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여권 챙기세요!” _김영숙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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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여권 챙기세요!”

 

< 김영숙 사모, 일산새하늘교회 >

 

 

“세상일 분주해도 천국 여권만은 챙기며 살아가야지요”

 

그날은 미국에 사는 딸의 산후조리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날이었습니다. “여권 좀 보여주세요.”

“네!”하고 공항 창구에 있던 직원에게 대답하는 순간 ‘아차!’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서야 여권을 아침까지 가방에 잘 챙겨놓았는데 잠깐 확인할 것이 있어 꺼냈다가 책장 위에 놓고 온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나 집에 다녀오기는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탑승시간을 1시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부랴부랴 교회 사무실에 있는 부목사님께 전화를 해서 우리 집에 있는 여권 가져오기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갓 부임해서 우리 집도 아직 모르고 있는 그 목사님은 우리 집에 가서 번호 키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서 여권을 찾아 30분 안에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피를 말리는 것 같은 작전을 수행해야만 했지요.

 

그는 너무도 긴박한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차를 과속으로 달려야 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체크인을 마친 텅 빈 공항 안에서 여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나는 이것이 부디 현실이 아닌 꿈속의 이야기이기를 바랬습니다. 사실 그날 아침부터 비행기에 대한 울렁증과 불안감 때문에 우왕좌왕하더니만 결국 그런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었지요.

 

몇 년 전 사랑하는 동생의 뇌종양 수술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급하게 한국으로 오는 동안 극심한 슬픔과 피로감으로 비행기 안에서 안절부절 불안해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비행기만 타려고 하면 비행공포증이 생겨 힘들었는데 결국 그런 일이 생기고 만 것이지요.

 

하나님을 잘 믿는다고 보이는 목사 사모에게 그런 불안감은 상관없는 줄 알고 살았는데 그 불안감이 결국 나를 지배하고 말았습니다. 여권을 집에 놓고 오는 그런 어리석은 실수에 나만은 예외일줄 알고 속으로 그런 사람들을 무시하곤 했는데 나 역시 그 대열에 서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출국 창구 업무가 마감하기 직전에 여권이 도착했습니다. 남편은 이 기가 막힌 현실 앞에 말을 잃고 있다가 출국장으로 향하는 나를 위해 기도를 하는 순간 목이 메어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했었지요. 그런 남편 앞에서 불안한 음성으로 내가 다시 말했습니다.

“나, 미국 안 가면 안 될까요?”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남편을 뒤로하고 결국 느릿느릿 출국하는 곳으로 내가 들어서자 남편은 주먹으로 자신의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게이트로 들어갈 수 있었던 나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막상 비행기를 타고나서는 불안감이 사라지고 예수님이 나를 품에 안고 하늘은 나는 것 같은 참 평안함이 있었습니다. 천국 갈 때 멀미할까봐 미리 하늘을 나는 훈련을 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요. 그 포근한 주님의 품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연신 내 볼 위로 흘러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지내온 것이 모두 주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내세울 것도 없으면서 교만했고 시간을 낭비한 죄, 용서하지 못한 죄, 의무적으로 사역한 죄 등이 끝없이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나서 회개 기도를 했고 그 때마다 주님의 위로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 미국에 가는 여권은 부목사님이 가져다주었지만 구원의 여권을 가져오지 않아 천국 문 앞에서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동동거린다면 누가 대신 가져다 줄까하는 상상을 해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얘야!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천국을 그렇게 전파했으면서 정작 네가 제외되어 천국에 올 수 없다면 그것처럼 비참한 일이 어디 있겠니. 얘야! 아무리 세상 일이 분주하다 해도 천국여권만은 꼭 챙기며 살아라. 천국에서 나는 너를 꼭 만나고 싶단다.”

 

그것은 비록 현재의 사역이 부진할지라도 나의 남은 사역에 충성을 다하라는 주님의 음성이었습니다.

지상에서 아무리 가르쳐주어도 깨닫지 못하는 나를 위한 하나님의 배려로 사역 부진아를 위한 보충수업은 그렇게 하늘 높은 곳에서 이루어졌지요.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