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회를 바라보며
이광호 목사/실로암교회
성경은 국가에 대한 직간접적인 언급을 많이 하고 있다. 성도들은 국가에
속한 시민으로서 국가에 관심을 가지되, 그 관심에 지나치게 얽매이지는 말아
야 한다. 사도 바울은 독재권력인 로마정부를 위해서 기도하라고 요구하기도
하며, 동시에 성도의 시민권은 이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천국에 있음을 강조
하기도 했다. 세속 정부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성도가 하나님의 말씀이 가르
치는 바 그 의미를 올바르게 깨달아 그에 잘 참여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지난 ‘2004년 3월 12일’이 역사 가운데 어떤 날로 기억될지 사뭇 궁금하
다. 제16대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 시켰다. 교과서를 통해서만 알
고 있던 그런 내용이 현실로 나타났고 이 나라 백성들은 대통령이 있으되 대
통령이 없는 사상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다. 일반 백성들은 매우 혼란스러워
하지만,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대단한 정의라도 실천한 것처럼 홍보
하고 있다.
n 수많은 시민들은 탄핵국회에서 보여준 국회의원들의 저급한 행동에 분노하
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자기를 애국자라 내세우겠지만 그 중에 진정
한 애국자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애국’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시민을 우
롱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비열할 따름이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
의 영욕에 있으며 이미 맛들인 단물을 놓고 싶지 않은 욕망에 있다. 지금의
혼란한 정국 가운데서조차 순진한 백성들의 고통을 기억하며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는 국회의원이 과연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들 가운데 장로와 장립집사
를 포함한 기독교인이 3분의 1을 훨씬 넘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과연 탄핵
국회에서 기도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아니면 그들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당리
당략만 있었을까? 그 국회의원들이 속한 교회의 목사들은 평소에 그들을 어
떤 식으로 말씀을 가르치며 신앙교육을 했는지 궁금하다.
도리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참다운 신앙교육은 커녕 그들의 정치적 술수
와 손을 맞잡고 교회를 기만하지는 않았는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교회의 지
도자들은 그들을 다른 사람들과 아무런 차별이 없는 한사람의 성도로서가 아
니라 금뱃지를 단 국회의원으로 예우하지는 않았는가?
큼직한 국가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여러 교
단이나 교회, 그리고 기독교 단체의 지도자들은 ‘비상구국 기도회’를 한다며
분주하게 떠들고 있다. 그런 기도회를 통해 도리어 자신들의 부정과 부패를
묻어버리는 면죄부를 제공받는 것은 아닌가? 그들은 이 땅에 불의가 사라지
고 하나님의 공의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하자고 한다. 국가를 위해 하나님의 은
혜를 구하며 잘못을 회개하자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녕 직시해야할 문제는 대한민국의 혼란한 정치가 아니라
그 가운데 존재하는 부패한 한국교회이다.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당리당략 보
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부패한 교회지도자들의 교권주의적 파당이다. 정치인
들은 국민을 이용하고 속이려 하지만 부패한 기독교 지도자들은 주님의 몸된
교회를 이용하고 속이려 하지 않는가?
우리는 탄핵정국 아래 놓이게 된 시민으로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부패한
정치인들을 보며 분노한다. 그렇지만 주님
의 몸된 교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부
패한 기독교 지도자들에 대한 거룩한 분노가 교회 가운데 더욱 강렬하게 일어
나기를 바란다. 이스라엘의 부정부패 보다 바벨론의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
응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