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다리는 새해, 새로운 의미부여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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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새해, 새로운 의미부여의 기회

2020년도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났다. 이제 2021년도는 또 어떤 해로 다가올지 두려움 반 설렘 반이다. 코로나19가 새해에도 기승을 부릴 것을 생각하면 두려움이요, 이 엄벙통 중에도 교회를 보호하시고 역사하시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실 하나님을 생각하면 설렘이 아닐 수 없다. 주님은 어떤 절박한 환경에서도 그 기이한 손길로 당신의 백성을 지켜 주시며, 또한 그들로 인해 영광 받으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히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새해가 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점이다. 해가 바뀌면 누구나 가슴이 뛰고 무언가 새롭게 바뀔 것 같고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지만 결국 매년 판박이다. 1월 1일의 태양도 어제의 태양과 다를 바 없고 새해라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내 환경도 그대로며 해야 할 일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새해를 기다림은 새해는 새로운 의미부여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의미부여는 내가 바뀌는 첫 단추요 또한 새로운 세상을 여는 들머리가 되기에 중요하다. 내가 전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나와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세상이 그대로라도 내가 바뀌면 세상이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의미부여는 창조적 발상이다. 우리에게 창조주 하나님의 형상이 있다면, 그 결정적인 창조능력의 하나가 바로 의미부여의 능력이라 하겠다. 마치 아담이 개별적으로 의미부여를 해 준 게 각 생물의 이름이 된 것처럼 의미부여란 생명을 불어넣고 가치를 부여해 주는 작업이다.

우리가 시를 읽고 감동하는 것은 바로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 시인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다. 목회사역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살림의 역사다. 시대를 살리고 그의 나라와 성도들의 삶을 살려 내야 한다. 목회현장에서의 의미부여가 바로 그 동력이다. 살려 내는 일엔 목회자와 성도가 따로 없다. 살림의 역사는 원래 교회 몫이기 때문이다. 의미부여의 대상으로는 먼저 자기 스스로의 의미부여가 필요하다. 여기서 스스로란 개인일 수도 있고 교회일 수도 있다. 우선 내 존재가 하나님의 자녀요 빛과 소금의 역할이요 진실의 보루라는 의미부여가 확실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규모와 신분과 역할에 얽매일 게 없다. 거들먹거릴 일도 없고 주저앉을 일도 없다. 또한 내 지금의 상황에 대한 의미부여도 필요하다.

부자의 삶이냐 거지 나사로의 삶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하나님이 인도하신 환경이라면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한들 어떠하냐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부여도 중요하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고 누구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면 멈추지 말라. 실패하면 어떻고 무시당하면 어떠랴. 그게 바로 주님을 따르는 역동적인 삶일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먼저 우리들 자신에 대한 의미부여가 분명해진다면, 한 해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고 한 해의 사역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한편 남에 대한 의미부여도 중요하다. 그것은 남의 행위나 언어나 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말한다. 악과 거짓은 용납할 수 없지만 그 외 세상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갖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예외 없이 남의 행위에 대해선 부정부터 하고 달려드는 못난 버릇이 있다. 내 자식은 단점도 장점으로 보이고 남의 자식은 장점도 단점으로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성령은 살리는 역사로 드러나고 악령은 죽이는 역사로 드러난다. 교회와 성도는 이 부분에서 세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남의 말과 글에 대한 판단은 물론 남의 사소한 행위도 의미를 부여해 격려하고 칭찬할 줄 안다면, 그는 보통 신앙인격자가 아니다. 남을 세워 주는 능력보다 더 확실한 성령의 역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의 나쁜 점만 보인다면 그 눈이 어둡기 때문이요 그 눈이 나쁜 것은 그 마음이 어둡기 때문이다. 마음이 어두운 것은 그 안에 빛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도는 밝은 눈을 가져야 한다. 밝은 눈은 시력 2.0이 아니라 남의 장점을 볼 줄 아는 눈이다. 남의 교회 사역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역자의 선한 동기마저 내 잣대로 깎아 내려선 안 된다. 모두가 주 안에서 하나 된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새해부터 각자 의미부여를 새롭게 하자. 내 자존감을 잃지 않고, 다른 이들을 세워 나가는 기쁨을 맛보도록 하자. 그보다 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로 인한 하나님의 영광이 곧 우리의 영광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