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 의미
덥건 춥건 아무 때나 혼인하는 요즘은 결혼 시즌이란 말이 무색하게 들린다. 그래도 혼인하는 경우가 돋보이게 많은 계절에 혼인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혼인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만 선사하신 복이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는 하늘과 땅, 빛과 어둠, 낮과 밤, 궁창 위의 물과 궁창 아래 물, 해와 달, 씨를 맺는 채소와 나무, 동물의 암수 등 다양한 짝이 있지만, 이런 모든 짝들은 혼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오직 사람에게만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는 혼인을 선물로 주셨다. 그래서 하나님의 선물인 혼인은 여러 면에서 숭고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로, 인간의 의미이다. 특정한 순서를 따르는 창조의 과정에서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마지막 피조물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인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하나님은 남자만 만드신 것도 아니고 여자만 만드신 것도 아니다.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통하여 자신의 형상을 드러내신다. 이 때문에 하나님은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신다. 남자와 여자는 혼인으로 “한 몸”이 되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의 혼인으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인간의 존귀함이 완성된다. 이것이 혼인의 인간적인 의미이다. 혼인은 인간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부부는 “한 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차 평등하고 상호 보완한다. 남편의 사랑과 아내의 순종이 상호 존중에 기초하여 “한 몸”의 관계를 유지시킨다.
둘째로, 사회의 의미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신 것은 최초로 최소 사회를 형성하신 것을 의미한다.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진 창조는 하나님의 사회성을 반영한다(“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 삼위의 영원한 사랑 관계 속에서 일체로 계시는 사회적인 하나님이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시며 사회적 인간을 창조하신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이 되는 것은 분리할 수 없이 가장 긴밀한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다. 부부가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랑이 한 몸 됨의 기초이다. 그런데 사랑의 핵심은 아담의 노래가 보여주듯이 신뢰와 존중이다. 이러한 부부라는 최소의 사회에서 부모와 자녀 같은 다른 형태의 사회들이 파생된다. 부부관계가 없이는 더 넓은 사회가 성립될 수가 없다. 부부는 더 큰 사회들의 시작점이며, 더 큰 사회들을 형성하는 기반이다.
셋째로, 교회의 의미이다. 사회 가운데 압도적으로 중요한 사회는 교회이다. 아담과 하와가 “한 몸”이 된 것은 인간론적 사회 뿐 아니라 교회론적 사회를 이루었다는 뜻이다. 이들로부터 최초의 최소 교회가 시작된 것이다. 아담의 노래에 나타나듯이 서로에게 필수적인 지체가 되는 아담과 하와는 교회의 근간이다. 이 두 지체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룬다. 남편과 아내는 “한 몸”으로 가장 작은 교회를 이루는 지체가 된다. 신자들이 서로 다른 지체이지만 한 몸을 이룬다는 점에서,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다른 지체이지만 한 몸을 이루는 교회의 본질을 표상한다. 게다가 부부는 사랑과 순종으로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두면서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몸인 교회의 관계를 보여준다. 남편은 아내를 목숨처럼 아껴야 하며, 아내는 남편을 생명처럼 높여야 한다. 이때 사람들은 부부관계를 보면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한 합일을 배운다.
넷째로, 신적 의미이다. 부부의 “한 몸” 됨에는 가장 놀라운 궁극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한 하나님이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고 말씀하심으로써(창 1:26) 단일 본질을 복수 신격으로 표현하셨다. 부부는 “한 몸” 됨으로써 삼위일체 하나님을 표현한다. 한 하나님은 세 신격이신데 세 신격이 한 하나님이시라는 삼위일체 진리는 이성을 넘어서는 신의 차원에 속하며 인간에게 감추어진 영원한 신비이다. 이런 삼위일체의 신비를 역사적으로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부부이다. 부부는 분명히 남자와 여자라는 상이한 두 인격이다. 그런데 부부는 혼인으로 한 몸이 된다. 둘인데 하나이고, 하나인데 둘이다. “우리”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심으로써, 영원한 삼위일체 진리를 역사적으로 시공간 안에 보여주신 것이다.
주변에서 자주 혼인 소식을 듣는 계절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의미를 깊이 새기면서 혼인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히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