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길을 예비하라!_강병철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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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길을 예비하라!

강병철 집사<염광교회>

나에게 금방 떠오르는 성탄절 이미지는 선물과 화해 그리고 세례자 요한이
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동방박사) 선물’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델라와 
짐 부부가 비록 가난하지만 서로에게 가장 좋은 선물인 시계줄과 빗을 주고 
싶어 자기가 가장 아끼는 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이야기이다. 애착을 포기함
이 없이는 가치 있는 선물도 줄 수 없음을 배운다.

나사로와 부자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스스로
가 초래한 고립 속에 갇혀 사는(혹은 살되 사는 것이 아닌) 놀부 스크루지가 
유령들로부터 인생 공부를 다시 배운 덕분에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급격한 존
재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이 지상에서의 삶이 어떠해야 영
원한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
설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가까운 이들, 때로는 너무 가깝기 때문에 관심에서 벗
어나 있는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고 사랑을 표현하는 초대의 
시간으로 그리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함께 지내고자 하는 시간이고, 그런 나눔을 통해 우리 인
생의 분위기가 더 새로워지는 사건으로서의 시간이며, 우리 인생 자체가 선물
로 받은 것임을 알고 기꺼이 우리의 삶을 드려 다른 이들에게 선물이 되는 삶
이 되기를 소망하는 시간이다. 

덴마크 영화 ‘바베트의 만찬’(1987)은 파리에서 피난 온 요리사가 자신의 
재산을 허비하고 최고의 재능을 활용하여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에게 특별한 
생일 잔치를 베풀어주는 이야기이다. 식탁 나눔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그동안
의 섭섭함과 벽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그동안 불가능했던 용서와 화해 그리
고 사랑이 회복된다. 그러한 근본적인 변화는 만찬으로 표현된 아낌없이 드리
는 헌신이 있어서 비로소 가능했던 것이다. 

세례자 요한, 그는 광야에서 주의 길을 예비하라고 외치는 소리이다. 그는 때
가 차매 하나님의 경륜을 따라 이 땅에 오신 예수가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차별 없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선물임을 증거한
다. 요한은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돌이켜, 그들이 하나님을 향하도록 준비시켰
고, 회개하라
고 설득하였다. 그는 주의 길을 예비하라고 외친다. 우리는 시간
이 더 이상 우리편이 아닌 상황이 오기 전에 일을 위한 계획을 세워 그 일에 
매진함으로써 주의 길을 예비하는 데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꾸며 그 
꿈의 성취를 위해 계획을 세워 힘써 일하는 것은 지상에서의 몫이다.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시간이다. 예수 앞에 나아가 우리의 굳어
지고 높아진 마음을 회개하고 예수의 마음을 본받아, 다른 이들에게 좀 더 너
그러워지고,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며, 자기와 자기 것에 대한 집착에서 풀려
나 힘들게 사는 이들을 돌아보는 나눔을 실천할 때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
리는 성탄절을 바르게 축하하고 기억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는 기억과 쇄신
의 시간이어야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