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달리기 선수 거북이 조나단
최윤정 사모(그언약교회)
아주 오래 전,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거북이 조나단은 달리기 선수를 동경하며 살았어. 달리기 선수는 정말 멋지지. 저렇게 씽씽 달리면 피부에 바람이 느껴질까? 머리가 날리는 저 기분은 어떤 걸까?
“나는 절대로 달리기 선수는 될 수 없을 거야! 난 다리도 짧고, 난 등딱지 때문에 몸도 무겁고, 난 눈도 안 좋아. 그래 나의 아빠도 그 아빠의 아빠도 나의 엄마도 엄마의 엄마도 그 누구도 우리 집안에서는 달리기 선수가 나온 적이 없었어.”
거북이 조나단은 투덜거리며 하나님께 기도했어.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 나는 왜 이렇게 생겼어요? 나는 왜 태어난 거예요? 나를 만드실 때 하나님은 대충 만드신 거예요? 난 어쩜 이렇게 느려요? 팔 다리가 이렇게 두껍고 짧으니 느릴 수밖에 없잖아요. 등딱지는 뭐에 쓰라고 만드셨나요? 나는 왜 이렇게 무거운 걸 평생 가지고 다녀야 하냐고요!! 치타를 봐요. 바람보다 더 빠르잖아요. 저 뒷다리의 날렵함. 토끼를 봐요. 통통해도 깡충깡충 뛰는 저 가벼운 몸놀림. 타조에겐 어떻게 저렇게 기다란 다리를 주셨어요? 타조들은 정말 무섭게 잘 달려요. 너무 부러 워요. 저도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요!”
며칠 동안 풀이 죽어 다니는 거북이 조나단을 본 옆집의 앵무아줌마가 물었어.
“조나단. 너는 왜 그토록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은 거야?”
“저는 달리기 할 때가 행복해요. 달리는 그 때 제일 즐거워요.“
“음…그래?”
“어떤 모습이어야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건데?”
“선수가 되어야지요. 다른 많은 친구들도 함께 인정해 주고 협회 선수증도 받고 그래야 달릴 수 있잖아요.”
“그렇구나. 달리기는 선수들만 달리는 걸까?”
“음… 그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너는 다른 친구들이 너를 인정해 주고 어디에 선수로 등록 되고 그래야만 달리고 싶은 거니?”
“아, 아니요.”
“그럼 그냥 달리면 되지 않을까?”
“아!! 맞네요. 저는 달리고 싶었으니까 그냥 달리면 되는 거네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줘야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단체에서 선수로 임명을 해 줘야 선수가 되고 달릴 수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 맞아요. 저는 달리기가 좋으면 그냥 달리면 되는 거예요. 우와! 앵무아줌마 감사해요. 갑자기 기분이 엄청 좋아져요. 아! 신나요!”
그 날 이후 거북이 조나단은 걷던 모든 길을 달리면서 다녔어. 집에서 학교에 갈 때도, 엄마 심부름으로 마트에 갈 때도. 비록 누구도 눈치 채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었어. 거북이 조나단의 마음은 무척 감사하고 기뻤어.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도 달릴 수 있는 아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셔서. 매일 이렇게 좋아하는 달리기를 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해요.”
어느 날, 조나단은 좀 더 멀리 오래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저 모래 언덕을 넘어서 가보고 싶어”
“하나님 저 모래 언덕 너머 세상을 가보고 싶어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더 보고 싶어요.”
기도하고 지도도 보고 공부하며 준비했어. 운동하면서 다리 힘도 키우고 호흡도 강하게 훈련시키면서 준비했어. 그리고 드디어 출발 일.
“여러분. 저는 제가 어디까지 달릴 수 있는지 도전해 보고 싶어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는 조나단을 모두 응원해 주었어. 조나단의 아빠는 이렇게 말씀해 주었어,
“그래 우리 집안에서 그토록 멀리 달리면서 가는 거북이는 네가 처음일 거야. 하나님께서 주신 팔과 다리가 있으니 마음껏 달려보렴. ”
조나단은 준비운동을 하고 인사한 후에 언덕을 넘어서 달렸어. 사막을 달릴 때였어. 사막의 여우가 와서 말해 주었어.
“넌 이렇게 뜨거운 사막을 그렇게 느리게 걷다가는 아마 타 버릴 거야.”
여우의 말은 조나단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어.
“뜨거운 태양에 타죽으면 어떡하지?”
두려운 생각이 계속 들었어.
“그래. 나는 달리기 선수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선수로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여기서 그만둔다고 누가 아쉬워하기나 하겠어?”
“그런데 왜 이리 마음이 슬픈 거야. 기운도 없고 너무 심장이 무거워…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버리는 것 같아”
조나단은 절망을 느꼈어. 오아시스에서 한 발짝도 못나가면서 절망감에 슬퍼하며 울고 있었어. 그때 사막을 지나다 쉬러 오아시스에 들른 옆집 앵무 아줌마를 만났어.
