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도
< 전 현 목사 · 화평교회 >
하늘이 많이 보이고
흙이 많이 보이는 빈 들판에 서서
등위로 쏟아부어 주시는 햇살을 받고파
다가오는 봄마다 기대했었습니다.
쉴 자리 또는
기댈 수 있는 나무 없어
하늘만 원했더니
조그만 사랑이 아닌
엄청난 사랑을 주셨습니다.
하얀 모래 위를 지날 때는 모래 빛깔로
파란 이끼 위를 지날 때는 이끼 빛깔로
굽이굽이 말갛게 맑히면서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려했습니다.
철-철 신선한 소리로 즐겁게 하며
조금도 부패하지 않고 흐르려 했습니다.
살아온 저의 삶 중에
크게는 두 가지가
그렇게도 지향했던 뜻에 역행하여서
지워질 수 없이 아프고 쓸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