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미학요즘 막내 놈이 밥 먹는 것을 보면 예뻐
이정우 목사_기쁨의교회
죽겠다. 얼마나 맛있게 받아먹는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부모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 달 전만 해
도 이렇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이 놈이 몹시 아팠다. 고열과 함께 구내염이 와서 일주일 동안 혼
줄이 났다. 고열도 고열이었지만, 구내염이 문제였다. 혓바닥과 입안 전체가
여기저기 헐어서 패이고 염증이 생겨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
에 몹시 괴로워했다. 배가 고파서 뭘 좀 먹으려다가도 입안의 음식 찌꺼기가
상처를 건드리면 아파서 울어댔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는 것, 이것처
럼 힘든 고통도 없을 것이다. 어린것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기가 참 안쓰러
웠다. 그렇게 한 주일을 보냈다.
몸이 회복되자 이 놈의 식생활에 혁명이 일어났다. 좀처럼 먹는 것을 즐겨하
지 않던 놈이 확 달라졌다.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운다. 쇳덩
이라
도 소화할 듯이 덤벼든다.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다. 누가 가르친 것이 아니
다. 말귀도 못 알아듣는 놈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그렇다. 이 놈은 고통
을 통해서 스스로 귀중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새삼 고통이란 게 참 좋은 것
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서양속담에 “흐르는 냇물에서 돌들을 치워 버리면 그 냇물은 노래를 잃는
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도 역경과 고난의 돌을 치워 버리면
우리는 삶 속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카프만 부인이 쓴 <광야의 샘>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짤막한 이야기가 있
다. 한번은 카프만 부인이 테이블 위에다가 고치를 놓고서 거기서 나비들이
동그랗게 구멍을 뚫고 나오는 것을 관찰하였다. 고치 속에 있는 나비가 동그
랗게 구멍을 뚫고 나오는데 구멍은 좁고 나비의 덩치는 크니까 그 구멍으로
빠져 나오는데 나비가 무척 힘들게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한 나비가 고
치 구멍을 빠져 나오려 할 때 부인이 조그만 가위를 가지고 고치구멍을 찢어
서 넓게 만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그 나비가 상처 없이 금방 나와서 윤도 나
고 덩치도 크
고 해서 썩 좋더란다.
이때 부인은 “하나님의 지혜가 이것만은 나만 못했구나. 내가 신이었다면 고
치구멍을 좀더 넓게 뚫고 나오게 했을 것인데…”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나비
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좁은 구멍으로 힘들게 나온 나비들은 훨훨
잘도 날아가는데, 자기가 구멍을 넓게 뚫어 주어서 나온 그 나비는 날지 못하
고 날개만 파닥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도 이상해서 자세히 관찰을 시작했
다. 그 결과 참 소중한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고치 안에 있을 때의 나비는 모든 영양분이 어깨에 있는데, 좁은 구멍으로
통과 할 때 어깨에 있는 모든 에너지의 영양분이 점점 날개 밑으로 밀러 내려
가서 날개 끝에까지 그 영양분이 다 가고, 또 좁은 구멍으로 나올 때 그 날개
가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카프
만 부인은 “역시 하나님은 나보다 지혜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고난을 하나님의 섭리로 이해한다. 성경에 보면, 사단의 유혹
을 받은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죄를 지었을 때, 하나님은 인간에게
고통을 주셨다. 남자에게는 노
동의 고통을, 여자에게는 해산의 고통을 주셨
다. 그 후로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 배우며 살게 되었다. 고통을 통해서 인생
의 비밀한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고통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참
된 인생을 알게 된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의 고통을 그저 덜어주려고만 한다. 그러나 고통의 미학
을 알고 있는 독수리들은 새끼들을 독립시킬 때가 되면 둥지의 깃털을 모두
거둔다. 딱딱한 돌과 가시에 찔려 불편하게 만든다. 많은 찔림을 당한 새끼들
이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향해 날아가도록 한다.