“조나단. 용감하게 멀리 달려보겠다고 나가더니 왜 이만큼만 간 거야?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얼굴은 왜 그래 잔뜩 겁먹은 얼굴을 하고는? 무슨 일 있었니? ”
“네. 아줌마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오세요?”
“사막 건너 우리 형제가 아파서 다녀오는 길이란다.”
“아줌마는 좋겠어요. 날개가 있어서 정말 빨리 멀리멀리도 금방 다닐 수 있잖아요.
그렇게 빠르니까 사막의 뜨거운 태양에도 끄떡없이 건널 수 있는 거겠죠. 정말 부러워요~”
“조나단아. 사막이 두렵고 어려웠구나. 그래서 여기서 기운이 다 빠져 절망하고 있었구나.”
“네”
“조나단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달리며 다니던 너는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어. 너의 입에서는 늘 찬송이 흘러 나왔지. 그런 너를 보는 것만으로도 난 기분이 좋아졌었단다. 나는 너보다 빠르고 가볍긴 하지만 그 사실에 그토록 감사하다며 찬송을 너처럼 신나게 부른 적은 없었단다.”
“조나단이 시작한 길을 축복해 주시는 하나님께 기도하면 이 어려움을 또 이기게 도와주실 거야~ 네가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지만 아무것도 못할 때 놀라운 지혜를 주셨던 것처럼 또 지혜를 주실거야.”
앵무아줌마가 떠나고 조나단은 기도했어.
“저도 창조 하시고 사막도 창조하신 하나님. 제가 달리기 하는 것이 즐겁고 기쁜데 이 어려운 사막을 어떡해서 지나가야 하는지 지혜를 가르쳐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조나단은 하나님께 기도를 하니까 왠지 기운이 좀 나는 것 같았어. 가져온 도시락을 먹으며 기운을 내보았어. 오아시스의 달고 시원한 물도 마시고 그 샘 주변에 나있는 나무 열매도 먹고 나니 사막 한가운데 이런 오아시스도 만드신 하나님께서 꼭 조나단을 도와주실 것 같았어.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찬양이 불러지면서 기쁨이 솟는 거야. 그리고 생각이 났어.
“그래 나는 빠르지는 않으니 뜨거운 태양을 피해서 낮에는 오아시스에서 쉬고 밤과 새벽에 달려야겠어.”
그렇게 낮에는 쉬고 밤과 새벽에 사막을 달렸어. 아무리 가도 하늘은 마르고 주변엔 아무 생명체도 없고 끝이 없어 보이는 광야의 길을 달리고 있는 거야. 그래도 하늘의 별은 너무 아름다웠어. 어느 날은 너무 지쳐서 느림보처럼 걷기만 할 때도 있었지. 또 어느 나라에서는 길을 잃은 것 같은 때도 있었어. 그럴 때면 구름을 보며 하나님께 기도하며 길을 찾아 다시 달렸고, 어느 바닷가에서는 아주 반가운 바다 친구들도 만나 행복했고 잠시 쉬다가 또 다시 달리기를 계속하며 거북이 조나단은 달리는 자신의 삶을 기뻐하고 감사했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고 지구 반대편쯤 온 것 같지만 조나단의 나라에서 옆, 옆, 옆의 나라에 도착했던 조나단은 앵무 아줌마랑 똑같이 생긴 앵무새를 만났어.
“혹시 달리기하는 거북이 조나단 아저씨가 맞나요?”
“응, 맞는데 너는 어떡해서 나를 아니? 그러게 너는 우리 옆집 앵무 아줌마를 많이 닮았구나.”
“네. 저는 앵무아줌마의 딸 무무예요. 아저씨 이야기는 엄마에게 많이 들었어요. 달리면서 그렇게 기뻐하고 감사하는 얼굴을 엄마는 처음 보셨대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아름다운 모습이 궁금했었어요.”
“아저씨는 그때부터 아직도 달리기를 하시고 계신 거예요?”
“그렇단다.”
“우와. 도대체 얼마나 달리신 거예요?”
“무무라고 했지? 무무야.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삶을 달리며 살고 있단다. 지금이 189년이란다.”
“아! 자신이 행복한 일을 감사하며 그토록 오래 성실하게 사는 것은 정말 멋져요.”
“멋진 오래달리기 선수 조나단 아저씨! 아저씨를 만나 뵈니 저도 행복해지네요. 저도 하나님께서 주신 걸 발견하며 제게 주신 삶을 기쁘게 살아야겠어요.”
“어!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그런데 나를 달리기 선수라고 불렀니? 너무 감격스럽구나. 그렇게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동안 나는 오래달리기 선수가 되었구나. 하하하.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는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자라게 하신 오래달리기 선수 거북이 조나단입니다.”
조나단은 지금도 자신에게 주신 삶을 감사하며 기쁘고 신나게 달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