다. 복음의 환상은 늘 우리를 흥분하게 합니다. 우리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통해서 복음의 영광이 드러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우리를 불러서 써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약해 보이기도 합니다. 작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약하지 않습니다. 복음의 영광은 놀랍습니다. 우리 모두 그 환상을 갖읍시다. 다시 일어납시다. 계속 달려갑시다. 멈추지 맙시다. 하나님은 오늘도 일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소망을 결코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혁의 소망. 바르게 하는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을 꿈꾸십시다.

●편집국장 :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성심껏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섬기시는 일에 결실이 많기를 기원합니다.
●김만형 총회장 : 이런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기독교개혁신보사에 감사합니다. 더욱 발전해 가는 신문이 되기를 바라며 함께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