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장례식 “이 불의한 사건 앞에 세상이 침묵합니다”_김희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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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장례식

“이 불의한 사건 앞에 세상이 침묵합니다”

김희택 목사 / 부산 영대교회 

지난 2일(토) 밤에 영면한 로마 교황의 장례식이 일주일 만인 8일(금)에 엄
수되었다. 교황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난 요 며칠 간의 소동을 보면서 뭔
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한심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가 비
록 교황이라는 외람스러운 직책을 가진 지도자라고는 하지만 그도 인간이요 
그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가 아니면 구원받을 수 없는 죄인임이 
분명할진대 그의 죽음이 마치 하나님의 죽음이라도 되는 듯 슬퍼하고 추모하
며 소란을 떨어대는 세상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초라한 나사렛 목수, 예수의 죽음으로 시작된 기독교가 ‘그 뒤를 따르겠노
라’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세상이 이리도 소란스러울 수 있음이 무엇이란 
말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기독교 최대의 사건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임에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 십자
가 죽음으로 기독교가 끝
난 것이 아닐진대 어째서 이렇게 그리스도의 이름을 빙자하여 온갖 존경을 
받고 권위를 떨친 한 인간의 죽음을 두고 요란을 떨어대는가! 

그리스도의 빈 무덤은 기독교의 부활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자
랑한다. 그런데 이다지도 세상이 소동하는 요란한 장례식은 무엇을 보여주고
자 함인가? 이미 세상을 떠나 영광의 주님 앞에 한낮 죄인으로 서 있을 그
를 생각하면 그의 육신을 두고 떨어대는 세상의 부질없는 호들갑이 한심스러
울 뿐이다. 

다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세상이 온통 이렇게 중우(衆愚)의 집합체란 말인
가? 잘못해도 너무 잘못한다. 이거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를 빙자하여 
온갖 권세와 영화를 누리다가 죽어서까지 그를 욕보이는 자의 오만 방자한 
장례식이 아닌가 말이다! 어찌하여 교황의 죽음을 둘러싼 카톨릭의 요란스러
움에 한 줄 비판하는 기사도 보이지 않는가? 진정 세계의 저널리즘은 바티칸
의 보이지 않는 권력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져 있단 말인가? 그 허망한 권위 
앞에 어찌 이렇게 연체동물 같은 모습이란 말이냐!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보다 더 존귀한 인
생이 있을 수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
보다 더 유명해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보다 더 세상의 주목을 받을 만한 
사건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서라! 교황의 장례식에 400만 명의 조문객
이 모였다고 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계 100여 개 나라
의 원수 및 고위 인사들, 다른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당국은 원
활한 장례 진행을 위해 오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중교통수단을 제외한 
일반 승용차와 트럭의 로마 시내 통행을 금지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고 한다. 

그뿐인가? 이탈리아 군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8km 반경 로마 상공에 비
행금지 구역을 설정했으며 나토의 공중조기 경보기, 대공 미사일, 저격수, 
폭발물 탐지팀을 동원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으며 또 바티칸 앞을 흐르는 테
베레 강에는 해군 순찰 경비정이 배치되는 등 육해공 합동 보안작전이 펼쳐
졌다고 하니 이야말로 요란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아니 누가 교황의 시
체를 훔쳐가기라도 할까봐 염려가 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미 세상을 떠난 
교황을 누가 두 번 죽이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일까? 

물론 전 세계 
100여 개 국의 국가 원수 및 고위 인사들의 안전을 고려한 행
위로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마치 지상에 현현한 눈에 보이는 하나님
인양 높임 받는 것같아 말구유에 태어나 강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분을 생각하자니 그가 육신을 이 땅에 두고 그분 앞에 서서 어떤 대접을 
받을지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다. 교황의 시신은 삼나무, 느릅나무, 그리고 
납으로 된 3중 관에 안치되어 베드로 성당 지하에 안치된다고 하니 생전에
는 머리 둘 곳도 없다가 죽어서는 남의 무덤에 장사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와 그의 죽음을 묵상하자니 질투가 난다. 분노가 솟아오른다. 이거야말로 
온 세상을 불러 증인으로 세우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도적질하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