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신앙] 성경에서 길을 묻자_김성은 안수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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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길을 묻자

김성은 안수집사(남포교회, 도서출판 가스펠서브 대표)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며, 그분의 뜻을 발견하고, 깊은 교제를 나누어야

무슨 말을 더하겠습니까? 설명할 필요 없이 작년, 2020년은 온 세계가 혹독한 시련을 감내해야 했던 팬데믹의 시간이었고 지금가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신앙의 자유냐 방역 통제에 따르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교회와 교인들은 어쩌면 더 모진 시기를 보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 가운데 개인적으로, 지난해에 칼빈과 관련된 두 종류의 서적을 교정하면서 나름의 은혜를 누리는 행운을 얻어 더 없이 유익한 시간을 보낸 바 있습니다.

몇몇 인간의 손에 좌우되던 교회의 권위보다 성경의 권위, 하나님의 영광을 앞세워 종교개혁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이뤄냈던 칼빈(John Calvin, 1509-1564)이 경험했던 일입니다. 어느 날 칼빈이 한 성도의 방문을 받았습니다. 그 성도는 칼빈에게 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습니까?” 당시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정과 부패에 대항하여 교회 개혁의 목소리가 유럽 전역을 뒤흔들고 있던 때였고, 그에 저항하여 로마교회는 정치 권력을 등에 업고 개혁을 요구하는 자들을 단죄하고 학살하던(탄압을 이기지 못해 개혁의 의지를 꺾고 신앙의 변절자가 속출하던) 종교적 대혼란기였던지라 그 성도는 하나님의 참뜻을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에 칼빈은 한 예를 들어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만약 영국 런던에서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했다면 어디로 가야 하겠습니까? 당연히 런던으로 가야지요. 다른 곳으로 가서는 약속한 사람을 만날 수가 없지요. 약속 장소로 가야 합니다.” 계속해서 칼빈은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나님의 약속이 기록되어 있는 성경을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자신을 보여주시고, 또 그 말씀 가운데 계시는데 다른 곳에서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뜻을 묻는다면 어떻게 하나님의 생각을 발견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은 결코 사람이 추측해서 마음대로 정한 장소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하면서도 하나님이 말씀하고 계시는 곳으로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만나려면 그분의 약속과 그분의 생각이 담겨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은 바로 성경입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며, 그분의 뜻을 발견하고, 그분과의 깊은 교제를 나누어야 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성경 한 구절이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전체를 합산 것보다 더 큰 위로를 내게 주었다.”고 했습니다. 또 시카고의 무디성경학교 교장이었던 조지 스위팅은 “나는 수많은 책을 읽었으나, 나를 읽어낸 책은 오직 성경뿐이었다.”고 했습니다.

칼빈은 성경 안에 있는 진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하나님을 찾는 것은 우상숭배로 귀착되는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말씀에 대한 칼빈의 좌우명은 “하나님의 말씀에 반대되는 것은 아무것도 근거로 삼지 않는다.”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 외에는 아무것도 근거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성경에 근거가 없는 해결책을 제안하려고 하기보다는 신비를 그냥 신비한 채로 남겨 두기를 좋아했습니다. 칼빈은 “우리의 사상이나 언어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한계를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분의 말씀 안에서가 아니라면, 하나님을 찾아서는 안 되며, 그분의 말씀 안에서가 아니라면 그분에 관해 말해서도 안 된다.”라고 했습니다. “성경은 성경 스스로 해석하였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기에 제네바에서 칼빈이 받은 첫 번째 명칭은 “성경 낭독자”였고, 자신을 가리켜 “제네바 교회의 하나님 말씀의 목회자”라고 불렀습니다. 칼빈이 이처럼 성경에 집착했던 것은 성경만이 하나님과 인간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유일한 원칙이며 교사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칼빈은 종교개혁 이후 개혁신학을 하나님의 말씀 위에 가장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 사람입니다. 그는 또한 우리의 믿는바 신앙의 내용과 삶의 방식에 대해 확실하고 깊은 통찰력을 제시한 개혁자요 교회지도자요 성경교사요 경건한 설교자입니다.

칼빈에게는 성경 말고는 다른 무기가 없었습니다. 신앙의 위기, 교회의 시련, 난관에 봉착한 선교와 전도, 도전받는 기독교, 교회공동체를 떠나는 신자들, 성장이 멎어버린 교회와 교인들, 영향력을 잃어버린 교회, 방향성을 잃어버린 목회, 영적인 동절기 등등 산적한 숙제가 쌓인 암울한 시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맙시다. 어두움이 짙을수록 새벽이 가깝듯이, 주의 백성의 탄식이 짙을수록 말씀하시고 일하시는 하나님의 시간은 가까워진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고 우리의 걸음을 밝히는 유일한 빛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다른 것은 없다’고 칼빈의 영을 깨운 성경 말씀은 오늘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