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신 4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

0
115

사설

 

합신 4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

 

한 가정이 경사나 유의미한 날을 기념하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내적 축하와 감사의 시간을 갖고 집안의 화목과 단합을 다지며 발전을 위한 성찰과 의견을 모으는 것. 또 하나는 외적 활동으로 이웃을 초청해 잔치를 베풀거나 떡을 돌리며 기쁨을 나누며 축하받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합신 40주년 기념 사안도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는 초점을 현실적으로 추스를 필요가 있다. 먼저,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직설하자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진정한 기념은 필연성과 상황에 맞아야 한다. 형식보다는 정신을 붙드는 것. 그것이 알짬이다. 꼭 40주년이 되는 해에만 기념하라는 철칙도 없다. 팬데믹이 올해 안에 끝나고 내년엔 일상이 회복된다는 보장이 아직 없다. 우선은 어려운 현황 극복에 더 집중함이 어쩌면 40주년을 적실히 기념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기념하는 행사의 필요성이 거론된다면 대사회적, 외적 행사보다 교단 내적 단합에 기초해야 한다. 따라서 교단 전체 회원들의 충분한 이해 속에 부득불 기념의 필연성이 있다고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오해 없기를 바라지만, 총회 집행부는 이 일에 독주하지 말고 전체 의견을 물어야 한다. 40주년을 꼭 기념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기념하는 것이 좋은지, 적어도 다수의 생각을 파악하는 설문조사라도 먼저 실시함이 좋다. 내년에 꼭 기념하자고 하면 그 방식에 대한 의견도 모아 그 중 검소하고 좋은 방법을 택해 진행하면 된다.

기념하는 일에는 예배로 하나님께 감사함은 물론이요 무엇보다 성찰과 실천의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사실 모든 기념의 주목적은 자기 성찰과 미래지향적 실천력 제고에 있다. 여기엔 개혁신앙에 기반한 합신의 역사를 바로 이해하고 그 사상을 지키며 발전시키는 데 일조할 세미나와 학술대회가 있겠고 자체 단합과 친목 성격의 회집도 있다.

차제에 우리는 성찰의 줄거리가 될 “합신 40주년 설문 조사”를 제안한다. 마치 센서스처럼 합신의 현실을 보다 더 상세히 파악하기를 권한다. 이미 총회에 각 노회에서 보고한 교회 현황이 있긴 하다. 그래도 단순한 수학적 통계 자료를 넘어선 예배와 교육과 목회의 방식. 그리고 개혁주의적 이해와 적용의 현황. 지금 합신에 무엇이 가장 시급한 것인지. 합신인으로서의 각자의 성찰과 전망이 담긴 조사 결과를 얻기 바란다. 이 자료를 근거로 세미나와 학술대회를 열어야 실체적이고 유의미하다. 또 미래지향적 합신 백서도 내놓는 것이 합신 40주년을 기념하는 한 방편으로 유익하다.

아울러 성찰의 열매라 할 실천에까지 나아가야 한다. 예컨대 지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들을 상기하면 많은 학술대회와 선언문이 있었지만 유효하고 지속적인 개혁으로 뒷받침해야 비로소 그 의미가 체현된다. 본래의 사상을 상실치 않고 새롭게 성경적이라고 밝혀진 사실과 진리적 가치들은 수용하여 그에 따른 변화를 감수하고 변혁의 방향으로까지 가야 한다.

지난 2011년 발간된 ‘합신30년사(영음사)’의 권두언에는 우리가 이제도 지탱해야 할 자세가 오롯이 담겨 있다. 당시 총회장 장상래 목사는 “물량주의와 물질주의와 성장주의라는 세속주의를 철저하게 배격하고 오로지 하나님의 영광만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건재한 모습으로 합신이 성장하여 왔다”고 했다. 합신 존재 가치의 성격을 천명한 것이다.

합신30년사 집필자 조병수 목사는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우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라면서 “30년의 시간을 보낸 우리는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서 순수함을 지키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점에서 불결함이 발생했는지 반드시 짚어 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40주년을 맞는 지금도 같다. 더 무엇을 말하겠는가. 정직한 성찰과 개혁적 실천 없이는 기념의 의미는 흐릿하다. 당시 교단역사편찬위원장 김우석 목사의 호소를 다시 새긴다. “이 개혁의 일은 일회적으로 끝난 것이 아니기에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부단히 세상의 풍조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우리 자신과 교회를 개혁하려는 자세를 견지하여 이 땅에 진정으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을 이루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