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산티아고 순례길’을 갔다 오다 _ 박민영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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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산티아고 순례길’을 갔다 오다

부엔 카미노 Buen Camino

 

<박민영 집사 | 부천평안교회>

 

찬양을 들으며 걸을 때 기쁨과 감사와

주님께서 동행하심을 확신하는 은혜가 있었다

 

 

프랑스 남쪽 생장에서 출발, 피레네 산맥을 넘어 180여 곳의 도시와 마을을 지나 스페인 북서쪽에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는 이른바 ‘산티아고 순례길’ 중 프랑스 길을 36박 38일 일정으로 갔다 왔다. 요즘 들어 한국인도 많이 찾고 있으며, 남녀노소 인생의 전환점에서 시간 내어 찾는 중장년층 이직자들, 그리고 나와 같은 퇴직자들도 많다.

많은 사람이 걷고 싶어 하는 산티아고 순례길! 부엔 카미노(Buen Camino 좋은 길)라 이름 붙어 있다. 삶의 사색과 성찰의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퇴직하면 걸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작년 겨울부터 체력단련과 계획을 세우며 준비하였다. 아내와 함께 가려했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 달 넘게 걸어야 하는 여정에 아내는 기권하고, 혼자가 되어 가려고 하니 긴장이 더 되고 설레기도 했다.

출발 전 많은 사람의 응원과 담임목사님으로부터 주님이 늘 동행하여 주심을 믿고 잘 다녀오라는 안수기도를 받고 출발하였다. 여행 경비는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았다. 항공료를 제외하고, 다른 경비는 다소 저렴해서 경제적으로 여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여행은 독립하지 못한 젊은 대학생들, 중장년층과 은퇴자들에게도 좋을 듯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 길, 포도밭이나 목초지는 프랑스 순례길 코스의 매력 중 하나이다. 순례자들은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개인적인 일로 분주하게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며, 부질없고 헛된 삶의 모습이 많았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오랜 시간 걸으면서 자기만의 온전한 시간에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족 외에는 카톡이나 문자에도 반응하지 않고, 철저히 자신에 집중하며 의미를 찾고자 노력했다.

한 달 동안의 대장정 끝에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의 감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생장 출발 22일차에 800Km을 걸어 산티아고 대성당 도착 후, 야고보 시체가 떠내려 왔다는 설화가 있는 작은 어촌 마을 묵시아를 거쳐, 지구 땅끝 마을이라 칭하는 피스테라에 도착, 다시 걸어서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되돌아오는 1,000Km 대장정을 29일에 걸쳐 마쳤다.

등짐을 메고 매일 반복해 걷다 보면 몸은 힘들어 지쳐 가지만, 오늘은 뭘 먹고 어디 가서 잘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때로는 머리를 가볍게도 해주었다. 단순한 삶속에서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걷던 순례길! 새벽 미명에 노란화살표를 따라 길을 나섰고,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를 찾아 들어가 지친 몸을 누이고 아픈 발을 만졌지만, 아무 사고 없이 배탈 한번 안 나고 곤한 잠을 통하여 날마다 건강한 새 아침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다.

나는 휴대폰에 다운받아 간 찬양을 들으며 걸을 때, 등짐 무게도 의식하지 못하고 기쁨과 감사의 눈물, 주님께서 내 길과 삶에 동행하여 주심을 확신하는 은혜가 있었다. 지금도 그때 그 찬양을 들으면 은혜로웠던 그 감격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순례자들과 나누어 마시던 음료, 다정한 미소로 주고받던 인사말 “부엔 카미노”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하루하루 의미 없는 걸음 같았지만, 무사히 순례를 마친 것에 감사하며, 나를 응원해 주고 기도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걷는 길 내내 혼자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내 인생의 남은 여정도 그러하리라 믿으며 주 안에서 평안을 누린다.

짧은 일정상 힘든 길이었지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세계와 마주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으며, 다른 여행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깊어지고 성숙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기회가 되면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마음껏 즐기며, 천천히 다시 한 번 그 길을 걷고 싶다. 연초부터 부풀었던 나의 마음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허무하고 비록 희미해지기는 하겠지만, 한 달을 걸었던 순례의 기억은 나의 삶의 어딘가에 물감처럼 배어있을 것이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여정도 끝났듯이, 진정한 순례길인 내 인생도 언젠가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마지막이 있을 것이다. 나의 삶이 다하는 날까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속에서 믿음을 지키고 영육이 강건함으로 선한 일에 봉사하며, 힘 있게 천성을 향해 걸어가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내 인생 부엔 카미노!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