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위그노 연구소 제4회 정례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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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노 연구소 제4회 정례회 참관기

‘위그노의 성경’ 주제로

지난 8월 19일 프랑스 위그노 연구소에서 개최한 제4회 정례회 강의를 참관했다. 숭신교회당에서 예정되었던 모임은 방역 준수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얼굴을 맞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사라졌지만 독일 등지의 해외 동문들의 참여는 풍성해졌다. 정례회 주제는 ‘위그노의 성경’으로 위그노 연구소 대표인 조병수 박사(Dr. theol.)의 잘 준비된 강의가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시간은 종교개혁 당시에 성경 출판에 대해 개관했다. 종교개혁이라는 영적 전쟁은 책으로서의 성경을 출판하면서 수행되었는데, 인문주의가 서적 전쟁(book war)이라면 종교개혁은 성경 전쟁(Bible war)이었다. 르네상스의 원전 회귀(ad fonts) 정신이 성경 출판에 영향을 준 것이었다. 로마 가톨릭도 성경에 관심을 가졌지만 라틴어 성경인 불가타를 고수한 반면, 종교개혁자들은 히브리어, 헬라어 성경에 대한 원문 성경뿐 아니라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로 된 모국어로 된 성경을 출판 보급하는 차이를 보였다.

루터는 인쇄를 “하나님이 주신 궁극적인 최고의 선물”로 극찬했다고 한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인쇄를 통해 땅끝까지 그리고 모든 언어로 참 종교가 알려지기를 기뻐하신다고 역설했다. 마침내 1522년 9월 21일에 독일어 신약 성경(9월 성경)이 출판됐다.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 것이 종교개혁의 신호탄이었다면, 9월 성경 출판의 개혁을 열망하는 성도들 손에 개혁의 횃불을 쥐어준 것이 분명했다.

두 번째 시간은 위그노 연구소답게 오랜동안 위그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올리베땅 성경(1535년)으로 초대받았다. 낯선 프랑스어 성경의 구조와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강의는 쉽고 친절하게 진행되었다.

올리베땅 성경은 오늘날의 관주 성경 또는 주석을 포함한 스터디 바이블과 닮았다. 그는 각 장의 단락 구분(절 구분은 1551년 에띠엔느의 헬라어 신약성경 출판 이후에 상용화됨)과 함께 각 단락의 주제를 적어 놓았고, 연관 구절과 해석이 필요한 단어를 별도 표시해서 설명했다. 인물과 주제별로 색인까지 제공해 놓았다. 무엇보다 그는 여러 곳에 서문을 포함시켜 놓았는데, 깔뱅의 올리베땅 성경 서문이 가장 유명하다. 성경의 마지막 쪽에는 “진리가 발언하면, 독자는 경청하라”(Lecteur entendz, si Verite addresse)는 말로써 성경을 읽는 모든 독자들로 하여금 진리를 깊이 살펴 연구할 것을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진리가 발언하면, 독자는 경청하라”

단순히 성경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담은 이유는 분명하다. 혼자 성경을 읽는 독자들을 돕기 위해서, 더 나아가 누구라도 성경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위그노들은 자신들을 향해 있는 칼과 창에도 불구하고 진리 위에 살아갈 수 있을 강력한 저항의 무기를 소유한 것이다. 그들은 핍박과 박해 때문에 함께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홀로 또는 온 가족이 함께 성경을 읽어가는 경건과 꾸준함으로 지극히 힘든 고난의 시대를 지나갔던 것이다.

강의를 마치고 바른 성경을 주려는 종교개혁자들의 열망에 잠시 생각이 잠겼다. 전기불 대신 촛불 아래서 컴퓨터 대신 손으로 원고를 정리하는 그들의 수고는 여러 차례 개정작업으로 이어졌다.

하나님의 무오한 진리가 바르게 번역되도록 원어에 대한 지식과 신학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개혁자들의 수고는 마침내 베자의 전면 개정에 의해 16세기 프랑스어 성경은 완성되었다(1558). 번역 출판을 섬기는 자들과 함께 개정을 거듭할수록 성도들의 지속된 관심과 성경을 구입해서 읽으려는 기대와 소망도 멈추지 않았다. 개혁자들의 열망과 성도들의 기대와 소망을 주님께서 귀히 여겨 사용한 결과는 무엇일까? 1546년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모(Meaux) 교회 설립 이후 채 20년도 안 되어서 2,150개 교회로 성장했다(1562). 그 당시 총회에서 채택한 프랑스 신앙고백서와 교회 정치는 장로교회에 중요한 유산으로 남겨져 있다. 위그노들에 박해 때문에 순교의 피를 흘리기도 했지만, 영적 전쟁의 다른 전선(戰線)에서는 성경 완역 출판이라는 승리의 노래가 불려졌던 것이다.

오늘날 위그노 성경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예전에 교수님에게 ‘신약 교수님이 왜 위그노 역사에 관심을 가지셨습니까?’ 라고 물은 적이 있다. 교수님은 성경이라고 대답하셨다. 개혁신앙의 최전선을 살았던 위그노들이 모진 핍박이라는 context 아래에서 믿음으로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위그노의 성경이었다. 성경에 대한 개혁자들의 실천 그리고 성경을 읽는 성도들의 순종이 있었다. 이것이 오늘 그들과 우리를 연결하는 핵심이다. 전염병 시대로 함께 모이지 못하는 지금 교회와 성도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성경을 손에 쥐고, 성경에 목숨을 걸고, 문자가 아닌 생명으로, 글이 아닌 말씀으로 성경을 읽어가며 믿음으로 인내했던 옛 동료들이 우리에게 대답해 주고 있지 않은가?

김현일 목사(증평언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