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을 마치고_백재현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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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훈련을 마치고

 

< 백재현 집사, 동흥교회 >

 

“항상 주를 가까이 하며 살아가고자 다시 한번 결심해”

 

제가 피택된 후 제자훈련을 받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20년 전에 제자훈련을 이미 받아본 터라 ‘거기서 거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20년 전 그때는 직장생활에 30대 청춘이라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지금 다시 1년이라는 기간을, 그것도 평일에 제자훈련을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이 직업상 부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자훈련 반 평균이 40-50대이기에 저는 딱 중간이라 거기서 위안을 삼았습니다.

 

드디어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고 제자훈련이 시작되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기억도 희미하긴 하지만 지금의 제자훈련에 비하면 예전 제자훈련은 기본훈련만 받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오죽하면 제자훈련 구호도 ‘훈련 중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자’였습니다.

 

하지만 제일 무서웠던 것은 바로 과제물이었던 성경 일독하기, 생활과제로는 공예배 참석, 매주하는 교제 예습, 큐티, 설교요약, 독서 1권 및 독후감, 주간 스케줄 기록, 요절 두 구절 암송하기 등이었습니다. 결석, 지각은 무조건 벌금이었고 요절암송은 틀린 글자 한 글자 당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첫 모임 후 선배 집사님들과 얘기 중 ‘이 나이에 암송을 우째하노, 못 외운다’며 그냥 하자고 서로 약속을 하고서, 저는 다른 모든 과제물은 다하고 요절암송은 짧은 것 한 개만 외우고 첫모임에 나갔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렇게 말씀하신 선배 집사님 세분이 요절을 전부 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게 배신(?)을 당한 후 저는 혼자서 벌금을 냈습니다.

 

첫모임은 그렇게 배신을 당하고 벌금도 내고 이래저래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나도 요절을 외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일단 큰 글자로 몇 장 인쇄를 해서 책상에 한 장, 차에도, 사무실에도 붙이고 주머니에는 카드를 만들어 가지고 틈만 나면 외웠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몇 주간 주머니의 돈이 꽤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다보니 평소에는 암송에 정신이 없고 새벽마다 성경 읽고 저녁마다 짬짬이 독서 과제 읽기, 화요일에는 제자훈련, 수요일에는 예배참석, 목요일에는 교재 공부, 금요일에는 기도회, 토요일에는 큐티, 일요일에는 설교요약, 월요일에는 독후감 쓰기를 하다 보니 TV는 절로 멀어지고 웬만한 약속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습니다. 이게 진짜 제자훈련이구나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주, 두 주 지나다보니 맛을 알게 되고 생활과제와 교육을 실천하면서 식구들로부터 칭찬을 듣게 되고, 저 자신도 요절을 외우고 말씀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주야로 말씀을 묵상하라’하신 말씀을 실천하는 것 같아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쁨은 처음이었습니다. 늘 말씀 읽기와 암송과 묵상 큐티, 교재 공부, 독서 교재 읽기 등 하다보니 말씀 속에 사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비록 배운 대로 다 행할 수는 없었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살아보리라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교육 기간 중간에 원치 않는 부상으로 입원했을 때 제 과제물을 항상 가져다주신 동료 집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름방학을 거쳐 가을학기를 지나 종강을 하고 나니 정말 이번 훈련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훈련이 되었습니다. 낮에 작업을 하고서 씻을 곳이 없어 이병구 집사님 가게에서 세수만 대충 하고서 허겁지겁 달려갔던 그 시간들이 그래도 하나님을 알아 가는 가장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행복했던 시간들을 되새기며 항상 주를 가까이 하고 말씀과 기도로 살아가고자 다시 한번 결심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