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障碍人과 장애우障碍友
< 정용균 목사, 부산장애인전도협회 >
“공공장소나 모임에서는 ‘장애인’이라고 표기해야”
몇 달 전에 한 장애인과 함께 야구장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매표소에서 가격표를 보는데, 거기에 ‘장애우’라고 적혀 있었다. 공공시설에서 ‘장애우’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을 보니 조금은 뜨악했다.
몇 주 전, 울산에 있는 어느 교회를 방문했을 때에는 화장실에 ‘장애우 화장실’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사실 부산장애인전도협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장애우’라는 말을 심심찮게 보고 듣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장애인’이란 말을 두고 ‘장애우’라는 말을 쓰는 것일까? 그 말이 가지는 ‘친근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는지 모르겠다. 당사자, 곧 장애인들은 그 ‘장애우’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장애우’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친구(友)로 보자는 뜻 아닌가? 그보다 좋은 표현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니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는 이렇다. ‘장애우’라는 표현은 장애인 스스로 주체가 아니라 ‘늘’ 비장애인의 친구로, 곧 상대적 객체로 존재하게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장애우’는 장애인을 사회 주변부에서 늘 보호를 받고 살아가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용어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것을 ‘낙인 용어’, ‘동정 용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아가 ‘장애우’라는 표현은 인칭에서도 문제가 있다. 어떤 집단이나 계층을 표현하는 용어는 인칭에 관계없이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장애우’는 장애인이 자신을 부를 때에는 쓸 수 없는 용어이다. “나는 장애인입니다”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나는 장애우입니다”라고 하는 것은 어색하다. 학생이 자신의 신분을 이야기할 때에 “나는 학생입니다”고 하지 “나는 학우입니다”고 하는가?
이처럼 ‘장애우’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또 ‘장애우’는 윗사람을 지칭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말이다. “우리 아버지는 장애우입니다”라고 하는 것은 어색하다. “우리 아버지는 장애인입니다”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단어 하나에, 글자 하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싶은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그 용어를 장애인 당사자가 좋지 않게 본다는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사실, ‘장애우’라는 용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장애인인권을 다루는 장애인단체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그곳이다. 연구소를 설립할 당시(1987년)에 ‘장애자’라는 단어가 사회에서 잘못 전달되고 있었다. 그것을 대체할 용어가 필요했는데 그 용어로 ‘장애우’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당시에 장애인 인권을 말하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장애우’라는 표현이 등장하곤 했다.
‘장애자’ 이전에 사람들이 주로 쓰던 말은 ‘병신’이나 ‘불구자’였다. 불구자라는 말은 좀 점잖은 표현이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병신’이라는 말이었다. ‘병신 육갑하네’하는 것처럼 이 말은 사람을 아주 심하게 비하하는 말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불구자’도 ‘병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이다. ‘불구(不具)’는 온전히 갖추지 못했다는 뜻으로, 온전하지 못하다, 또는 모자란다는 말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볼 때에는 비하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래서 그것을 대체한 것이 ‘장애자’이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 몇 번의 논의 끝에 1989년에 ‘장애인’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어떤 이는 ‘자’(者)와 ‘인’(人)이 무엇이 다른가 할 것이다. 사실 그렇다. 필자도 그 의미의 차이를 찾지 못하겠다. 굳이 말한다면, 그 차이는 인식에 있는 것 같다.
‘장애우’는 그 중간에 나온 말이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충분히 짐작된다. 그 의도대로 그 말은 사람들의 인식 개선에 많은 역할과 공헌을 하였다. 그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말이 있고,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우’란 말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현실에서 ‘장애우’라는 말을 계속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 ‘장애우’라는 말을 아예 쓰지 못할 용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목사가 설교를 하면서 교인을 향해 ‘교우’라고 하듯 ‘장애우’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공공서 안내 문구에서는 ‘장애우’보다는 ‘장애인’이라는 말을 쓰면 좋겠다. 아니 그것이 옳다.
장애인 단체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장애인’은 법정 용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이 공용어이다. 공공장소나 모임에서는 ‘장애인’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장애우’라는 표현은 적합지 않다. 아무리 봐도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