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주일에 생각하는 개혁 단상
< 남웅기 목사, 바로선교회 >
“돈에게 뺏긴 권위 되찾는 것이 말씀회복의 본질”
언젠가부터 제2의 종교개혁이 시급하다고 합니다. 이는 어느 특정 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우리 모두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기독교를 O독교라 일컬으며 조롱한지 오래되었고, 성도들마저 ‘이건 아니다’는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거립니다. 가슴치며 탄식하는 이들로는 목회자와 신학자, 그리고 신학생들도 예외 아닙니다.
특히나 종교개혁 주간을 맞아 교단과 교회, 기관 단체들도 각종행사를 준비하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신학 교수들도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개최하며 개혁의 방안을 쏟아냅니다. 그러나 저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없습니다. 이렇게 한다고 교회가 새로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저들조차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이라는 말은 물론 교회가 교회다움을 회복하자는 말입니다. 교회의 정체성을 대외적으로 세상과의 구별됨이라 할 때, 교회는 이미 그 구별됨을 상실한지 오래됐습니다. 오늘날 교회는 현실 세계와는 또 다른 ‘그의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현실 세계의 축소판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교회가 세상 일반 단체나 조직과 다른 것이 있다면 저들이 의식 때마다 국민의례하듯 교회는 예배를 드린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어둠의 세상에서 교회가 그 빛을 잃었다면 빛 되신 하나님은 누가 무엇으로 증거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문제의 해결은 정곡을 찔러야지 변죽만 울려선 안 됩니다. 한국교회가 정말 타락했다면, 그래서 정녕 교회개혁을 염원한다면 우리는 먼저 그 타락의 본질을 꿰뚫어야 봐야만 합니다. 그 타락의 진원지는 한국교회의 성장신화일수도 있습니다.
처음 여의도의 OOO교회가 급성장 했을 때만 해도 한국교회는 자제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연이어 OOO교회가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때마침 불어 닥친 경제 성장의 호황을 타고 당시 거의 모든 교회가 새 건물을 지으며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성장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당시 누군가 선창한 ‘교회 성장은 하나님의 뜻이요 하나님의 영광이다’는 구호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 진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교회 성장은 기독교의 최고가치가 되었습니다. 목사의 목회 이념도, 교회의 목표도, 성도들의 기도 제목도 오직 교회 성장뿐이었습니다. 한국교회 치명적인 실수는 이처럼 하나님의 뜻을 왜곡 선포한데서 비롯됩니다.
하나님 뜻은 결코 교회 성장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영광은 교회의 교회다움, 성도의 성도다움, 즉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능력보다 우리가 그의 백성임을 입증해주길 바라셨습니다.
예수님은 시험당하실 때 돌로 빵을 만들어 배고픔을 해결하지 않고 빵보다 말씀이 위대함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성전에서 뛰어내려 그 능력을 증명받기보다 말씀의 권위를 내 세웠습니다. 그리고 천하만국의 영광보다 하나님의 영광이 우선임을 증명했습니다. 주님의 영광은 그 능력의 증명이 아닌 십자가 죽으심에 있습니다(요 12:23). 이처럼 교회 개혁은 하나님의 영광을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윤리 회복보다 말씀 회복이 급합니다. 돈에게 뺏긴 최종 권위를 말씀에 부여하는 게 곧 말씀 회복의 본질입니다. 내가 먼저 바뀌는 게 개혁의 출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