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미래 전망과 합신교단의 역할
안만수 목사_화평교회
교회의 시대적 사명 감당할 영적 잠재력 일깨워야
합신교단이 어느 덧 창립 25주년을 맞이하도록 크신 은혜를 베풀어주신 역사
의 주관자 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려 드린다. 합신교단이 앞으로도
계속 교회로서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여 하나님의 이름
을 만방에 크게 드러낼 수 있도록 선하신 뜻 가운데서 친히 인도해 주실 것
을 확신한다.
21세기는 급속한 사회 변화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한국교회
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크게 영향을 줄 것이다. 이것들이 무엇인지를 살
핀 후 앞으로 다가올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합신교단이 맡아서 해가야 할 역
할과 책임을 확인하고 합신교단의 존재 의의와 정체성을 살피고자 한다.
I. 한국교회의 미래 전망
첫째, 신앙의 정보화 현상이다.
21세기에는 지식과 정보의 폭발적 증가가 있다. 존 나이스비트는 인공위성,
지구촌,
정보, 경제, 컴퓨터, 로봇, 자동화, 케이블 TV, 논문 폭발, 베스트
셀러의 홍수 등의 현상이 21세기에 나타날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러한 정보
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많은 한국교회들은 다양한 정보
기술을 교회 사역 전반에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급속한 정보화의 흐름은 다양한 형태의 영상 하이테크와 결합하
여 소위 “이미지 문화”를 이룬다. 이미지에 대한 강조는 이성보다는 감성
을 중요시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교인들은 자칫하면 신앙생
활을 이른바 정보와 연예를 혼합한 ‘인포테이먼트(info-tainment)차원에서
즐기려는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독교 신앙이 가진 전인격
적 결단의 특성을 앗아간다.
둘째, 공동체 정신의 약화 현상이다.
급속한 정보화의 흐름은 “나 세대”(I-generation)의식을 갖게 한다. 오직
자기 자신의 이익과 쾌락이 가치 판단과 행위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자기중
심적 삶의 원리는 이웃과 조화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게 만든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이웃은 자신의 이익과 목적 성취
의
수단일 뿐이다. 이것은 교인들이 서로 돌아보고 격려하면서 함께 그리스
도의 몸의 지체로 자라가는 신앙의 공동체성에서 멀어질 위험성이 있다.
셋째, 진리의 상대화와 종교다원주의 현상이다.
21세기는 어떤 하나의 진리가 절대적이고 보편적 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 진리는 언제나 상대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 진리마저
다원성을 갖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종교다원주의에로 이른
다. 이러한 시대의 물결에 따라 21세기 한국교회는 종교다원주의가 기독교
의 유일성을 심각하게 도전하게 되는 것을 겪게 될 것이다.
넷째, 주관주의에 기초한 체험주의 신앙이다.
탈근대주의의 물결에 따라 21세기는 이성보다는 초자연적 종교 체험이 강조
된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뉴에이지 운동, 점성술, 심령 과학 등 각종 신흥
종교와 이단 사이비 운동이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인
들은 성경이 가르치는 객관적인 진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지극히 주관적이
고 초월적인 체험위주의 신앙생활을 점차 선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는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바른 신앙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주된 영
적 장애물이 될 것이다.
다섯째, 신앙의 세속화 현상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피터 버거에 따르면 세속화는 범세계적 현상이라고 한다.
한국교회 역시 이러한 세속화의 세계적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
다. 레오 오스터롬(Leo Oosterom)은 이미 “한국의 모든 교회가 가까운 미래
에 직면하게 될 최대의 이슈는 세속화의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진단하였
다.
21세기에 들어선 한국교회는 차츰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을 본받으며 세상과
벗이 되려고 할 것이다. 믿음이 점차 세상 가치관에 바탕을 둔 복을 추구하
는 수단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현대 자본주의의 일반적 경향에 따라 점
차 물량주의와 대교회주의에 더욱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교인이 얼마나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어 가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
는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가 보다는 교인의 수를 늘리려는데 관심과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교인의 수가 목회자의 성공을 재는 우선적 척도가 되
고 있다. 이러한 세속화 현상은 한국교회가 사회의 어두움을 밝히고 내일의
희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
이 될 것이다.
한편 21세기의 전망이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필자는 다섯 가
지 긍정적인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첫째, 지구촌 교회 의식의 강화 현상이다.
21세기에 세계는 정보, 교통 및 통신의 발달로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할 것이
다. 세계는 더 이상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고 하는 이념적 대립에 머물지 않
고 이미 하나의 지구촌을 형성해 가고 있는 중이다. 세계는 다국적 기업의
경제 활동이 일반화되는 세계 시장이 될 것이다. 또한 각 나라의 고유한 문
화들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지구촌 문화 공동체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21세기의 변화의 물결은 한국교회가 더욱 성숙한 세계 교회의 의식
을 갖게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한반도 지역에 머물지 아니하고 다른 나라
교회들과 빈번하게 교류를 할 것이고, 그들과 연대하여 복음 사역을 해 갈
것이다. 특히 신학과 선교는 이러한 연대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영역이 될 것
이다.
둘째, 평신도 사역의 활성화 현상이다.
21세기는 개인의 특성이 강조되는 이른바 포스터모더니즘의 사회가 될 것이
다. 이러한 파도에 휩쓸려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이 교회
내에서 자기의 목소
리를 더욱 크게 낼 것이다. 특히 이전 세기에 비해 사회에서 여성의 활동 영
역이 많아지고 사회적 역할이 증대됨에 따라 교회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
이 점차 커지고 다양해 질 것이다.
셋째, 교권주의의 약화 현상이다.
