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을 극복하는 교회 현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안고 있는 본향교회_유대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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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를 안고 있는 본향교회

유대열 목사(본향교회)

본향교회 청년들은 미래의 남북한 통일을 위해, 그리고 사회에도 큰 유익을 주는 자들

 

1. 은혜 위에 세워진 아름다운 교회

서울 금천구 벚꽃로에 자리 잡은 본향교회에는 아름다운 은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신학교시절부터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탈북청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믿음으로 세우는 사역을 해왔습니다. 제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남포교회 선교목사로 사역하고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네 명의 탈북대학생들이 교회로 왔습니다. 함께 성경공부를 했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거의 1년이 지났는데, 네 명 중 세 명이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 하며 교회를 떠났습니다. 한 명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이 하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탈북청년들이 대학은 갈 수 있으나 학업을 제대로 따라가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도 어려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고 남북한 교육의 질적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 청년도 대학학업이 어려워 도중에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때 그 청년과 손을 잡고 기도하며 한 말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고,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시다, 우리가 간절히 아버지께 구하는데 아버지가 도우시지 않겠냐, 우리 포기하지 말자!”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고,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이 청년의 전공이 건축설계학이었는데, 4학년 때에 우수상을 받았고, 5학년 때도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한 청년이 삶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 믿음을 고백하기 시작하자 주변 탈북청년들이 교회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1년 만에 다섯 명이, 2년 만에 삼십 명, 3년 만에 오십 명이 모였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예수를 구주로 믿고 세례를 받는 일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창세기의 요셉은 형들로부터 미움과 학대를 받아 애굽에 노예로 팔려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험한 옥살이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 그는 나라의 총리자리에까지 가게 되었고, 고난 중에 있는 가족과 형제들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하게 됩니다. 자기를 죽이려고까지 했던 형들을 만나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5). 고난 중에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하나님의 섭리가 뭔지 깨닫고 믿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그와 같은 신앙적 의미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남, 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연습하고 준비하라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신 선물입니다. 이 땅에서 믿음으로 성장한 탈북민들은 남북통일의 가교가 되고 고향 땅 북한 구원의 주역들이 될 것입니다.

탈북청년들이 교회에 모이기 시작한 지 7년이 되자 거의 100명이 되는 청년들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였고 은혜였습니다. 북한의 무너진 하나님의 교회를 다시 일으키는 선교사명을 감당할 본향교회의 개척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는 저로서는 근심이 많았습니다. 어려운 탈북청년들을 위한 사역만을 해왔는데, 교회당은 어떻게 마련하며, 설사 교회가 개척된다 해도 자립이나 하게 될까, 하는 근심이었습니다. 그 근심으로 교회에서 퇴근하면 곧장 남한산에 올랐습니다. 밤새 기도하고 해가 떠오를 때면 하산하곤 했습니다. 한 번은 기도 후에 일어서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아침에 산에 올라왔던 ‘장경사’(산 밑의 절) 스님이 기도하고 있는 저를 본 것입니다. 그 스님이 물어왔습니다. “아니, 밤새 여기 계셨던 거예요? 무섭지 않으세요?” 그렇게 5개월 동안을 기도하였습니다.

교회가 옛날 구로공단자리인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내에 세워지게 되었는데, 이 말을 듣는 사람들마다 꼭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탈북청년들이 어렵게 사는데, 그래서 구로공단에 교회를 개척하는가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워진 교회당은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2011년 3월 설립예배를 드리며 보니 본향교회의 모습은 더 아름다웠습니다. 하나님께서 요셉과 에스더로 준비하라고 보내주신 탈북청년들뿐만 아니라, 북녘의 구원과 북한의 하나님 제단이 다시 세워지기를 위해 기도하고 있던 남한의 성도들, 그리고 지역주민들도 교회로 와 본향교회의 한 성도들이 되어주었던 것입니다. 본향교회는 남한의 성도들과 북한의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한 믿음으로 하여 남과 북이 통일되기 전에 먼저 하나가 된 교회였습니다. 저는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하곤 했습니다. “하나님, 예수 믿음 때문에 남한과 북한이 이렇게 먼저 하나가 되었습니다. 교회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믿음이 북한에 전해지고 전해져 남북이 우리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2. 기도의 은혜 위에 서 가는 교회

