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의 부활절_임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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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의 부활절

임애랑_동산위의교회

내 어렸을 때의 부활절 아침은 깨끗한 옷을 정성스레 입고 양초를 하나씩 들
고서 날이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교회당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깜
깜하여 조용한 적막이 흐르는데 강단에 서신 목사님께서 성냥에 불을 당겨 
양초에 켜는 순간 빛이 강대상을 환하게 비춰 오르는 데서 시작되었다. 

강단 밝히는 촛불로 시작된 부활절

그 빛이 한 사람 한 사람 앞에 있는 양초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서 온 교우
에게로 빛이 전달되며 온 예배당에 점점 밝아올 때 느끼는 그 감동이 어린 
가슴을 부풀리게 하였다. 
부활절을 맞이하려면 긴긴 40일 동안 사순절을 통과해야 했다. 어머니가 지
키는 사순절은 엄격했다. 40일 동안 매일 새벽기도를 드리게 하셨다. 철모르
는 여섯 자녀들에게 하루 한 끼 금식을 시키셨다. 어머니의 말씀 앞에 꼼짝 
못하고 불평할 겨를 없이 언니와 동생들과 함께 배를 움켜잡으며 보내야 하
는 40일이 어찌나 멀게만 느껴
졌는지 몰랐다. 
사순절 마지막 주간인 고난주간에는 바닷가 동네에 사는 사람들로서 흔히 먹
는 생선꼬리 하나 구경조차 못하게 했다. 오직 그야말로 채소와 곡물로만 연
명을 해야 했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이라지만 어린 
시절의 내게는 아무 의미도 모르고 억지로 따라가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부모의 입장에 서서 볼 때, 그리고 목회자의 아내가 되어 
지난날을 돌이켜 볼 때에 어머니의 강력하고 분명한 신앙이 나와 언니 동생
들을 오직 믿음 안에 살게 했고, 다섯 딸 중에 세 딸이 목회자의 아내가 되
어 부족한 중에서나마 주님을 섬기게 되는 힘이 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신앙은 지식이 아니라 삶이요 훈련인가보다. 어머니는 삶으로 가르치셨다. 
하나님을 향한 경외의 신앙, 그분의 명령 앞에 온전히 순종하는 습관은 해마
다 돌아오는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하나님 앞에 자녀들
과 함께 온전한 모습으로 나아갔던 어머니의 모습이 어느덧 나에게로 전염
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요즘 참 살기 좋은 세상이다. 먹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은 세상이다. 이 좋
은 것들을 금
하고 절제하기란 무척 어려운 것 같다. 사람들은 편안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행복한 신앙 생활에 포커스를 맞추고 산다. 고난에 동
참하며 절제하는 신앙을 너무 염세주의 내지 율법주의 산앙이라고 폄하하기
도 한다. 과연 그럴까? 

고난 없는 부활 영광 있을 수 없어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신 다음에 부활의 영광을 맞으셨다. 부활의 기쁨을 맞
으려면 반드시 십자가의 고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내 아이들과 교회 아이
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아니 함께 체험하고 싶다. 독수리 새끼같이 강하게 
훈련받아 세상을 능히 이겨 나가는 믿음의 자녀들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