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주일 행사를 통해 경험한 하나님의 일하심
김성일 전도사(송파제일교회)
코로나19 이후로 교회는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데, 교회 내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부서가 있다면 주일학교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회의 주일학교 역시 마찬가지로 코로나로 인해서 주일학교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되었다. 오랫동안 분반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또 성경학교나 수련회 역시 진행되지 못하거나, 많은 부분이 축소되어서 제한된 상황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계획된 행사들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들을 보면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들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들이 마음 한편에 무거운 짐으로 남게 되었다.
이러한 마음으로 2022년을 맞이하게 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올해에는 코로나 상황에 위축되지 말고, 정부의 방역수칙을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으로 아이들에게 베풀어 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결심의 하나로, 어린이 주일 행사를 예년보다 더 크고 풍성하게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내가 섬기고 있는 초등부는 그동안 어린이 주일에 따로 특별한 행사를 하진 않았고,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나눠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동안 코로나로 많은 것들을 누리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서, 이날 하루를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축제의 시간으로 만들고자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을 유치부 교역자와 함께 나누었고, 유치부 교역자도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유치부와 초등부 연합으로, ‘키즈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축제를 열기로 계획하였다. 어린이 주일에 교회 주차장 한쪽에 공간을 마련하여 다양한 체험활동 부스, 먹거리 부스, 게임 부스를 설치해서 아이들이 이날 하루만큼은 교회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먹고, 즐기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는 어린이들의 축제가 되도록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친구들을 초청하고, 또 지역사회의 어린이들도 자유롭게 참여해서 함께 누리는 시간이 되도록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이러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우선 부서 선생님들의 동의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 분위기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의논하던 때는(3월)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매일 같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던 시기였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이러한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암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단 한 분도 반대하시는 분 없이 모두가 다 같은 마음으로 이런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셨다. 비록 지금의 상황은 어렵지만,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교사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이러한 결정을 해 주신 것이다.
다음으로 교회의 허락이 필요하였는데, 부서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차장의 일부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3월 교육부 회의에서 키즈 페스티벌 기획안을 제출하고, 이에 대해서 의논하던 중, 행사의 규모를 좀 더 키워서 유치부·초등부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서들도 같이 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자고 의견을 모아 주셨다. 그래서 주차장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다 사용하기로 하고, 대형 에어바운스도 설치하기로 계획을 수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들에 대해서 교회가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결국 처음 계획보다 일이 커지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행사를 준비하면서 한편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들도 존재하였다.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혹시라도 코로나 상황이 더 악화되어서 행사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진 않을 것인지에 대한 걱정들도 존재하였다. 하지만 함께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속에는 하나님이 도우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이런 믿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강한 확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준비하는 과정 가운에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고 계시다는 것을 여러 번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 돕는 손길들을 계속해서 보내 주셨다. 행사가 커지면서 부서의 교사들만으로는 필요한 인원을 감당할 수 없었는데, 청년부를 비롯한 곳곳에서 필요한 인원들을 넘치게 채워 주셨고, 또 여러 성도님들께서 필요한 물품들과 음식들을 자비로 구매하셔서 제공해 주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아이들의 전도를 위해서 초대장을 500장을 제작하였는데, 자발적으로 성도님들께서 초대장을 가지고 가셔서 동네를 다니시며 어린이들에게 나눠주셨고, 500장이 금세 바닥이 나서 다시 추가로 500장을 인쇄하였는데, 이 역시 바로 없어지고 말았다. 나중에는 초대장을 더 달라고 하셨는데, 모자라서 드리지 못하는 일들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고민이 되었던 부분은 먹거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준비하던 당시만 해도 교회 내에서 음식물 취식이 금지되어 있었던 상태라서,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음식을 준비한다고 해도 먹지 못하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음식을 빼자니 축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음식이라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만약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포장해가는 한이 있더라도 음식을 준비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정부에서 새로운 방역수칙을 발표하였는데, 행사가 있는 주일 바로 전 월요일부터 종교시설 내에서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모두는 할렐루야를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구나, 하나님께서 되게 하시는구나’라는 확신을 강하게 얻게 되었고, 더욱 힘있게 이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 행사를 놓고 선생님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특히 믿지 않는 아이들이 교회로 올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많은 아이들이 오면 좋겠지만, 당시의 코로나 상황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또 행사의 규모와 제한된 시간 때문에 한 번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오게 되면 행사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였다(약 200명 정도가 수용 가능한 최대 인원이었다). 