2015년 가산디지털단지 내에서 지금의 금천구 벚꽃로로 교회당을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당 건물이 확정되고 이전이 결정되니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습니다. 제직회를 열어보니 교회자산보다 더 많은 돈을 대출받아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작은 교회, 특별히 헌금하는 교인수보다 돌봐주어야 할 청년들이 더 많은 교회로써는 너무 위험한 일이라 했습니다. ‘우리가 언제 힘이 있고 넉넉하여 여기까지 왔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교회를 걱정하는 제직들의 마음도 옳은 것이었습니다. 정말 기도밖에는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밤마다 산에 올라가 2-3시간씩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구름산’이라는 아름다운 산이 있었습니다. 낮에는 교회에서 사역하고 퇴근 하면 산에 오르곤 했습니다. 그때가 1월이었습니다. 기도하다 물을 마시려고 가지고 간 물병을 보면 이미 꽁꽁 얼어버리곤 했습니다. 산 밑에서는 영하 12-13도쯤 되었는데, 산에 올라가면 영하 15-17도가 되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교회당 이전이 순적하게 마무리 되고 한 달이 되는 날, 어느 집사님 내외분이 교회로 찾아오셨습니다. 본향교회가 개척될 때부터 우리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던 분들이었습니다. 지방에서 식당을 하시던 그분들이 저희 앞에 작은 보따리만한 봉투 하나를 내놓으시는데 거액의 현금이 들어 있었습니다. 집사님 내외분은 본향교회가 든든히 세워져 맡은바 북한선교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지금도 간절히 기도하고 계십니다. 이 소식을 들은 우리 온 교회 성도들이 힘껏 기도하고 헌금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재작년 4월 초에는 교회의 기도제목들을 가지고 춘천에서 가까운 ‘설곡산기도원’에 기도하러 갔습니다. 그 기도원은 아주 작고 가난한 기도원입니다. 기도원으로 간 첫 날 밤은 기도원에서 잤습니다. 원장님이 기도원에서 제일 좋은 방을 사용하도록 했는데, 그날 온밤 추워 떨어야 했습니다. 글쎄 방 온도가 9-10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기도원 살림이 넉넉지 않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별로 상관이 없었습니다. 저는 ‘산기도’를 하러 갔기 때문입니다. 다음날부터 산에 올라가 일주일간을 기도했습니다. 어디를 가나 똑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그렇게 깊은 산에 올라가 밤새 기도하는 거 무섭지 않으세요?” 설곡산기도원 원장님도 그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나 산에 올라가 기도할 때마다 그렇게 감사하고 평안할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송파제일교회 박병식 원로목사님도 그런 고백을 하셨습니다. 송파제일교회 개척 때 자주 남한산에 올라가 밤새 기도하곤 하셨는데, 그렇게 평안할 수가 없었다고 말입니다.

토요일 아침에 산을 내려와 원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려는데, 원장님이 봉투 하나를 주셨습니다. ‘목사님, 필요한 데 사용하라고 헌금 조금 합니다.’ 이 한 마디만 하셨습니다. 집에 와 봉투를 열어보는데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액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게 작고 가난한 기도원 원장님이 어떻게 그 많은 헌금을 할 수 있을까? 지금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작은 믿음의 그릇으로는 믿을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살아계시는 하나님,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는 하나님, 작은 기도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시고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본향교회의 금요기도회와 새벽기도회는 간절하기로 유명합니다. 본향교회의 간절한 기도 중에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들의 믿음이 세워지게 되었고, 영육의 회복이 있었고 삶이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본향교회 성도들의 부르짖는 기도 중에 탈북청년들의 부모와 혈육들이 두만강을 건너고, 사선을 넘어 남한으로 살아 들어오는 기적들도 있었습니다. 본향교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에게 기도할 수 있는 믿음과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우리는 아무런 능력도 재주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믿음의 사람들에게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생명과 능력을 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믿음이고 기도입니다.

요새는 TV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TV를 비롯한 언론매체들에서 이따금 남한에 와 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대학을 졸업하고 성실히 일하고 있는 탈북청년들의 소식이 나오곤 합니다. 그들 중 상당수가 본향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일하고 있는 청년들입니다. 합신을 졸업하고 Th.M. 과정을 밟고 있는 청년, 유명한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대표로 일하고 있는 청년, 한 기업의 CEO가 된 청년,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생명공학 분야의 특허를 두 번이나 받고, 곧 박사학위를 받게 될 청년, 의대 졸업 후 의사로 재직 중인 청년, 유학가서 학위를 받고 벤처기업을 준비는 청년, 유명 방송인이 된 청년 등, 많은 청년들이 본향교회에서 섬김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미래의 남북한 통일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에도 큰 유익을 주는 청년들입니다.

이것이 탈북청년들을 살리시어 남한으로 먼저 보내주시고, 교회로 오게 하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이것이 남한의 성도들과 탈북청년들이 믿음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사랑하며,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고 있는 본향교회가 세워지고 존재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