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은퇴하면 교회를 떠나야 하는가? _ 임형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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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은퇴하면 교회를 떠나야 하는가?

 

<임형택 목사 | 숭신교회>

 

은퇴한 목사도 우리가 사랑하고 섬겨야 할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라고 생각하며 함께 성숙해지자

 

목사가 정년 은퇴하면 은퇴목사가 되든지, 원로목사가 된다. 그 경우 교회를 떠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게 후임 목사와 교회에 유익할까? 가끔 그게 옳다는 말을 듣고,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은퇴하신 분 중에도 그렇게 말씀하는 분이 있고, 젊은 목사 중에도 그렇게 주장하는 분도 있다. 만일 젊은 목사가 그런 주장을 편다면 원로목사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거나, 싫어하기 때문은 아닐까? 필자가 2002년 숭신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고 노윤석 목사께서 2014년 별세하시기까지 함께하셨다. 건강이 허락하실 때까지 매 주일 출석하여 오전 예배와 오후 예배를 드리셨다. 한 달에 한 번은 오후 예배 때 설교하셨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솔직한 소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필자는 고 노윤석 목사는 신사이셨다고 기억한다. 12년 동안 어린 후임자인 필자에게 단 한 번도 훈계나 불만을 말하지 않으셨다. 누군가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의사를 전달하지도 않았다. 필자 역시 큰 부담 없이 교회에 오시는 것을 반겼다. 주일에는 2부 예배 시작 전까지 쉬시도록 당회실 문을 열어드리고, 커피 한 잔 대접했다. 고 노윤석 목사는 1년 중 넉 달 또는 다섯 달을 미국에서 보내셨다. 필자는 그 기간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평안을 느꼈다. 돌아오셨을 때 살짝 긴장감을 느꼈다. 그때 고 노윤석 목사께서 미국에 머무실 때 긴장이 풀렸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긴장이 나쁜 것일까? 그런 부담이 목회에 방해될까? 필자는 결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긴장은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목회자에게 약간의 긴장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 근신하게 하고, 기도하게 한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잡게 하고, 사역에 집중하게 한다. 원로목사가 계시므로 느끼는 긴장은 개인의 경건과 사역과 목회에 크게 유익하게 작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약간의 긴장감은 감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부담감을 떨쳐내기보다는 부담감을 지고 섬기는 것이 믿음이 아닐까? 이것이 필자의 경험이고, 솔직한 소회이다.

물론 때로는 귀찮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어디를 가게 되면 꼭 모시고 다녀야 했던 것도 그랬고, 약간의 눈치를 봐야 했던 것도 그랬다. 특히 자녀들이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에는 조금 더 보살펴드려야 했던 것도 그랬다. 때로는 존재하는 그 자체가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분이 계시므로 필자에게는 보호막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필자의 보호막이셨다. 필자는 숭신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는데, 온갖 고난과 가난을 겪으면서 교회를 세우고, 건축하여 필자로 목회하게 했으니 필자에게 큰 은혜를 베푸신 것이다. 마치 잘 차려진 잔칫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자리를 차지한 것과 같다. 그분은 필자의 은인이셨다. 이것도 필자의 솔직한 소회이다.

그런데도 은퇴하면 교회를 떠나라고 하는 것은 목사에게 너무 가혹한 권징(?)이다. 20년 또는 30년을 섬겼던 교회를 은퇴했으니 떠나라고 하는 것은 그분의 삶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교회와 단절시키는 것이고, 인생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그 20년 30년에는 그분의 기도가 있고, 사역이 새겨져 있다. 신앙의 동지들, 신앙의 후배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런데도 은퇴했으니 교회를 떠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권징 아닌 권징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믿음으로 사는 것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은퇴한 목사도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라고 생각하자. 우리가 사랑하고, 섬겨야 할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함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함께 자라갈 수 있다. 믿음으로 자라가고, 성숙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은퇴한 목사는 후임자와 갈등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은퇴한 자로서 뒤에서 기도하고, 응원하고, 혹 아쉬움이나 불만이 생기거든 우리 주께 맡겨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믿음이라 생각한다. 은퇴한 목사는 다른 성도들과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하고, 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여전히 권위를 내세우거나, 대접받고자 하는 마음을 절제하는 것이 믿음이라 생각한다. 은퇴할 때 잇속을 챙기지 않도록 절제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것을 절제하지 못하면, 교회를 떠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떠나라고 요구한 것도 과한 요구가 아닐 수 있다.

후임 목사는 은퇴한 목사를 귀찮게 여기지 말고, 사랑하고 섬겨야 할 것이다. 은퇴한 목사를 사랑으로 섬기는 것도 믿음으로 목회하는 것이리라. 후임 목사는 은퇴한 목사를 은인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 목회의 기회를 주신 분, 교회를 잘 세워서 맡겨 주신 분으로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도 귀찮은 마음이 들거든 아예 부모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연령 차이를 봐도 은퇴한 목사는 대부분 부모와 같은 분이다. 그렇게 하면 보다 편한 마음으로 섬길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리하면 모든 것이 잘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