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인류의 두 갈레길
< 김영철 목사, 미문교회 >
“구원은 역사의 종말 때까지 하나님 자신이 주도해 나가시는 일”
창세기 3장 15절의 내용에는 놀라운 소식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구원에 관한 소식입니다.
1. 사람을 유혹한 뱀에게 주어진 저주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 3:15)
이 말씀 속에는 사탄의 분신으로 등장한 뱀에게 가장 큰 저주가 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이것은 사실상 인간에게는 복된 소식입니다. 반면에 그 뱀의 입장에서 보면 이 내용은 엄청난 재앙입니다. 왜냐하면 그녀를 속인 것이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입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개입이 필요하게 된 까닭은 그 뱀이 행한 일의 성격 때문입니다. 그 일은 단지 하나의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녀와 그녀의 남편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배반하게 만들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써 하나님의 창조 목적이 좌절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2. 가장 처음 선포된 복된 소식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시고 자신의 기쁘신 뜻에 따라 사람으로 하여금 만물을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사람과 더불어 거하시며 영원히 함께 교제하시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지 말도록 명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창조 목적을 알고 있는 그 배후 조종자는 뱀을 도구로 삼아 인간에게 속임수를 사용하였고 그 결과로 하나님의 목적을 좌절시키려고 획책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반역적인 도전을 하나님께서 묵과하실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분께서 친히 개입하셔서 자신의 원래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일해 나가시기로 하십니다.
이러한 그분의 사역의 성격은 한마디로 말하면 ‘구원’입니다. 논리상 먼저 인간을 비롯한 만물을 구원해 내셔야 자신이 원래 의도하신 목적을 모든 피조물로 하여금 누리게 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5절 말씀은 하나님의 구원에 대해 말하고 있는 최초의 복음(福音)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을 원복음(原福音), 또는 첫 복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3. 창세기 3장 15절에 나타난 사실들
첫째, 이제 앞으로의 역사(歷史), 즉 인간의 타락 이후의 역사는 하나님께서 주도권을 잡으시고 움직여 가시는 역사가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뱀의 등장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창조 목적이 좌절될 위기에 놓였으므로 하나님께서 원래의 선한 목적을 이루시기 위하여서 직접적으로 역사에 개입하셔서 그 주도권을 가지시게 된 것입니다.
둘째, 앞으로의 역사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실 사역(使役)은 ‘적의를 두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역은 사람을 사탄과의 관계에서 단절시키고 ‘하나님 자신과의 관계로 회복’시키려는 것이므로 ‘구원’ 사역입니다. 따라서 타락 이후에 진행될 역사는 구원의 성격을 가지며 그래서 이 역사는 그 전체가 한마디로 ‘구원 역사’입니다.
셋째, 이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류 안에는 항상 두 부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한 계열은 사탄의 후손들로서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고 다른 한 계열은 “그녀의 씨”로 표현된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이처럼 타락 이후의 구원 역사에서 양분된 두 계열이 나타난 첫 번째 실례(實例)는 가인의 계열(4:17-24)과 셋 계열(5:1-32)의 기록입니다.
넷째, 이 구원 역사는 “그녀의 씨” 중 어느 한 분이 사탄에게 승리함으로써 그 절정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절정이란 단순히 극적 효과의 최고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 사역의 성취를 의미합니다.
마치는 말
개역 한글 성경의 15절 하반절은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로 시작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을 예언하고 있는 듯이 오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의 후손”이라는 말은 ‘하나님께 속한 계열에서 나올 어떤 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이제 구원은 역사의 종말 때까지 하나님 자신이 주도해 나가시는 일이며, 인류에게는 항상 두 계열이 있으며, 하나님의 구원 사역은 사탄을 누르고 승리함으로써 그 성취를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 구절이 말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