그래서 기도하면서 기대했던 인원은 150명 정도였다. 당시 우리 교회 유치부·초등부 아이들의 출석 인원이 약 40-50명 정도 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한 명씩 전도를 해서 데려오고, 스스로 오는 지역 아이들까지 합해서 150명 정도를 기대하였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행사 당일 아침이 되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올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부서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부 예배시간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하는데, 생각만큼 아이들이 많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예배 시작 10분 전이 되었는데도 평소 예배 인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조금은 낙담한 마음으로 실망한 기색을 애써 감추면서 오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예배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갑자기 아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예배가 시작되고 나서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들어왔고, 예배를 마칠 때쯤에는 100여명의 아이들이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전 한 달 동안 평균 30여명의 초등부 아이들이 예배를 드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3배에 가까운 아이들이 나온 것이었다. 그중에서 우리 아이들이 50여 명, 교회를 처음 온 친구들이 50여 명 정도였다.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중의 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4학년인 한 남자아이가 학교에 초청장을 가지고 가서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전도하였는데, 약 20명 가까운 친구들이 그날 교회에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솔직한 심정으로 그 아이들이 다 올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정말 많은 아이들이 온다고 했구나. 참 감사한 일이네. 그런데 오겠다고 한 아이들이 다 올 수도 있고, 못 올 수도 있단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많이 못 오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이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니까 우리는 그냥 감사하면 된단다.” 그러고 나서 주일이 되었는데, 예배시간 10분 전쯤에 그 아이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 아이 뒤로 처음 보는 아이들 10여 명이 그 아이를 따라서 한 줄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예배 중간에, 그리고 예배 이후에 아이들이 더 오면서, 그 친구 한 명이 데리고 온 친구만 정확히 20명이었다. 나오겠다고 약속한 친구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다 나온 것이었다. 이것도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나님은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어서 일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나의 믿음 없음을 회개하게 되었다.
이처럼 정말 오랜만에 아이들로 가득찬 부서실에서 감격적인 예배를 드린 후에, 행사장으로 나와보니, 이미 지역에 사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많이 와 계셨다. 어떻게 알고 오셨나고 여쭤보니 초청장을 받고 왔다는 분들이 많으셨다. 성도님들의 전도가 헛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행사장은 우리 아이들과 전도한 아이들, 그리고 지역사회의 아이들로 가득 차게 되었고, 아이들은 정말 오랜만에 교회 안에서 마음껏 뛰놀고, 먹고 마시며, 하나님 안에서 기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이렇게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행사는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고 나서 참석한 어린이들의 인원을 파악해보니, 200명 정도였다. 우리의 기대를 넘어서서, 우리가 기도한 이상으로 하나님께서 역사해 주셨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이 행사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해 주셨다. 그리고 이 행사를 통해서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셨고, 일하실 것이라 믿는다. 그날 왔던 많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복음의 씨앗이 심겨졌고, 그 씨앗이 언젠가는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의 섬김을 통해서 교회의 문턱이 더 낮아지고,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더 힘있게 복음의 사역을 감당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일하심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교회를 지키시며 인도하신다. 코로나를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만약 처음부터 코로나 상황을 걱정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하나님의 일하심과 은혜를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부서는 더 힘 있게 하나님을 의지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끝>
<우수작 수상 소감>
어린이 주일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저와 모든 교사들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이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직접 체험하였고, 이러한 은혜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기독교개혁신보의 교회교육수기 공모 광고를 보고 응모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상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뽑아주셔서 감사하며 부족한 자를 사용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을 잘 쓰지 못해서 하나님의 은혜와 일하심을 더 잘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이 부족한 글을 통해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저희가 경험한 하나님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같은 은혜를 누리게 되길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하나님의 일하심에 한마음으로 동참해 주신 선생님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믿음의 선생님들이 계시는 한 교회는 여전히 소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