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럼| 거룩한 차출 _ 조봉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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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칼럼

 

거룩한 차출

 

<조봉희 목사 | 지구촌교회>

 

영원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내가 하나님께 선별되고
차출되었다는 자체가 복되다

 

우리 중 누구든지 어린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선생님께서 여러 아이들 중에서 나를 선별하여 어떤 직책을 맡기신 일이다. 하늘같은 선생님이 여러 급우들 중에서 나를 차출하여 어떤 임무를 맡겨주신 것 하나만으로도 특권의식을 가졌다.

이런 행복한 선별과 차출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있었고, 삶의 여러 과정에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남자들은 군대에서의 차출로 갖가지 추억을 품고 살아간다. 어떤 좋은 병과나 특수임무 내지 특별대우를 받는 부대로 차출되는 행운이 있었던 반면, 어떤 이들은 전방부대나 철책 GOP부대로 차출되어 고생을 단단히 했을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인생의 오묘한 질문 속에 살아간다. 왜 나는 어려움과 아픔, 가난과 시련이라는 고생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왜 하필이면 내가 치명적인 질병이나 암에 걸리는가? Why me? 왜 나에게 이런 고난과 불행이 찾아오는가?

이런 의문에 대하여 산업혁명시대 영국의 낭만파 천재시인 셸리가 인생의 어두운 고난을 희망의 스펙트럼으로 보자고 외친다.

<겨울이 만일 온다면 어찌 봄이 멀었으리요.>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우리들 인생살이가 항상 봄 날씨일 수는 없다. 때로는 여름날의 태풍이 오고, 때로는 겨울의 진눈깨비가 내린다. 그래서 ‘겨울이 온다면 어찌 봄이 멀었으리요.’ 라는 구절이 마음에 깊은 메시지를 준다. 우리에게 겨울이 왜 오는 것일까? 봄이 오려고 겨울이 오는 것이다. 어두운 밤은 왜 오는 것일까? 새벽이 오려고 밤이 오는 것이다. 따라서 밤이 깊어갈수록 희망의 새아침이 밝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금세기 영성의 사람 유진 피터슨은 에스겔서 서론에서 뜻밖의 고난에 대해 사람들의 상반된 반응을 간결하게 정리해준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재난을 만나면 사람들은 다양한 태도를 보인다. 가장 흔한 두 가지는 ‘부정(denial)과 절망(despair)’이다.

부정은 닥쳐 온 재난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는 것이다. 눈을 감고 아예 보려고 하지 않거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려버린다. 그냥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거리며 현실부정으로 살아간다. 기분전환거리나 거짓말이나 환상 속으로 도피하기도 한다. 반면에, 절망은 닥쳐온 재난 앞에서 마비된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듯 반응한다. 주어진 현실 앞에 그냥 주저앉아 내 인생은 끝났다고 결론짓는다. 너무 쉽게 비관하며 어둡고 그늘진 잿빛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데 고난과 불행에 대한 예수님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그 어떤 것도 절망적인 운명으로 여기지 않으신다. 오히려 하나님의 큰 계획이라는 스펙트럼으로 눈을 열어주신다. 결국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의 관점을 갖게 하신다. 인생의 그 어떤 소용돌이에서도 복되게 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게 하신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오묘한 일하심을 때로는 굵직굵직하게, 때로는 세밀하게 그려내신다. 뜻밖의 문제를 뜻밖의 은혜로 풀어 가신다.

그러므로 당신도 어떤 힘든 인생을 살게 되었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한 특수 임무자로 차출 된 것이다. 남들에게 없는 고난의 특수임무가 당신에게 주어졌다면 당신은 거룩한 차출을 받은 것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그렇다. 욥을 중심하여 요셉, 모세, 다윗, 세례요한 같은 자들이다.

그래서 당신도 그들처럼 하나님의 임상 테스트(?)에 차출되었음이 틀림없다. 당신도 그들처럼 영적 거장 중 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혹시 당신은 고난의 문제가 풀리지 않고, 가난의 운명이 해결되지 않고, 전화위복이라는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지 않고, 질병이나 암을 치료 받지 못한 체 고생만 하다가 인생을 마무리한다 할지라도 인생을 비관적으로 해석하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은 하나님께 쓰임 받은 자로 차출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임상실험에 선별된 것이다. 따라서 영원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내가 하나님께 선별되고 차출되었다는 자체가 복된 것이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고 살아가자. 내가 하나님께 특별 스카우트가 되고, 특별 채용된 것이니 나는 그만큼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하늘의 거룩한 차출을 받은 자다.

그러기에 성경은 지금 당신의 운명과 현실이 어떠하든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불타는 사랑을 확신시켜 준다. 구약성경 이사야서 43장 말씀이다.

『나는 어마어마한 값을 치르고 너를 샀다. 너를 얻으려고 모든 것을 다 내놓았다. 너는 내게 그만큼 소중하다. 내가 너를 그만큼 사랑한다. 너를 얻기 위해서라면 나는 온 세상도 팔 수 있다. 창조세계와 너를 맞바꿀 수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한다.』

최근에 잠시 재충전을 하면서 하나님의 엄청난 사랑을 더욱 확신해 본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구원하기로 선별하셨고, 그분의 큰 뜻을 이루시려고 나를 특수임무자로 차출하신 것이라면 나는 분명 복 받은 자이다. 인간적인 표현으로 내 미래 운명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분이 알아서 하신다.

그러니 나는 하나님 나라와 교회, 오직 그분의 영광만을 위해 차출 받은 자로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