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음이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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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이 비전이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2021년 한 해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 물리적 시간을 주신 하나님은 구속적 사역에 동참하고 청지기의 삶을 살아내라고 우리를 초청하신다. 참 좋으신 하나님이 우리를 자녀 삼으실 뿐 아니라 우리에게 하나님 나라를 섬기고 세우는 일을 맡겨 주신 것이다. 하나님의 통치적 주권은 놀랍게도 우리의 노력과 순종을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청하시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사명이자 특권이요 크나큰 영광이 된다.
이러한 특권에도 불구하고 내일 일을 모르는 것이 인간사의 특징이다. 다른 한편 사태의 연속성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올해에도 본질적으로나 현상적으로 작년과 다름없는 일들이 계속될 것이다. 작금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이 겪고 있는 전염병은 극복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이 현실적인 평가이다. 이 난국이 장차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그 변화의 의미와 방향을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성도들과 교회도 마찬가지로 이 변화의 와중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소망의 단서를 찾을 것인가?
코로나19가 제2의 흑사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사실이 시사점을 던져준다. 병에 대한 의학적 이해와 방역 능력에서는 차이가 크겠지만 이후 초래될 변화의 범위와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역사의 교훈을 겸손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페스트가 불러온 엄혹한 시련이 문화적으로는 문예부흥(르네상스)으로, 영적으로는 종교개혁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우리는 특히 위대한 영적, 종교적 유산에 힘입어 오늘도 개혁교회를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아시고 일을 이루시는 하나님이 지금 여기에서 행하신다는 섭리 교리를 믿는 우리는 또 다른 영적 갱신을 준비하며 기다리게 된다. 이러한 비전은 꿈을 꾸는 일이 당치 않아 보일 때에도 하나님이 그 자녀들에게 보여주시는 ‘환상’일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닥치는 현실에 압도당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어떤 현실보다 가장 큰 현실은 하나님이시라는 불변의 진리이다. 하나님이 주신 그 나라의 비전은 자주 우리가 처해 있는 혹독한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비전은 우리가 현실의 무게에 눌려 낙심이나 패배주의에 빠지지 아니하고 주님의 신실한 약속이 우리 가운데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믿고 살아가는 근거가 된다.
하나님나라의 비전은 복음의 실천을 통한 교회의 변화와 복음 전파를 통한 세상의 변화이다. 그리고 복음의 중심에는 삼위 하나님의 구원역사와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이 있다. 하나님은 어느 시대,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나라의 목적을 이루는 과제를 우리에게 맡겨 주셨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신 비전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복음이 비전이다. 영원한 복음이 우리의 변치 않는 사명이다. 복음의 메시지를 깨닫고 전하고 살아 내라는 도전의 말씀이 새해 소망의 근거이자 비전의 근거가 된다. 새해는 복음의 비전을 더욱 새롭게 하고 실천하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이다.
비전은 리더십의 첫 번째 덕목이다.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주님의 일에 더욱 가열하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기독교 리더십은 무엇보다 섬기는 리더십이기 때문에 부르신 자리에서 충성스럽게 섬기는 자가 곧 리더이다. 지금 처한 자리에서 복음의 비전을 가지고 섬기는 사람이 하나님이 우리 곁에 두신 리더이다. 교단적으로도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복음 진리의 요체와 적용을 세상에 힘 있게 드러내는 일에서 다방면의 리더십이 요청된다. 주어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탁월성을 지향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역교회가 돼야 한다.
새해는 모든 사람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대체할 수 없는 선물이기에 받는 우리에게는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가 된다. 우리 모두는 새해의 끝에 “잘하였도다. 충성된 종아.”라고 칭찬을 듣는 개인, 교회가 되는 다짐을 가지고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다.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세상의 소망임을 실천하고 보여주는 한 해, 주님의 일을 위하여 시간과 은사와 자원에 대한 청지기의 삶을 통해서 순간순간을 구속해 내는 가슴 벅찬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행 2:17; 욜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