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억에 남을 수련회”
< 조성웅_ 서대문성지교회 >
아침부터 뉴스에서는 큰 폭설로 여기저기 교통이 말이 아니라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잠시후부터 학생들과 부모님들로부터 전화가 이어졌다. 한결같이 오
늘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총회지도부와 통화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오늘 가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
을까라는 생각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통화한 끝에 내린 결정
은 일단 가보자였다. 그것도 교회 차량이 아닌 지하철로…
사실 지하철역에서 명지대까지 버스로 그렇게 오래 가야하는지 알았더라면
어쩌면 다른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눈이 와서 좋았던 것은 학
교 보충수업 때문에 참석 못한다던 고3들이 참석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농담삼아 ‘수련회 보내달라고 너무 과하게 기도한거 아니냐’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얼마가지 못했다.
40분을 기다려 명지대에 가는 버스를 탔건만 아뿔싸 반대방향이 아닌가. 학
생들의 온갖
원망을 들으며 다시 40분을 기다려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달려 이제 명지대가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 운전사 아저씨 왈
“다 내리세요. 눈 때문에 버스가 더이상 못 올라갑니다”하는 것이었다.
기겁하는 학생들의 표정에 순간 고민이 되었다. 교회 목사님께서는 통화 끝
에 택시라도 타고 올라가라고 하시지만, 택시조차도 우리를 배신하고 결국
삐죽 나온 학생들 입에 오뎅 하나씩 물려주고는 걷기 시작했다.
어두운 저녁 눈길을 한참 걷고 있을 때 절망적인 소식이 하나 더 날아들었
다. 식사시간이 다 되어서 우리는 도착해도 밥을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욱하는 심정이 든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내년부터는 그냥 교회끼
리 가요”라는 학생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그래, 그러자” 나는 거기에 한껏 동조해주었다.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명
지대에 도착한 것은 저녁집회 설교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낮 한시 반에 교회
에서 출발했는데 평소라면 두시간 족한 거리를 거의 여덟 시간에 걸쳐 온 것
이었다.
그날 밤 학생들과 잠시 모여 “오늘 우리의 여정을 한 번 돌아봐라. 어떻게
왔는지”라고 말하자 그 말에
눈을 감고 생각하던 학생들의 입에서는 곧 한
숨과 불평이 새어나왔다. 이때다 싶어 “그렇게 힘들게 왔는데 그냥 내려가
고 싶냐?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고생을 하고 와서 그냥 가면 억울하지 않겠
냐?” 우리는 모여서 기도로 첫날의 그 피곤한 밤을 그렇게 보내었다.
이미 피곤이 쌓여서 그런 것일까? 학생들은 오전에도 자고, 오후에도 그리
분위기가 밝지 않았다. 내심 걱정이 시작되었다. 진짜로 이대로 돌아가는 것
일까? 그 걱정은 저녁 찬양이 시작될 때도 계속되었다. 찬양팀이 선곡한 곡
들이 거의 우리 학생들은 많이 알지 못하는 곡이었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조
금씩 익숙해지고는 있었지만 완전히 녹아들지는 못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끊임없이 그들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강은도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고부터 우리 학생들의 반응은 조금씩 달라지
기 시작했다. 쉼없이 웃음을 던지시는 그 설교 가운데 어떤 동질감을 느꼈
던 것일까? 학생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 때, 사실 학
생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열려 있었다.
설교가 끝날 무렵 그들 중의 일부는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기도가 시
r
작되었을 때 그들은 자발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도하기 싫어하
고 기도하는 것을 어려워했었는데, 내가 부추기지도 않았는데, 내가 먼저 그
들을 붙잡고 기도해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기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3들
을 중심으로 무대에 올라가 기도했다.
참시 후 찬양의 시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을 신경도 쓰지 않고 춤추고 있는
한 학생. 우리 학생들 아무도 춤추고 있지 않았건만 혼자서 춤추던 그를 지
켜보다가 난 감사기도를 올렸다. 그 학생은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
만 입에는 한가득 미소를 안고 있었다. 그야말로 은혜가 충만한 표정으로 그
는 기도하며 찬양하고 있었다.
그 학생이 그렇게도 신경쓰였던 것은 모태신앙임에도 자신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던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찬양이 끝난 후 학생들이 모
인 자리에서 “내가 하나님 안 믿었던 것 알지? 내가 확실히 말하는데 하나
님 계셔. 믿어. 내가 증인이야”라고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은혜를 전했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우리 학생들 대부분이 자신이 기대했던 것들을 받았다.
구원의 확신을 갖기 원했던 친구는 자기에게 확신이 생겼다
고 말했고, 믿음
을 원했던 친구는 믿음을 얻었다고 간증했다. 그렇게 그 밤은 지나갔고, 우
리는 은혜에 충만하지만 몸은 피곤한 전형적인 수련회 증후군에 감염된 채
로 교회로 돌아왔다.
우리 학생들의 은혜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겨우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문제가 발생한 친구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수련회가 그들의
삶속에서 계속 기억될 만한 수련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을
만난…
그곳으로 우리를 부르시고 은혜를 부어주신 하나님과 수고하신 모든 스탭들
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 글을 마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