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계속성 방안으로서 은퇴 앞둔 선교사의 선교 예비생 입양
< 이병훈 선교사, 필리핀 >
“예비생에게 경험을 유산으로, 현 선교사에게는 재정적 도움 줄 수 있어”
필자는 선교 동원가도 전략가도 아니다. 그러나 현존하는 위치에서, 곧 지금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있는 것 중 나누고 싶은 하나를 정리해보았다.
기존 선교사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것이다. 은퇴 후의 주거 문제, 어떤 일을 할 것인가의 재취업 문제 등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하던 일을 중단하고 새로운 일을 찾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세상과 구별되어 교회의 후원을 받아 살아온 선교사들에게 이 문제는 더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반면에 선교 지망생들은 선교 현실의 변화에 따라 하나님 앞에서 비록 선교사의 존엄은 여전히 동일하나, 예전에 우리의 선배나 동료들이 초창기에 가지던 그런 영예 없이 선교를 준비해야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은퇴 선교사들은 은퇴와 동시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찾아야하는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선교 지망생들은 뜻은 있지만 종종 사실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위기 중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 선교 예비생 입양
요즘 젊은 선교 지망생들은 교회에서 어떤 식으로 인정과 후원을 받고 있을까? 대부분의 지망생들은 격려와 자극 그리고 후원자 모집 등 많은 부분에서 전 세대가 겪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전의 선교사의 삶은 일종의 격리된 삶이었다. 문화와 격리, 또 가족과 친지, 친구들로부터의 격리된 삶이 그것이다. 그들은 현지에서 받는 심신의 고난과 고생하는 삶으로 인해 후원 교회에서 파송, 사역의 현장, 그리고 나중의 귀향에 이르기 까지 남다른 인정과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좀 더 쉬워진 지금의 선교지 사정과 한국교회의 현실적 변화에 의해, 최근 장기 또는 평생 선교 지망생은 훨씬 그 기반을 쌓기 어려운 실정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일에 헌신한 사람들의 노후에 대한 준비를 따로 말하고 있지 않다. 구약의 제사장이나 선지자가 기력이 쇠진하여 다른 일을 하게 된 법이 없고 신약의 사도들이나 장로들이 나중에 연로하여, 직임을 놓아두고 집에서 남은 인생을 쉬며 살았다는 기록이 없는 것이다.
한세대 전만해도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뼈를 묻어야 한다’는 것이, 예전 어떤 교부들이 ‘순교를 지상의 덕’으로 여기던 것과 비슷한 덕목처럼 생각되었다. 사실 전세기 초중반의 선교사들은 지금의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고난 중에 선교했고 그 중 많은 분들이 죽임을 기쁨으로 당했다. 그들은 위기 중 잠깐의 철수 이외에 악식년도 없이 사셨다.
하지만 요즘 시대 선교사 삶의 패턴은 전문화와 동시에 직업화 되어가고 있다. 어떤 후원자들은 ‘요즘 선교사들은 꼭 공무원 같다’고 말한다. 이는 따박따박 후원을 받아서 편안히 잘 살고 있다는 비아냥이 섞인 비판의 말씀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보편적이 된 것과 같이 선교사도 희귀한 직이 아니고 흔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일이 그리 크게 생각되지 않을지라도 주어진 작은 일에 충성하는 것으로 감사의 삶을 산다면 지금의 선교사들도 여전히 주님께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화, 조직화, 직업화는 피하기 힘든 우리의 현실임을 인정하되 이런 시대에서도 영적 충만함을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이 꼭 삯군의 삶과 같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전의 단순한 삶보다 더욱 전문적이고 직업화된 삶의 현실에서, 늙는다는 것은 하던 일에서의 은퇴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실력이 있고 순발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밀어 차고 올라오는 것은 세상이나 교계 또는 선교계나 모두 한가지이다.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해야 한다는 것은 비록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자연의 순리라고 여겨진다. 더 더욱 한국 교회의 재정능력의 한계를 인식할 때 싫든 좋든 신구 교체의 물갈이는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은퇴하는 선교사의 입장에서 피동적으로 자리를 비어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선교 예비생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 즉 은퇴를 앞둔 선교사가 선교 준비생 중 한 사람을 자신의 아들이나 딸의 하나로 여기고 입양한 준비생을 돕는 일을 한다면 장인 정신의 연장선에서 하나님나라 건설에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은퇴를 준비하는 선교사는 한 번 더 가족을 넘어서 섬기는 삶을 노후를 준비하며, 또 은퇴 이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피입양 대상자로서의 선교 예비생의 연령은 은퇴를 준비하는 선교사의 자녀와 비슷한 연령(20대 후반에서 30 초반)이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피차간의 존경과 신뢰 그리고 사랑을 전하기 쉽기 때문이다.
- 예비생 입양의 기능들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소명과 자질을 겸한 지망생의 발굴과 선정
- 상호간의 영적 멘토
- 상호간의 기도 후원자
- 재정 후원자: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듯 관계 고리로의 주고받기(give and take)는 관계 형성과 지속을 위해 꼭 필요하다.
- 노하우의 전수: 그것이 학문적인 것이건 작은 조언이든지, 예를 들면 언어 준비의 중요성 또는 문화 이해의 가치 현지에서의 동역자 관계 등등, 은퇴 준비 선교사가 선교 준비생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 네트워크 안내 및 구축: 사역의 방향성 그리고 사역지 선정의 제고에, 기도 및 재정 후원자 조직과 연락망 관리에 은퇴 (준비) 선교사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 보냄과 자립 이후의 관계: 선교 준비생은 파송과 정착 이후 점차 은퇴 선교사의 도움을 떠나 더욱 독립적으로 사역할 것이나 한국 사회에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끝나지 않는 것처럼 한번 맺어진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 위기 상황 대처의 필요
- 선교의 계속성과 확장
이와 관련해 선교 지망생을 찾는 시기는 은퇴 이전, 즉 4년에서 8년 사이(약 60세 전후)에 준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4년에서 8년은 선교 예비생이 본국에서 선교사역을 준비하거나 선교 사역 초창기에 해당한다. 이 기간에 은퇴 준비 선교사와 선교 예비생은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마치는 말
두 층의 사람들을 보면 한 편은 선교의 종지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고 또 한편은 이제 선교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 두 층의 사람들의 공통점은 선교에 있다. 이 두 층의 사람이 서로 만나 협력을 한다면 젊은 준비생은 선교지에서 일생을 보낸 은퇴 (준비) 선교사로부터 큰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은퇴 (준비) 선교사는 준비하는 선교 예비생을 여러 모양으로 도움으로써 비록 예전과 같이 선교에 전념하지 않고 자신의 생업이 따로 있을지라도 여전히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선교에 계속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