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 그립다
권형록 목사(안산푸른교회)
양심의 표현을 하기 어려운 시대가 지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
로 들어오면서 과거에 감추어졌던 억울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있다. 얼마전 모방송국에서 의문사 당한 이의 진실을 찾고자 동료들이 목숨
을 건 투쟁을 하여 그 진실이 어느 정도 드러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분명
히 밝혀진 고문과 살인사건이면서도 그 당시 고문을 한 사람들은 모두 그 사
실을 부인하거나 멀리 이민을 갔으며, 더욱 더 어렵게 된 것은 사건의 공소시
효가 지나서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것이다. TV에서는 그들의 이름
을 공개하는 것으로 의문사 당한 이의 억울함을 대신하였다.
방송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세상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밝히려고 할 때,
세상은 그 진실을 향하여 저항을 거세게 한다. 왜냐하면 그 진실로 인하여 세
상은 치부가 드러날 뿐만아니라 자신의 생존의 위협을 당하기에 세상은 그 진
실에
대하여 저항하는 것이다. 나는 TV의 내용을 접하면서 진실을 주장하고
밝히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한
낱 세상 속에 있는 현상에 국한될까? 참된 진리를 말해야할 기독교에는 없을
까? 한 도시의 변두리에서 작은 교회를 섬기는 나에게도 진리를 소중히 간직
해야할 교회들이 진리를 외면하는 모습을 쉽게 느끼는 것은 나의 부정적인 시
각으로 오는 것일까?
목회를 의욕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 떠오른다. 신
학교 교수들처럼 목회하면 교회가 부흥되지 않는다고.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내가 신학교를 졸업하면서 교회를 개척하고 어려운 목회를 만8년째가 된다.
내 자신의 부족함과 연약함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생각해 볼 때, 한편 그 분들
의 말씀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지워지지 않는 안타까
운 마음은 경건한 선생님들께서 일평생 지키고자 하였던 진리와 진리로 인한
진실이 부정되는 것을 느낄 때, 그 말에는 엄청난 독소가 있는 것이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의 타락한 역사를 볼 때, 그들이 심하게 타락하는 과
정이 종교적인 행위가 사
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적인 행위는 더해지
는 것을 보게 되며, 이에 반하여 그들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 즉 진리에 대하
여는 희미해져 가는 것을 본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과연 굳게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
의 진리이고 진리를 지키고자 노력해 왔던 교회의 진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종교적인 상황도 서두에 언급한 방송의 내용처럼 진리와 진실을 지키
고자 할 때 세상에서 오는 저항이 너무 크다.
우리는 하나님의 역사에 대하여 염두할 것이 있다. 진리가 밝혀지는 것은 진
리를 소유한 자로 인하여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대에 하
나님의 진리를 진지하고 객관성이 있도록 드러내고자 하며, 진리를 고집하며
지키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 분이 우리 시대에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 외모가 못생겼다고, 학벌이 없다고, 내 지역의 사람이 아니라
고, 그리고 목회에 도움이 안된다고 배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진리를 지켜
온 그 분들의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의 무지를 주님 앞에 겸손하게 회
개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당장 알아듣지 못하는 천상(天上)
의 소리를 대하여
도, 그 분이 하나님 진리를 위하여 온전히 지키고자 한 분이라면 우리는 겸손
하게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외치는 소리에 하나님의 뜻이 담겨
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시대가 혼탁할수록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하나님의 편에서 외치는 소리를 갈망하게 되며, 그 가치를 느끼게 되어있다.
하나님의 진실은 세상이 즐거운 마음으로 받지 않는다. 세상은 자신의 수치
와 기득권 때문에 그 진실을 외면하거나 저항한다. 그러나 주님께서 이루시
는 세계는 그 진리와 그 진리로 인한 진실만이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