개인의 개성이 강조되는 21세기 사회에서는 목회자 혹은 성직자라는 직책 때
문에 어떤 종교적 권위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교회의 피라미드
식 상하관계 의사전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목회자와 당
회 중심의 기존 모델은 약화되고 점차 교회의 중요한 결정에 교인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모델이 강조 될 것이다.
넷째, 교회 및 교단간의 연대 강화 현상이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각 교회와 교단이 공통의 문제들에 대해서 공조하는 현상
이 점차 증대될 것이다. 21세기의 첨단적 정보 통신의 기술에 힘입어 교단
은 공동의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도 빠르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
다. 특히 일반 사회 영역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영역
이 점차 증대될 것이다.
다섯째, 세계 선교 환경이 발전되고 현상이다.
21세기
한국교회는 세계 선교를 지향하고 있다. 이것의 구체적 한 증거로는
현재 1300여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하고 있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 숫
자는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에서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또한 한국 사회는 일반 은총의 차원에서 볼 때에도 놀랍게 발전
하고 있다. 이미 첨단화된 정보 통신 및 교통, 문화, 생명 공학, 및 경제
등 여러 면에서 세계적 수준이다.
이것들은 모두 한국교회가 앞으로 세계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하나님
이 섭리하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선교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교회
가 이러한 선교지향적 목회와 전략을 계속 유지 및 발전시킨다면 지금까지
세계 선교를 위해서 쓰임을 받아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쓰임을 받을 것이다.
II. 합신교단의 역할
지금까지 밝힌 한국교회의 미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합신교단이 한
국교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은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바른 신학의 모델을 확립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개혁이념을 공고히 함을 통해 합신교단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미래 상황이 가진 부정적 측면은 한 마디
로 성경이 말하는 신앙이 왜곡된 현상이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무엇보다도
성경의 말씀에 따른 신앙의 순수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
는 한 마디로 성경의 말씀에 충실하려 했던 개혁신학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
다.
주지하다시피 합신교단은 개혁신학의 이념에 바탕을 두고 창립되었다. 그리
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합신교단은 종교개혁자들이 물려준 위대한 신앙과 신
학의 유산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개혁신학이
말하는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을 주창하는 것이 곧 한국교회에서
합신교단이 차지하는 위치였고 정체성이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합신교단이 초기의 개혁이념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
록 최대한 자성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창립 25주년에 즈음
하여 합신교단에 속한 교회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다시 한 번 개혁신학의 이념
을 회복하기를 다짐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것이 한국교회에서 합신교단
이 정체성을 유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둘째, 바른 교회의 모델을 확립한다.
이를 위해 합신교단은 먼저 한국
교회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개혁신학이 물려
준 성경적 신앙의 본질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개혁자들에 따르
면 성경이 가르치는 신앙이란 어떤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
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의 주님으로 인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성령이 사람에게 복음의 말씀을 통해서 선물로 주신 것이다. 이 신앙
은 내적인 경건과 외부적 행동 그리고 개인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을 포함한
다는 뜻에서 전인적이다. 신앙이 본질적으로 관계하는 구원은 인간론의 관점
에서 볼 때 본질적으로 하나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완전한 하나님 형상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어가는 것이
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은 하나님의 영원한 주되심을 전적으로 받아들이
는 믿음이고, 동료 인간과 자기희생의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며, 그리
고 하나님이 미래에 실현할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앙
은 삶과, 사회적 책임성, 자연에 대한 청지기 사명, 및 통전적(holistic) 영
성을 내포한다.
합신교단은 스스로 이러한 바른 가르침을 추구함과 동시에, 이를 가장 잘 부
각시킬 수 있는
교회 내의 제도적 장치, 즉 말씀에 기초한 공예배, 성례, 교
회정치 제도 등을 마련하여 한국교회의 바른 교회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
야 할 것이다.
셋째, 바른 생활의 모델을 확립한다.
이렇게 하려면 개혁가들이 물려준 신앙의 본질을 바로 이해하고 그것을 미
래 삶의 상황에 잘 적용하는 것이 요구된다.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진리
는 초월적 하나님의 계시이기 때문에 믿음과 믿음의 삶에서 언제나 절대적
권위를 갖는다. 하지만 그 진리의 말씀은 언제나 삶의 상황에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성경 진리를 언제나 삶의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바른 개
혁주의 신학은 삶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만큼 비문화적 혹은 탈문화적이
지 않다. 성경의 진리는 오늘의 사회와 문화의 언어로 표현될 때 그것의 의
미가 비로소 나타날 수 있고,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
III. 마치는 말
끝으로 필자는 앞서 상술한 합신교단의 세 가지 사명을 실천하는 첫 걸음으
로서 본 교단이 “회개운동”을 주도할 것을 제안한다.
21세기를 맞이한 한국교회는 현재 모든 분야에 걸쳐 회개의 필요성에 직
면
해 있다. 필자는 1907년 평양 장대현 교회에서 일어났던 영적 대각성 운동
이 오늘날 합신교단을 통해 한국교회에 다시 한 번 재현되기를 간절히 소망
한다. 이것은 하나님이 한국교회에게 주신 신앙적 유산임과 아울러 하나님
이 한국교회에 맡기신 모든 형태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영적 잠재
력의 보고를 열 수 있는 열쇠이다.
지금부터 합신교단이 먼저 눈물을 뿌리고 회개하는 운동을 벌려간다면 특히
교회 지도자들이 이러한 관점에서 개교회나 교단을 이끌어 간다면 본 교단
뿐 아니라 21세기의 한국 교회는 소망이 있다. 하나님은 구원의 촛대를 다
른 곳으로 옮기지 아니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