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훈련의 ABC에 충실하고 있는가
김수흥 목사 (전 합신 초빙교수)
성경읽기, 묵상, 연구와 기도에 전념하여 튼튼한 신앙, 건강한 교회를 다시 이루자
필자는 미국 사역 중에 가끔 PCA(미국 장로교회-보수적인 교단) 목회자들에게서 “목회자는 신앙생활의 ABC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듣곤 했다. 신앙생활의 ABC란 성경(읽고 듣고 묵상하고 연구함)과 기도하는 일 두 가지를 지칭했다. 목사가 성경 읽는 것과 기도도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겠나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 경건훈련의 ABC에도 충실치 못해 혹자는 물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혹자는 명예를 탐하기도 하며 또는 음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최근 목회자의 윤리 관련 사건들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한국 교계는 위기를 만났다고 한다. 이는 경건훈련의 ABC에 충실치 못한 결과들로 보인다. 경건훈련의 ABC에도 충실치 못하는 목회자들은 감사와 남 섬기는 일, 전도, 선교, 목회, 상대방을 존경하는 일 등은 더더욱 되지 않는다. 기초가 되지 않으니 그 기초 위에 쌓아야 하는 다른 여러 덕목들은 아예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경건훈련의 ABC에 충실해야 한다. 먼저 말씀 사랑에 충실해야 한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일은 아주 귀한 일이다. 예수님은 음식봉사에 열심이던 언니 마르다보다 그의 발아래 앉아 말씀을 듣던 마리아를 극진히 칭찬하셨다. 예수님은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고 하셨다(눅 10:41-42). 마리아가 잘하고 있다고 하신 것이다.
행 17:11-12에서는 “베뢰아에 있는 사람들은 데살로니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너그러워서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므로 그 중에 믿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한다. “성경을 상고하는 중에 믿는 사람이 많았다”는 말은 당시 구약 성경을 연구하다 예수님을 확신했다는 뜻이다. 성경 연구는 결국 믿음에 이르게 한다(롬 10:17). 그 때 많은 유대인들이 확신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에는 베뢰아 사람 부로의 아들 소바더도 있었다(행 20:4).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해서 묵상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많은 영적 열매도 맺으며 그가 하는 일이 형통하기도 한다(시 1:2-3). 우리의 선배 길선주 목사는 구약 성경 30번, 신약 성경 100번, 요한계시록을 10,000독이나 했다. 그는 확신에 차서 수많은 사경회를 인도했고 한국 초대 교회 부흥에 크게 헌신했다. 오늘날 목회자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성경을 선배들보다 사랑하지 않고 경건의 ABC에도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경건의 ABC는 또 기도에 전념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구하라 … 찾으라 … 두드리라”고 강조하셨다(마7:7).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일이라면 죽을힘을 다해 하나님께 나아와 기도해야 한다고 하셨다. 예수님은 불쌍한 과부가 불의한 재판관을 찾아가서 자기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간구하면 그 불의한 재판관도 어쩔 수 없이 들어준다 하시면서 기도를 강조하셨다. 아울러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고 염려하셨다. 눅18:7-8에서는 “하물며 하나님께서 그 밤낮 부르짖는 택하신 자들의 원한을 풀어 주지 아니하시겠느냐 그들에게 오래 참으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속히 그 원한을 풀어 주시리라. 그러나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고 탄식하셨다.
오늘 이 시대는 예수님께서 탄식하시던 종말 중의 종말이 되었다. 성경을 사랑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아 믿음이 식어져버린 시대가 온 것이다. 이대로는 목회도 성도들의 신앙생활도 바르게 하지 못할 약함의 시대가 왔다. 우리는 신앙생활의 ABC, 성경읽기, 묵상하기, 연구하기와 기도하기에 다시 전념하여(행 1:14) 튼튼한 신앙, 건강한 교회를 이루는 데 더욱 힘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