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가정이여!
안두익 목사(동성교회, 본보 논설위원)
흔들림 없이 말씀을 붙잡고 인내로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가정을 세우기를
우리의 인생이 시작되고 우리의 인생이 마감되는 그 곳, 가정! 얼굴을 맞대며 싸우고 울던 형제, 자매들, 형제 때문에 야단맞아도 그렇게 밉거나 싫어 할 수 없다. 부대끼며 짜증나고 힘들더라도 돌아서서 다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기에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만다. 그러나 오늘 아름다웠던 기억들과는 다르게, 가족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아픔 때문에 생각하면 쓰리고 아픈 마음을 갖고 있는 분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아름다운 향수와 푸근함을 기억하면서도 동시에 그렇지 못했던 어머니, 그렇지 못했던 아버지와 형제들, 원치 않는 가정의 아픔과 다툼과 비극 가운데 불행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우리 가운데도 많이 있다. 따스함과 편안함을 주었던 부모님,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그 형제, 자매들이 세월의 흐름 앞에 어느새 나의 짐이 되고 있고, 내 아픔과 고통이 되고 있지는 않는가?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생각지 못했던 가정의 위기를 더 야기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면서 가족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대폭 늘었다. ‘집콕’ 문화가 확산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90분 정도였지만 사태 이후에는 무려 15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부부간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부부갈등이 증가했고, 이것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면서 ‘코로나 이혼(Covid-divorce)’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변한 것은 부부관계뿐만 아니다. 자녀들이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 특히 엄마들의 양육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한계치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압박이 심화되면서 소위 ‘코로나블루’(Corona Blue)라는 우울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많은 가정에서 가족 간의 불화가 일어나고, 아동학대나 이혼이 늘어나는 현상을 빚고 있다. 청년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다. 충격적인 사실은 우울증 증세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100만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 우울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살로 마감하는가 하면 가정폭력으로도 표출된다. 프랑스도 신고 건수가 32% 증가했고, 영국도 20%가량 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10.7% 늘었다는 것이다.
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의 가정을 어떻게 지켜 낼 것인가? 위기에 대한 명언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진정한 위기는 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위기인 것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위기인 것을 알면서도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가정은 어떠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족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들 사이의 관계가 좋아졌는가, 아니면 더 힘들어졌는가? 자칫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가정에 생각지 못한 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겠다. 무엇보다 온갖 세상의 부정적 풍조 앞에서 하나님이 세우신 우리의 가정을 반듯한 가정으로 세워 나가는 자세로 살아야 하겠다.
얼마 전 영국의 필립공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곁에서 70여 년 동안 든든한 버팀목으로 수많은 스캔들이 일어나는 왕실을 지켰다. 그가 살아 있을 때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떻게 오랜 세월 동안 가정을 지킬 수 있었는가? 그때 필립공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인내하며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참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우리 주님께서 고난 너머 부활의 영광을 바라보며 십자가를 인내로 끌어안고 골고다 길을 올라가시며 인간이 겪어야 할 그 모든 고난을 다 받으셨다. 십자가의 승리의 약속을 바라보며 인내하며 인류의 구원을 위해 그 길을 가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정도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하신 것을 받기 위함이라’(히 10:16)는 말씀처럼 코로나 19가 무섭게 덮쳐 와도 흔들림 없이 말씀을 붙잡고 인내를 통해 서로 격려하며 배려하는 가정을 세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제 5월의 봄 향기를 맡으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살맛나는 가정, 행복한 가정을 맛보기를 기대한다. 가정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