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예수님이 물으시는 질문들_정요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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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예수님이 물으시는 질문들

정요석 목사(세움교회, 본보 논설위원)

 

힘든 경험들, 낮아짐과 깊어짐의 체험을 통해 사람을 알고 인생을 알고 하나님을 알다

 

나는 조직신학을 좋아하여 박사까지 공부하였고 신학교에서 가르쳤고 몇 권의 책들도 썼다. 신성과 인성이 어떻게 한 인격을 이루는가라는 단정한 질문을 좋아하고 이를 숙고하며 단아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를 즐긴다. 그럼에도 조직신학이 전 인생을 담아낸다고 생각지 않고, 성경은 조직신학보다 넓고, 기독교가 개혁신학보다 넓음을 매우 분명하게 인정한다.

2008년에 개봉된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는 18세의 문맹 고아인 자말이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가?”라는 10억 원이 걸린 퀴즈쇼에 출연하여 우승한 것을 그린다. 교수도, 변호사도, 의사도 실패한 퀴즈쇼에서 콜센터의 차 심부름꾼 자말이 문제들을 모두 맞추어 나가자, 단지 한 문제만 남겨둔 상태에서 부정행위를 의심한 경찰은 그를 사기죄로 체포하였다.

하지만 그가 문제들을 학교에서 책을 통해 머리로 배운 지식이 아니라, 그의 배고프고 외롭고 목숨이 걸린 다난한 경험들을 온 몸으로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풀었음을 확인한 경찰은 그를 석방하였다. 그는 상금 10억 원이 아니라, 자기와 함께 앵벌이로 자란 소녀가 퀴즈쇼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출연하였다. 그는 퀴즈쇼의 우승으로 조직폭력배에서 풀려난 그녀를 만나게 되었고, 인도 영화가 그렇듯 열차 역에서 그녀와 화려한 군무를 추는 것으로 이 영화는 끝난다.

우리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예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질문하실까? 예수님 자신이 하나님이시며 또 어떻게 사람이 되시어 한 인격을 이루시는지를 질문하실까? 아무래도 아닐 듯하다. 조직신학의 질문들은 예수님에게서 나올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살아온 인생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특히 눈물 흘리며 겪은 일들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들을 질문하실 것 같다. 차 심부름꾼이든, 박사든, 회장이든 직업 자체는 중요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며 배웠는지가 중요하리라.

나는 천국에서 열릴 “누가 하나님을 얼마만큼 아는가?”라는 퀴즈쇼에서 얼마의 레벨로 올라갈까? 내 수명을 갉아먹을 만큼 힘들었던, 지금 생각해도 넓적다리가 흔들리고, 마음 한 구석이 미어지는 그런 경험들이 나에게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이 힘든 경험들을 통해 사람을 알았고 인생을 알았고 하나님을 알았다. 이런 낮아짐과 깊어짐의 배움을 체험할수록 자말처럼 자연스럽게 하늘의 퀴즈쇼 문제들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살만한 것이다. 힘듦을 넘어서는 인생의 넓음과 무게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험과 소견으로 인생과 하나님을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 우리의 경제와 신분 환경이 나빠지고, 마음속에 생채기기 많아질수록 그런 삶을 살고 견뎌낸 자체로 우리는 귀한 존재들이다.

오늘까지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494명이다. 그런데 2019년 자살자 수가 1만3799명이다. 최근 3년 하루 평균 36.5명이 죽었다. 마음이 힘든 여러분! 책과 머리로 배운 지식이 아니라, 마음의 생채기로만 풀 수 있는 하늘의 퀴즈쇼를 생각하며 현재의 어려움을 그냥 살아보자! 우리는 모두 하늘의 퀴즈쇼의 우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