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단지파의 유산_고양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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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고고학으로 조명하는 성경 –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3)

단지파의 유산

고양주 목사(수원선교교회)

 

지난 글에서 언급한 한국 신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성경에 나타난 단 지파의 전체적 모습은 선망의 대상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인다. 분배 받은 약속의 땅을 취하지 못하고 아모리 족속에 의해 산지로 쫓겨난 부끄러운 역사가 그러하며(삿 1:34), 드보라의 노래에서 그 비겁함 때문에 조롱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모습이 또한 그렇다(삿 5:17).
특히 새 영토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미가의 집에서 저지른 제사장 및 드라빔 강탈 사건(삿 18)과 단 에서의 우상 숭배 사건(삿 18:30)은 단 지파의 불신앙을 보여주는 정점을 이룬다. 분배 받은 아얄론-소렉 골짜기(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사이, 이스라엘 중부지방)를 내어 주고 북쪽으로 이주한 단 지파는 본래 라이스라 불리던, 가나안 원주민들의 성읍을 정복하고 그 이름을 단으로 바꾸었다(삿 18:29).

단 지파의 생활상

고대 성읍 단은 현재 텔 단(Tell Dan)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텔 엘-콰디(Tell el-Qadi)이다. 국립공원인 이곳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과, 요단강을 이루기까지 굽이치는 단 시내에 둘러싸인 텔의 풍경에 압도된다. 전혀 중동 같지 않다. 풍화된 현무암 성분의 비옥한 토양과 천혜의 조건을 가져 단 지파 선발대가 “그곳에는 세상에 있는 것이 하나도 부족함이 없다”고 보고 한 것을 수긍케 한다.
단 지파의 단(라이스) 정복과 정착은 두 가지 유물로 입증된다. 가나안 도시(주전 12세기)가 파괴된 후 등장하는 ‘목 깃 항아리’(collar rim jar)와, 저장 구덩이(silo)가 그것이다. 전통적으로 이 두 유물은 이동에서 정착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보여주는 유물이자, 이스라엘 민족의 정착 흔적을 보여주는 ‘표식’으로 이해되었다. 
특별히 시선을 끄는 것은, 남쪽에서 발견된 제련과 관련된 각종 시설 및 유물들이다. 쇳물을 붓는 도가니와 청동, 구리 등으로 만든 다양한 농기구의 제작, 수리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단 지파의 제련 기술을 증거한다. 성경에서 단 지파 출신의 오홀리압이 성막 내 기구들의 제조 기술 책임자 중 하나로 언급되거나(출 31:6), 두로 왕 히람이 솔로몬에게 특별히 단 지파 여인의 아들을 금속 기술자로 추천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대하 2:13).
성경은 단 자손들이 자신들을 위해 탈취해온 신상들을 세웠다고 한다(삿 18:30). 이와 관련해 성소나 신상 같은 확실한 유물이 발견된 적은 없다. 그러나 단 지파 정착 이후인 여로보암 시대부터 두드러지게 출현하는 성전의 존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교 행위와 관련된 장소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에 연속성(continuity)이란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성전은 대부분 종교적 유래를 가진 곳, 즉 이전 시대의 성전이 있던 곳에 세워진다는 것이다. 실제 여로보암 때에 세워진 단의 거대한 제단은 이후 로마, 헬라 시대를 거쳐 존속되었다. 이런 성전의 연속성은 단 지파 시대에도 이곳에 성전이 존재했고, 우상 숭배가 행해졌을 가능성을 강력히 증거한다.

단 지파의 실종

외형적으로 단 지파의 생활은 비교적 풍요로웠던 듯하다. 천혜 조건의 성읍을 차지했고, 숙련된 제련술을 보유했으며,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첩경의 독사처럼, 바산의 사자새끼처럼(신 33:2) 골란 고원 지역을 휘저었다.
그러나 성경은 약속의 땅에서 쫓겨나, 강탈한 제사장과 새긴 우상의 힘을 빌려 새 도읍을 정복코자 했던 그들의 불신앙과 그곳에 신상을 두어 우상의 도시 단의 탄생을 예비한 그 죄악을 남김없이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고고학적 유물은 단이 여로보암을 거쳐 로마와 페르시아 시대까지 줄기차게 우상의 도시였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결국 계시록에 언급된 단 지파의 누락의 의미는 명확해 보인다. 우상숭배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말미암은 지파적 실종으로 말이다. 이레니우스에 따르면 사도 요한 당시엔 심지어 단 지파에서 적그리스도가 나온다는 전승마저 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서론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과연 한민족은 단 지파의 자손일 가능성이 있을까? 객관적 증거의 희박은 차치하고라도, 지독한 우상숭배로 얼룩진 단 지파의 육신적 후손이기를 굳이 자처하기보다 믿음 안에서 아브라함과 그리스도의 영적 후손으로 입양된 축복, 그리고 그 믿음의 자취를 좇을 수 있는 특권으로 만족함이 마땅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