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와이즈 <자유>를 통해 얻은 내 삶의 자유
< 윤양숙 사모, 미래교회 >
“주님은 우리가 진리 안에서 자유케 되기를 원하신다는 것 깨닫게 돼”
벌써 세 달이 지나는 동안 우리 집 텃밭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호박넝쿨이 제 길을 찾지 못한 채 장미꽃을 휘감고, 약을 하지 않는지라 깻잎의 반은 벌레들이 차지해 버렸다.
비가 살살 내리고 있다. 그나마 시원하고 모기가 달려들지 않아서 깻잎과 풋고추를 따고 호박을 담 위로 올려 주고, 크게 자라 제 몸을 감당 못하는 접시꽃과 토마토에 지지대를 세워주고 풀들을 대강 뽑아냈다. 어느 것 하나 돌봄 없이 자라는 것이 없다는 것과 씨가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싹이 난다는 것이 텃밭을 가꾸며 얻은 교훈이다.
지난 석 달 동안 텃밭은 거의 내버려둔 채 일곱 명의 엄마들과 네 명의 아기들과 함께 가정이라는 정원을 어떻게 지혜롭게 가꾸어 가야 할 것인가를 고심하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자유>는 마더와이즈의 자녀 양육 묵상집 이름이다.
마더와이즈 묵상팀을 이끄는 일은 개척한 지 11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이 내게 맡긴 사역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나누고 자녀 양육에 대한 토론을 하는 10주 과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일 성경 공부를 하며 주님께 온전히 무릎 꿇어야 하는 많은 헌신이 필요한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나로서는 처음 하는 사역이어서 “내가 합당한 사람인가?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주님이 하실 것이다’라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16년 전의 일기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그때 시작하게 하셨는데 이제야 엄마들과 나눌 준비가 겨우 됐다고 생각하시는 주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아주 이상적인 가정을 꿈꾸며 시작한 결혼 생활은 10년이 지나도록 부부 관계도, 자녀 양육의 모습도 결코 내가 생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어떤 준비와 교육 과정도 없이 주어진 아내 노릇과 부모 노릇은 남편에게 불만만 쌓여갔고 아이들에게는 소리를 지르게 되면서 ‘착한 아내, 아름다운 엄마’가 되고 싶은 소망이 무너진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는 하나님께 자녀교육에 대한 나의 목표를 적어 놓은 것도 있었다. “나는 나의 자녀 영훈이와 다훈이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감격을 가지고 하나님을 사랑하며 모든 어려움을 참고 인내하며 맡은 일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부 목록을 썼는데 그때부터였다. 큰아이가 초등 3학년, 작은아이가 세 살, 달리 어디서도 배울 곳을 찾지 못한 채 성경과 자녀양육서적만 수도 없이 읽고 기도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마더와이즈의 <자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그 내용이었다.
예수님의 조용한 외침 “나는 참 포도나무이고 너희는 가지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단지 그것이었다. 나는 포도나무가 아니고 가지라는 것. 생명을 주시는 분은 포도나무이신 예수님이라는 것. 남편과의 관계도 자녀 양육도 내가 아닌 주님이 하시도록 맡겨 드려야 된다는 것. 내게는 기도하며 주님이 계획한 시간을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 했다. 이것은 결혼한 지 10년이 훌쩍 지나고 난 뒤에야 아주 조금씩 더디게 배운 것이었다.
결혼을 진리이신 주님께 맡기지 못 했을 때 사랑과 자유함은 어디 갔는지 우리는 꼭 함정에 빠진 느낌을 받았었다. 엄마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내 놓으며 시작한 마더와이즈 모임은 마치 주님이 밀고 가주시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것은 기도하며 이 현장에 생생하게 참여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남편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님의 함께 하심은 너무 선명해서 10주 과정 내내 ‘주님이 하셨죠?’ 하고 날 웃게 만드셨다. 포도나무 원리를 묵상하는 엄마들이 하나님께 위로를 받고, 정체성을 회복하고, 가정에서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사명감을 다져 나가고, 양육의 원리들을 배우며 실천하고, 주마다 내주는 숙제들을 해나가면서 예전의 나처럼 이들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니구나, 주님께 맡겨야 하는구나” 하는 자유함을 누리는 것을 보는 것은 내게 너무도 귀한 시간이었다.
또한 이 과정 중에 우연을 통해 우리 가정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손길은 놀라웠다. 고 3인 둘째 아이는 고교 2년을 밴드 동아리에서 기타를 치며 공연도 자주 나가고 친구들과도 추억을 만든다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지만 정작 자신의 진로를 위한 공부는 등한시 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성가대와 찬양팀, 고등부 예배, 오후예배 등등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것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4월초에 컴퓨터에 숨겨놓은 합당하지 않은 볼거리들을 드러내서 돌이킬 기회를 주시는 것을 시작으로, 4월 중순에는 컴퓨터가 완전히 망가져서 게임을 중단하게 하셨다. 그것은 내게 노트북 컴퓨터를 마련하는 기회를 주셨고 엄마들을 위한 자료 준비에 더 없이 유용하게 사용하게 하셨다.
5월 중순에는 친밀하던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끝내야 할 때임을 엄마인 나에게 보여주셨을 때 아이는 많이 아파하면서도 엄마와 아빠의 간곡한 충고를 받아들이는 등 합당치 않을 것들을 가지치기하며 정리하게 하셨다. 그때 아이가 내게 와서 한 이야기는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 큰 기쁨을 주었다.
“엄마! 많은 아이들이 강물에 떠밀려 바다로 가고 있지만 나는 엄마 아빠가 있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살려고 해요.” 아이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보는 것보다 무엇이 더 기쁠까. 이제 아이는 좋아하던 개그콘서트도 보지 않고 공부에 집중하며 오히려 친구들을 걱정하고 있다.
내게도 수년 동안 마음의 부담을 느껴오던 언니네 집과 관련된 문제들이 6월말에 완전히 해결되는 자유함을 주셨다. 그리고 더 선명하게 이 일들이 주님의 작업임을 인쳐주셨다고 느낀 것은 아이가 교내 백일장에서 수필로 2등에 당선된 것이다. 제목은 <자유>였다. 정말 주님은 엄마들이 진리 안에서 자유케 되기를 간절히 원하신다는 것을 너무도 확실하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성경공부를 모두 끝내고 상장과 수료증을 만들었는데 남편의 권유로 7월 첫 주에 수료증 수여와 더불어 중요 성경구절도 외우고 간단한 멘트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그 순서가 너무 간단하게 지나갔다. ‘주일 아침이라 시간도 없고 인도자가 사모라는 이유 때문인가’ 하는 나의 아쉬운 마음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이 이야기를 쓰게 된 배경이라면 억지일까?
지난 석 달 동안 홍해가 갈라진 것도 아니고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분명 하나님은 마더와이즈 엄마들을 앞으로 계속변화 시켜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님이 주신 감사함과 자유함이 마음에 가득하다. 이제는 텃밭도 제대로 잘 가꾸고 오늘 따낸 깻잎으로 김치를 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