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거름 잘 줘야 잘 자란다
< 최광희 목사, 행복한교회 >
우리교회 울타리 주변에 배추 몇 포기를 심었습니다. 상추를 심어 먹은 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집사님이 텃밭에 심을 배추를 사면서 모종 한 판을 사다 주어서 심어 보았습니다. 땅에도 심고 화분에도 심었는데 그게 제법 몇 십 포기 됩니다.
배추를 심을 때는 모종이 너무 어려서 과연 잘 자랄지 걱정하며 심었습니다. 그런데 이 배추가 너무나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할머니 집사님들은 교회 올 때마다 화분에서 자라는 배추를 보며 잘 자란다고 칭찬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로 잘 자랍니다.
사실은 배추가 이렇게 잘 자라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배추를 심기 며칠 전에 배추 심을 자리에 거름을 듬뿍 주었습니다. 참기름 짜고 나온 깻묵을 구해다가 깻묵 가루와 요소비료를 섞어서 후하게 뿌려 주었습니다. 그 후 때마침 비가 와서 거름이 잘 스며든 자리에 배추를 심어 주었더니 저렇게 잘 자랍니다.
또 배추가 자라는 데는 물이 필수적인데 거의 매일 취미로 물을 주었더니 더 잘 자라고 있습니다. 배추 심을 때 충분히 간격을 띄워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배추들이 서로서로 마주 닿아서 자리가 비좁다고 아우성입니다.
저는 배추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전도도 저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전도를 잘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배추를 심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도를 할 때도 밑거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접 전도를 하기 전에 충분히 사랑을 주어 마음 토양을 준비한 다음에 복음의 씨를 심어주면 밑거름의 기름진 기운을 받아서 영혼이 잘 자랄 것입니다. 밑거름이 없는 땅에 식물을 심으면 겨우 살아 있기는 하지만 영 볼 품도 없고 채소가 맛도 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영적 성장도 그렇게 더디면 보는 마음이 힘이 듭니다.
내가 심은 배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어떤 분이 칭찬을 하면서 자기 텃밭에 심은 배추는 그렇게 잘 자라지 않는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밑거름 이야기를 했더니 그 분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사실 보통 사람이 깻묵을 어디서 구하면 되는지 잘 모릅니다. 퇴비나 요소비료는 또 어디서 사겠습니까? 시골에는 농협에서 다 팔지만 도시에서는 비료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비료는 조금인데 많이 심으려고 넓은 땅에 뿌리면 거름이 제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전도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들은 전도에 앞서 사랑의 밑거름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또 텃밭에 무슨 거름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듯이 사람에게는 무슨 사랑을 어떻게 베풀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어떤 경우에는 열심히 뭔가를 했는데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옛날에 먹다 남은 요구르트를 화분에 부어 주었다가 꽃을 다 죽여 버린 경우가 있거든요.
내가 맛있다고 식물도 그것을 먹고 살 것이라는 생각이 큰 착각이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고 식물에게 못할 짓을 했는지 모릅니다. 마치 그처럼 상대방에게 맞추어 그가 원하는 사랑을 베푸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행착오를 해 보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한다는 말은 마음이 있다는 뜻이며 노력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장롱면허증은 교통사고 경험이 없듯이 시행착오를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채소를 가꾸면서도 전도를 더 잘 할 궁리를 하는 저를 목사의 직업병이라고 놀려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보다 저의 고민은 내가 말하는 밑거름 이론을 전도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밑거름 없는 전도
사실상 실패하기 쉬워
채소 가꾸기에 시행착오를 하면서 성공하듯이 전도에도 그런 시행착오를 열심히 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성공하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