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봉투에 웬 진단서?
< 박종훈 목사 * 궁산교회 >
부흥 사경회 기간에 주위 여러 목사님 부부가 참석하며 같은 은혜를 누렸
다. 서로가 비슷한 처지이기에 어떤 행사가 있으면 두레공동체처럼 오고가
며 교제를 나눴다.
집회에 참석하면 으레 헌금도 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정다운 성도의 교통을
나누며, 상(喪)을 당하면 같이 협조도 하고 의료 및 봉사활동이 오면 서로
힘을 합하기도 하는 사이이다.
이번 궁산교회 사경회도 인근 목사님 부부가 참석했다. 서울에서 장로로 계
시다가 목사 안수 받고 처음 시무로 시골교회를 자청하여 오신 것이다. 곧
칠십이 다 되어가지만 열심을 다해 사역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신 분
들이다.
집회가 끝나고 헌금 정리를 하는데 빛바랜 누런 봉투 속에 현금 대신 ‘안
과 진단서’가 들어있었다. 아마 사모님이 준비한 헌금을 잘못 내신 것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그 사모님에게는 진단서가 꼭 필요하리라 생각하고 전화
를 했더니 그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r
그후 두 주가 지나서 식사 모임에 그 사모님이 남편 몰래 슬며시 봉투를 내
밀었다. 남편 목사님이 알면 혼난다 하면서……. 차량에 여러 봉투가 있어
준비한 헌금봉투인줄 알고 확인도 않고 드린 것이 진단서가 들어있는 봉투였
던 것이다. 그 말을 우리끼리 웃으며 이야기하자 그 목사님이 무슨 일이냐
며 자꾸 캐묻는다.
주위에 연세 드신 시골 목사님들이 있어 때로는 웃을 일이 있지만, 젊기에
그 분들을 나름대로 섬길 수 있어 감사하다. 작은 교회들이 서로 연합하고
같이 협조하는 여유로운 시골 목회의 또 다른 맛을 누리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