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철아, 미안해!” 민병각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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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철아, 미안해!”

민병각 집사/ 부산 영진교회

<필자는 1999년 호스피스 교육을 받았다. 현재 75세의 고령에 심장질환으로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펼치
고 있다.>

6월이 시작되는 어느날. 평상시대로 13호 병실 문 앞에서 먼저 주님께 기도한
다.

“이 몸을 주님께 의탁하오니 주의 도구로 쓰시옵소서…” 다섯 분의 환우들
은 이제 친구처럼 편해져서 반겨주시고, 손을 내밀어 마주잡으면서 서로의 손
등을 몇 번씩 비비고 쓰다듬는다. 그 순간 우리의 체온과 우리의 눈빛은 금
새 감성전류가 흐르면서 마음을 읽어준다.

조금은 화사해 보일 수도 있는 아침시간이다. ‘주여, 우리가 다시 손잡아 보
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조용한 기도가 입술을 타고 흐른다. 파트너
인 J집사는 옆에 새로 들어온 청년을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두 손은 벌
써 야윈 몸체의 청년이 누워 있는 데로 향하고 있다. 그의 눈은 맑은데 슬픔
을 머금은 듯하여 
우리 가슴은 금새 젖어 온다. 적힌 나이는 29세다. 웬지 가
슴이 시려오는 것을 어쩌랴…

“인철군. 어디가 제일 아프지?”
“허립니다.”

통증이 척추로 전이된 것을 안 것은 이틀 후 담당 교수를 통해서였다. 간암이
라는 병명과 진행 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듣고 나니, 마음은 더욱 무겁다. 
진통제를 투약하는 횟수가 많아지더니 밤에는 잠을 못 이루고 통증을 호소하
는 횟수가 잦아진다고 인철이 어머니도 지친 모습으로 힘겹게 전해준다. 

병세는 차도가 없고 6월 중순을 넘으니 힘들고 지쳐서 야윈 그 모습이 안스럽
기 짝이 없다. 그 사이 ‘인철군’에서 ‘인철아’라고 바꿔 부를 만큼 정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인철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뼛속을 쑤시는 통증을 호소할 때, 나는 내 아픔이 아니라서 그런지 인철이에
게 조금 참아보라고 말하고 말았다. 인철이는 얼마나 속으로 섭섭하고 슬펐을
까?‘어찌 당신이 이 고통을 알겠나요? 내 뼈가 쪼개지고 부서지는 아픔인데
요…’그때 난 그의 눈을 기억한다. 슬픔과 고통과 한숨까지 모아진 이슬 맺
힌 그 눈동자…“인철아. 지금 생각하니 
정말 미안했다. 정말 미안했어!”6월
도 마지막이 되어 가는 날 인철이는 물을 넘기기조차 힘든 어려움 속에 있었
다. J집사는 손등을 통해, 나는 발을 통해 우리는 항상 가깝게 인철이와 체온
을 나눈다.

“인철아, 두렵니?” 
나는 애써 ‘죽음’이라는 말을 빼고 물었다.
“아니요. 하나님이 나를 버리지 않으실 것 같아요”라고 또렷이 대답했다. 
미련한 이 늙은이는 이 대답을 처음엔 하나님이 나를 죽게 버리지 않으신다
고 해석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대답은 구원의 확신이요, 주님께 받은 천국
행 티켓이었다.

“인철아! 깨달음이 둔해진 늙은이여서 미안했다.”
인철이는 자신의 병든 것에 불평하지 않았으며, 주님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조용히 주님의 뜻을 기다리는 그 모습이 얼마나 깨끗하고 순결한지 훌륭한 믿
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7월에 들어서서 6일이 된 오후. 인철이는 호흡하기 힘든 듯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침대 주변엔 그 동안 가슴 조이며 마음써 온 동료 호스피스 봉사자
들이 모여들었다. 인철이의 마지막 가는 순간에 ‘하늘가는 밝은 길’이란 찬
양으로 길을 열어 주었다. 오후 햇살이 밝게 
방안을 가득 채워 주었다.
인철이는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누나랑 동생을 찾아보고 주변 가족
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정을 주고 사랑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눈 맞추
어 인사하려 애를 쓴다. 그리고는 가칠해진 엄마의 두 손을 꼬옥 잡고 가슴
에 묻으며 입술만 움직였다. ‘엄마 사랑했어요’ 그리고 ‘엄마 안녕’이라
고 했을 것이다.

마지막 힘겨운 손을 움직여 잠을 자고 싶다고 적었다. 주님이 손을 잡아 주셨
나 보다. 조용히 그 입술을 힘겹게 움직이며 잠이 들었다. ‘잠을 자고 싶
다.’ 이 말이 영원한 생명의 길. 안식의 길로 가겠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오-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인철이는 병상세례 받던 날 유난히도 눈물을 많이 흘리며 회개하고 주님을 만
나 생명의 면류관을 받았다. 우리 주님이 그 영혼을 위로하시고 편안히 잠들
게 하셨으니 절로 고개 숙여 감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