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손과 딤나 여인과의 혼인 문제에 대하여(삿14:1-4)
송영찬 목사(본보 편집국장)
삼손이 블레셋 족속의 딤나 여인과 혼인하고자 한 것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가나안 사람들과의 혼인을 금지한 율법에 위
배된다는 것이다. 둘째, 적을 공략할 목적으로 혼인을 이용하는 것
은 혼인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도의적인 책임에 위배된다는 것
이다. 이 두 가지 문제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딤나 여인과의 혼인은
부정적인 반응을 가져왔다.
그러나 여호와의 신에 감동을 받은 삼손이 이 문제점을 알고서도
혼인을 감행하려고 한 것(2-3절)과 이 일이 블레셋을 치기 위한 목
적으로 여호와께로부터 나온 것(4절)이라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삼손의 혼인에 대한 재 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1) 가나안 사람들과 혼인을 금하신 이유와 목적.
여호와께서 가나안 사람들과 혼인을 금하신 것은 그들의 유혹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 숭배에 빠지게 될 것을 염려하였기 때문이다
(출34:16;신7:3,4).
이것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혼인을 하고 그 안에서
안일한 가정 생활에 빠져 사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
의 신앙을 바탕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살려나감에 있어 적극적으로
인생을 경영해야 할 사명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위치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혼인한 이방 사람 역시 완전히 이
스라엘적인 신앙과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우상 숭배에 젖어들고 그 문화에 익숙해 있는 가나안 사람들이 그
렇게 쉽게 여호와의 신앙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스
라엘 백성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가나안 사람들과의
혼인을 금하셨던 것이다.
따라서 가나안 사람과 혼인을 금한 조항은 가나안 사람들과 혼인
해서는 안 된다든지 그것이 죄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나안 사
람들이라 할지라도 여호와를 섬긴다면 얼마든지 맞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방 여인과 혼인하려 했다는 이유만을 가지고 삼
손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2) 혼인을 통해 기회를 보아 블레셋을 공략하려고 한 삼손의 태도
는 정당한가?
삼손은 개인적인 욕망
이나 행복보다는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민족적 사명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대부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서는 이런 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15:11 참고). 때문에 삼손은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블레세의 속국으
로 존재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중시했다. 또한 여호와께서 삼손을
보내신 것도 블레셋으로부터 이스라엘을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었다.
사람의 제일된 목적은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데 있다(웨스트
민스터 소요리문답 1번). 따라서 개인적인 평안이나 위로를 목적으
로 혼인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혼인은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
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손은 평생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일에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충실했다. 이
로써 삼손은 신앙의 용사로 기록된 것이다(히11:32).
삼손이 딤나 여인과 혼인하고자 한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이 사명
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많은 가나안 여인들 중에서 유독 블레셋
여인을 택한 것도 여기에 있다.
3) 선과 악의 판단 문제. 무엇이 정당한 선택인가?
선은 정당한 기초 위에서 자기의 가
치를 평가하고 드러내는 것에
서 발생한다. 따라서 선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거룩한 선의 속성이 그 표준이다(갈5:22-23). 나아가 선은 단순히 개
인적인 도덕이나 윤리적인 성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은 ‘나’ 개인인 동시에 전제 안에서의 ‘나’를 완성하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이것은 개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음
을 의미한다. 거기에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나’는 하나님의 백성에 속한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삼손은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내는 일에 목적을 두고 블레셋 여인
과 혼인하려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