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시, 팀워크_가정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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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팀워크

가정호 목사(부산 세대로교회)

겉과 속이 좋은 공동체가 되려면 은혜 위에 선 개인들이 감화를 나누며 겸손한 팀워크를 이뤄야

대로변에 즐비한 멋진 건물들을 얼핏 보면 분명 도시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만일 뒷골목으로 5분이나 10분 걸어 들어갔는데 하수구 냄새가 진동한다면 그 도시의 실체와 허구가 온몸으로 느껴지리라. 눈에 보이는 곳만 그럴듯하게 진열장처럼 정비한다면 좋은 나라, 좋은 도시가 될 리 만무하다.

회사도 그렇다. 좋은 기업을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하며 몸부림치는 CEO와 그에 부응하는 좋은 팀 멤버들이 모인 곳은 열린 분위기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매뉴얼이 작성되고 실천을 위한 HR의 기능이 치밀하고도 부드럽게 작동된다. HR(Human Resources)이란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인적자원을 관리, 개발하는 업무 수행이다. 이렇게 사람을 중시하고 동역의식이 활성화되면 회사도 살고 나도 산다.

그러나 매출이 증대하면 직원들에 투자하지 않고 그저 유명세 과시하며 권력과 쾌락을 탐하는 리더와 그에 장단 맞춰 춤추는 중진이 포진한 회사는 금방 부패 요소들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 그 사원들은 회사를 사랑하거나 동료들을 아끼기보다는 자기애성 욕망이 발동하여 서로 물고 무는 정글로 만든다. 나 살고 회사 죽는 격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목숨을 건다고 한다. 이에 대응해 제대로 된 경건 생활, 사랑과 섬김, 아비의 마음을 가진 영적인 리더십도 디테일에 승부를 건다. 오히려 참된 리더십은 악마보다 더 선제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경험자라면 누구나 이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참된 리더는 사적인 감정을 철저히 가라앉히고, 뱀 같은 지혜와 비둘기 같은 순결함으로 매사를 준비한다. 장인 목수가 자신이 디자인한 대로 목재를 얻기 위해 재고 또 재다가 단 한 번에 예리하게 잘라내는 것처럼 해야 한다. 이런 저런 장애요소와 훼방거리 때문에 자르다 말고를 반복한다면 원하는 재료를 만들 수 없다. 순간순간 분노로 갈등하면 간교한 사단에게 전략적 빌미를 주고 그 먹잇감이 된다.

그러므로 리더는 본인이 좋은 사람이 되고 또 좋은 사람들을 키워야 한다. 뛰어난 한 사람보다는 애정으로 깎아 세운 좋은 팀이 있어야 한다. 세월이 걸려도 같은 믿음과 비전을 품은 동역자 그룹이 필요하다. 동역자 없이는 백전백패다. 서로가 마음과 힘을 다해 사랑한 다윗과 요나단 같은 동역자가 되어 삼겹줄로 엮여야 자갈밭도 가래처럼 치고 나갈 탄탄한 무쇠 삽이 된다.

진정한 팀워크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서로 겸허히 배우는 법을 습득하는 학생의 태도를 견지함으로 이루어진다. 동역하는 각 개인들이 성령님을 붙들고 죽을힘을 다해 간구하는 겸허한 일상을 살아야만 가능하다. 거기서 비롯되는 겸손과 온유함의 항상성이 비로소 좋은 팀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준다.

새로운 교회, 위대한 기업, 경건한 가정을 어떻게 형성, 구성, 결성할 수 있을까. 오직 은혜로만 살아내야 그것이 가능하다. 은혜는 지식을 새롭게 만든다. 지혜를 길어 올린다. 모략과 모사를 세우며 영향력을 넘어 감화력으로 이끌게 만든다. 은혜는 구성원 모두가 솔직하게 부족함을 인정하게 하고, 오류와 잘못은 반성, 회개하게 하며 전체의 진정한 화목을 이룬다.

지식은 우쭐하여 교만하게 한다. 그러나 지혜는 아는 것이 적다 여겨 서로 겸손케 한다. 참된 겸손은 외적으로 꾸며 만들어 낼 수 없다. 교만 덩어리인 자신을 무시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겸손의 열매들이 팀과 전체 안에 상호 영향을 끼쳐 더 풍성해진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가정, 교회, 교단, 단체, 직장, 나라가 되지 않고 겉과 속이 참으로 좋은 공동체가 되려면 은혜 위에 선 개인들이 서로 감화를 나누며 겸손한 팀워크를 이루어야 한다. 이 동역의식과 그 실천력이 향후 우리 가정과 교회와 사회의 내실 있는 발전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